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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능도 무릎 꿇게 하는 김연아 ‘지배력’


입력 2013.01.08 09:12 수정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구성된 기술 순서 즉흥적 재편집

훈련 통해 길들여진 신체리듬도 지배

웬만한 선수들은 도약 직전 속도를 줄이지만 김연아는 오히려 '2단 기어'까지 넣는다.

‘피겨퀸’ 김연아(23·고려대)가 스케이트 날이라면 경쟁자들은 스케이트 날에 맺힌 이슬?

김연아의 독보적인 존재감에 빗댄 표현이다. 많은 경쟁자가 '타도 김연아'를 외쳤지만 그들의 각오는 하룻밤 이슬처럼 증발했다. 전문가들은 김연아가 연속해서 실수를 저지르지 않는 이상 경쟁자들에게 승산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6일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에서 김연아의 힘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 김연아는 여자싱글에서 145.80점(기술70.79·구성75.01)을 받아 전날 쇼트(64.97) 합계 210.77점으로 무난하게 우승을 차지했다.

배가 아픈 일본 네티즌들 말대로 국내 대회라는 이점도 없지 않지만 '레미제라블'의 선율에 맞춰 연기를 펼친 김연아는 절정에 올랐던 밴쿠버 올림픽을 연상케 하기에 충분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3월 세계선수권 출전자격을 얻은 김연아는 “(세계대회에서도) 준비한 것들을 다 해낸다면 우승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도 그럴 것이 김연아는 이번 대회에서도 절대강자의 면모를 드러냈다.

실수가 있었지만 쇼트 프로그램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첫 번째 점프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룹(이하 3-3) 콤비를 1회전 처리한 직후 두 번째 단독 트리플 플립에서 트리플 토룹을 추가한 것. 심판은 김연아의 기지가 발휘된 색다른 3-3에 기본점수 9.4, 가산점 1.4를 줬다.

약 3분간의 쇼트 연기 중 이미 구성된 기술 순서를 즉흥적으로 재편집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연습을 통해 길들여진 신체에 변화를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해진 시간 내 연기를 끝내야 하는 피겨 특성상 각 기술은 초단위로 계산해 구성한다.

그러나 김연아만은 예외다. 피겨여왕답게 실수마저 장점으로 승화한다. 피겨에 몸을 맡기는 게 아닌, 피겨가 김연아를 따라오도록 만든다. 복잡한 안무 구성도 ‘고차원 지능’ 김연아에겐 문제될 게 없다.

게다가 신체마저 능동적이다. 모든 근육이 위축 없이 부드럽게 움직인다. 엉덩방아를 찧어도 ‘주인 김연아’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당황하지 않는다.

신체의 본능도 거스른다. 웬만한 선수들은 도약 직전 속도를 줄이지만 김연아는 오히려 '2단 기어'까지 넣는다. 한 마디로 김연아는 피겨를 복종시킨, 피겨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개월 공백이 무색한 독일대회와 국내대회 우승으로 오는 3월 세계선수권대회는 물론 2014 소치올림픽 전망도 밝아졌다. 더군다나 2인자 아사다 마오가 여전히 '트리플 악셀 강박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는 더 이상 꿈이 아니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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