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부모 비롯한 가족들은 보조적 역할 머물러야"
신혼의 달콤한 꿈이 ‘억대 지참금’을 요구하는 시어머니로 인해 깨지는 일이 벌어졌다.
대학 때부터 만나온 전문직 남자 A씨와 은행원 여자 B씨는 함께 여행을 다녀왔다가 임신을 하게 됐다. 이후 양가로부터 허락은 받았지만, 시어머니 C씨는 B씨를 며느릿감으로 마뜩찮게 생각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상견례 당일 C씨는 아들 A씨에게 지참금 2억5000만원을 사돈에게 요구토록 했고, 혼수비용을 7000만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던 B씨는 크게 당황했다. B씨는 이후 친정 소유 아파트를 신혼집으로 제안했지만, C씨 측은 거절했다.
아울러 결혼식장을 두고도 C씨는 어깃장을 놨다.
본래 양가는 서울 여의도의 한 고급 예식장에서 식을 열 예정이었지만, C씨는 “격이 떨어진다”면서 예약을 취소한 뒤 서울 강남의 특 1급 호텔을 예약했다. 하지만 호텔을 예약한 C씨 측도, 무리한 요구로 기분이 상한 B씨 측도 예약금을 지불하지 않으면서 예약은 취소됐다. 이로 인해 B씨는 결혼식도 올리지 못하고 딸을 출산한 ‘미혼모’가 돼버렸다.
은행에 2년간 육아휴직을 낸 B씨는 이후 A씨가 양육비도 주지 않자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원은 A씨에게 과거 양육비 1000만원 및 딸이 성인이 될 때까지 단계적으로 월 50만~100만원씩 지급토록 했다.
B씨는 이어 A씨와 C씨에게 정신적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B씨는 “거액의 지참금을 요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일방적으로 혼인을 거부해 고통을 받았다”고 청구 배경을 설명했다.
서울고법 가사 3부(이승영 부장판사)는 이 위자료 소송의 항소심에서 “총 10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감당하기 어려운 금전적 요구, 양육 책임 방기 등 두 사람의 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
재판부는 “결혼은 독립적인 두 사람이 주체가 돼 서로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의사에 의해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부모를 비롯한 가족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