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서 또 봉변
민주당의 새 지도부가 선출된 지 보름이 지났지만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아직까지 김 대표를 지도자로 받아들이지 않은 듯 보인다.
김 대표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진행된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추도식에서 또 다시 봉변을 당했다. 일부 추모객들이 김 대표의 등장에 “나가라”고 소리를 지른 것.
앞서 김 대표는 지난 19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에서도 참석자들에게 욕설을 듣는 등 면박을 당했다. 당시 추모객들은 김 대표 주위로 몰려 “무슨 양심으로 추모식장에 나타났느냐”고 항의했고, 몇몇은 팔꿈치로 김 대표의 가슴을 가격하기도 했다.
이날도 일부 추모객들은 김 대표의 등장에 야유를 퍼붓고 “나가라”고 소리쳤다. 반면 문재인 의원을 향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을 연호하며 박수를 쏟아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다.
다만 이 같은 일부 소란에도 불구하고 추도식은 대체로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사회를 맡은 배우 명계남 씨는 지난 10일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찾은 민주당 지도부에게 “노무현을 이용하지 말라”며 소동을 벌였지만 이날 행사에서는 돌출행동 없이 진행에만 집중했다.
여야 정치인 포함 4000명 운집…노 전 대통령 영상에 일부 추모객 눈물도
이날 추도식에는 여야 정치인과 노무현 재단 관계자, 시민 등 4000여명(경찰 추산)이 결집했다. 대표적 친노(친노무현) 인사인 문재인·한명숙·이해찬 의원, 김 대표와 전병헌 원내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 조준호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이상규·김성동 의원 등이 자리를 함께했다.
여당과 청와대를 대표해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이정현 공보수석비서관이 추도식장을 찾았다. 또 고영국 전 국가정보원장과 안희정 충남도지사 등 참여정부 인사와 박원순 서울시장, 노무현 재단 관계자 등 야권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명씨의 선언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노 전 대통령을 상징하는 노란 물결로 가득 찼다. 무대 뒤편에는 노란 바람개비 조형물이 세워져 있었으며 참석자 대다수는 노란 모자를 쓰거나 노란 티셔츠를 입고 노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뒤이어 추모객들은 애국가와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면서 추도식의 시작을 알렸다.
명씨는 추모사를 통해 “당신이 꿈꿨던 세상을 잊지 않겠다. ‘사람 사는 세상’을 반드시 이루겠다고 우리는 다짐했었다”며 “우린 강물이 돼 바다를 향해 나갈 것이다. (그러니 참석자 여러분도) 슬픔과 그리움의 눈물 대신 가슴 벅찬 희망의 미래를 가져가길 부탁한다”고 말했다.
공식 추모사는 고 전 원장이 낭독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돌아가시던 그날, 그 시각부터 우린 당신을 지키지 못한 원죄를 안고 살고 있다”며 “더욱이 대통령의 마지막 가는 길에 우리 중 누구 하나도 한줌 힘, 한줄기 위안이 되지 못한 건 천추의 씻을 수 없는 한으로 남았다”고 말했다.
고 전 원장은 이어 지난해 대통령 선거 패배를 언급하면서 “대통령이 돌아가신 이후 전개된 과정에서 우린 단 한 번도 당신을 영광스럽게 하거나 기쁘게 하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의 무능과 부덕으로 대통령에게 누를 끼치고 욕되게 했다”며 노 전 대통령에게 속죄의 뜻을 전했다.
특히 고 전 원장은 “대통령은 갔지만 우린 아직 당신을 보내지 못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그리움을 내비친 뒤, 만해 한용운 선생의 시 ‘님의 침묵’을 낭독하며 추모사를 마쳤다.
이후 행사는 노 전 대통령 추모영상 상영과 국악인 왕기석 명창의 추모곡 ‘노랑 바람개비의 노래’ 공연으로 꾸며졌다.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을 배경으로 지지자들의 추모 메시지가 담긴 영상이 나올 땐 일부 추모객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한편, 김 대표는 추도식 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노무현 정신은 반칙과 특권이 없는 세상,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며 “요즘식으로는 을을 위한 대통령이었다. (이를 받들어) 민주당은 요즘 을을 위한 민주당을 외치고 있고 을의 아픔을 함께하는 정당이 되겠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기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아직도 노무현 정신, 그 가치가 우리 사회에 큰 의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 아닌가 싶다”며 “앞으로 그런 가치를 더 계승시키고 발전시켜야 하겠다는 무거운 책무를 (노 전 대통령 서거) 4주기 통해 다시 확인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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