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수업 줄이고 영화로 '6.25전쟁' 가르치는 교실
허구성 짙은 '태극기 휘날리며' '웰컴투 동막골' 등 영화로 전쟁사 수업
'6.25는 원빈과 장동건 형제가 싸우는 거 아닌가요?'
6.25 전쟁의 총성이 멈춘 지 올해로 63주년. 한국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사건이자 한반도의 허리가 끊어진 이유와 배경을 설명할 중요한 문제이지만, 정작 대부분의 학생들은 이를 영화 등을 통해 겉핥기로 배우고 있다.
아직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와 이산가족 문제 등 6.25는 여전히 ‘현실의 아픔’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학교 교실에는 '6.25는 북침', '일본과 한국의 싸움', '미국과 북한의 싸움'으로 잘못 알고 있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이는 대입 전형에서 한국사가 제외되고 초ㆍ중ㆍ고교에 도입된 집중이수제로 인해 한국사를 1년 안에, 또는 1학기 안에 훑는 등 교육과정으로 인한 영향이 크다는 지적이다. 역사과목 부재로 인해 6.25는 교실에서 사라진지 오래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6.25 전쟁의 발발연도를 모른다.
하지만 정전협정이 체결된 1953년 7월 27일 이후 1994년 4월까지 북한의 정전협정 위반 건수는 42만5271건에 달했고, 제1연평해전, 제2연평해전, 대청해전,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 등 실제 남북간 해상 교전도 빈번한 상황이다.
"'태극기 휘날리며', '포화속으로' 실제와 허구의 경계는?"
이런 가운데 역사적 사실에 대한 대중매체 조명은 학생들에게 교육자료보다 깊게 각인되는 등 영향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를 통해 비춰지는 분단의 현실은 실화를 바탕으로 영화를 만들지만, 역사적 사실로서의 기록보다는 이데올로기로 인해 희생된 개인의 애환을 그릴 때 국민 정서가 움직인다는 평가다.
역사 영화도 ‘흥행 성적’에 좌우되는 등 상업성을 지울 수 없어 영화 속 이야기에 대한 제대로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90년대 이전은 '반공영화' 위주의 제작이 많았다면 최근 들어서는 북한과의 '화해'와 '휴머니즘'이 새로운 주제가 됐다.
지난 1990년 개봉된 영화 '남부군'은 지리산 빨치산의 활동을 그렸다면 '태극기 휘날리며'와 '웰컴 투 동막골' 같은 경우 전혀 다른 시각을 보인다. 오히려 국군과 미군의 잔학성에 촛점을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제대로 된 역사교육을 받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정확치 않은 사실 또는 반미주의 정서가 무분별하게 확산될 수 있다는 염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2004년 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대흥행'을 거뒀지만 동시에 '일방적으로 국군을 매도하고 보도연맹의 희생자를 옹호했다', '대한민국 군대와 경찰이 일방적으로 학살한 것 같이 묘사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국방부도 '태극기 휘날리며'와 '웰컴 투 동막골'을 참고자료로 사용한 삼화출판사의 역사교과서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미, 반정부 정서를 조장하고 국군의 잔학상, 미 공군의 포격의 참상을 부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10년 개봉된 학도의용군 71명의 감동 실화 '포화속으로'는 반미정서까지는 아니지만 몇가지 정확치 않은 사례가 지적된다. 주인공으로 그려진 이우근 학도병은 실제 '리더'는 아니었지만 이후 자필로 쓴 편지가 발견돼 영화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된다. 또한 영화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여자 학도병도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역사 수업 줄이고 글짓기 대회 취소하고...그럼 6.25는 어떻게 배우나?”
이처럼 대중매체가 몸집을 불리는 가운데 청소년들의 역사의식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안양옥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도 "한국사를 수능 필수 과목으로 반영해 청소년들의 역사인식을 높여야 한다"며 "한국사가 수능에서 선택과목이 되면서 지난해 한국사 수능 선택비율이 6.9%에 불과했다. 고교 1학년 때 몰아배우고 마는 것이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안전행정부가 지난달 25일부터 지난 6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의 35.8%와 청소년의 52.7%가 6.25 전쟁의 발발 연도를 몰랐다.
서울에서 논술학원을 운영하는 문명자씨(여.56)는 이 같은 설문조사는 실제 교육현장에서 빈번한 일이라고 토로했다. 문씨는“초등학생들이 6.25 관련 글쓰기를 해보면 남침인지 북침인지 모르는 것은 귀여운 실수정도”라며 “아예 ‘일본 군인이 쳐들어온 날’이라고 적는 아이들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광화문에서 진행되는 6.25 전쟁 사진전앞에서 만난 학생들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재학중인 최모(15)군은 “지나갈 때마다 사진을 자주 보는데 전쟁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적은 없다”고 말했다.
국가 보훈 글짓기 대회도 점차 사라져가는 추세다. 지난 1998년 한 해 동안 전국 중,고교에서 총 3586회 청소년 호국보훈 글짓기 대회가 열렸다면 올해는 총 16회만 진행된 것이 전부였다.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하루를 통째로 떼어내 진행되는 글짓기 대회에 부담을 토로했다. 수능 시험에 포함되지 않는 행사를 하루 종일 진행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또한 ‘호국’과 ‘보훈’이라는 단어가 자칫 국가주의적 가치관을 형성할 수 있다며 반감을 보이는 일부 교사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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