김연아도 아쉬워 한 플래시 비매너
플래시 꺼달라는 안내방송 아랑곳 않아
경기중 당당하게 켜놓고 촬영하다 제지
‘피겨퀸’ 김연아(23·고려대) 활약 덕분에 한국 피겨팬의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비매너는 있었다.
6년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김연아가 5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서 열린 '제67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겸 2013 세계선수권대회 국가대표 선발전'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0.96점과 예술점수(PCS) 35.01점에 한 차례 넘어진 것에 대한 감점 1점으로 64.97점을 받아 1위에 올랐다.
경기장에는 대규모 관중들이 몰려왔다. 역시나 아이스링크는 '김연아의 팬'들로 넘쳐났다.
남녀 주니어가 진행되던 오전에 빈자리가 많았던 좌석은 남자 싱글 시니어 쇼트프로그램이 시작되던 오후 3시부터 서서히 차기 시작했다. 여자 싱글 시니어 쇼트프로그램 경기가 오후 4시부터 시작하고 김연아가 오후 6시 10분 출전임을 감안했을 때, 이때부터 들어오기 시작한 관중은 오직 김연아 연기를 관전하고자 하는 팬들임에 분명했다.
사실 그동안 선수권대회는 태릉빙상장에서 진행해왔다. 그것도 국제 아이스링크가 아니라 주로 연습 용도로 사용되는 2층 빙상장. 관중석이라고 해도 100명 정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밖에 없는 곳이다. 겨우 선수들의 가족이나 골수팬이 들어올 정도다.
하지만 김연아가 대회에 출전한다는 소식에 대한빙상경기연맹은 안전을 고려해 장소를 목동아이스링크로 옮겼다. 그대로 태릉빙상장에서 진행했다가는 어떤 사고가 일어날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무료입장이었던 예년과 달리 유료로 전환했다. 그럼에도 1차 예매분은 15분, 2차 예매분은 10분 만에 매진됐다.
하지만 비매너 관전 행태 역시 크게 드러난 것은 못내 아쉽다.
여자 싱글 시니어부에 출전한 18명 가운데 12명의 선수 연기가 끝나고 20분의 정빙 시간을 가진 뒤 김연아를 비롯한 6명의 선수들이 워밍업을 위해 등장하자 여기저기서 플래시가 터지기 시작했다. 플래시는 선수들의 안전과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위해 실내경기장에서는 절대로 안 되는 것이다. 사진기자들도 실내경기장에서는 절대로 플래시를 쓰지 않는다.
계속 플래시가 터지자 경기장에는 "절대 플래시를 터뜨리지 말아달라"는 안내 방송이 수차례 흘러나왔다. 기자석 옆 중계진도 "플래시는 자제해야 합니다“라며 살짝 얼굴을 찌푸리기도 했다. 그러나 아랑곳없이 플래시는 계속 터졌다. 선수들을 존중하는 태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김연아 모습만 자신의 카메라에 담으면 '장땡'이었다.
급기야 안전요원이 투입돼 일일이 플래시를 켜놓고 촬영하는 관중들을 제지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하지만 비매너는 계속됐다. 심지어는 김연아 연기가 이어지는 도중에도 플래시를 켜놓고 촬영하는 관중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김연아는 이날 워밍업 도중 넘어진 뒤 벽에 부딪혀 아찔한 광경을 연출하기도 했고, 이것이 영향을 미친 탓인지 활주하다가 넘어지는 사상 초유의 실수를 하기도 했다. 이것이 영향을 받아 트리플 러츠도 싱글로 처리할 수밖에 없었고 점프에서도 자신감이 크게 떨어졌다.
이것이 플래시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의혹을 사기에는 충분하다. 김연아도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경기 도중 관중석에서 플래시가 터졌는데 아쉽다. 선수들이 이런 상황 속에서도 자기 경기를 열심히 했다"고 평가했다.
김연아는 지난 2008년 고양서 벌어졌던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관중들의 비매너 관전태도에 당황하기도 했다. 5년이 흐른 지금, 김연아는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만의 경기를 펼치는데 익숙하지만, 다른 어린 선수들은 충분히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비매너 관중은 결코 반갑지 않다. 해당 관중이 6일 열리는 프리 스케이팅에도 찾을 것이라면, 표를 구하지 못한 다른 선량한 팬들에게 양도하고 TV 중계를 통해 지켜보는 것이 진정 김연아와 김연아 키즈를 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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