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강조하던 박 대통령 '귀태' 발언에...
박 대통령 "신뢰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말을 서로 조심해야" 평소 강조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으로 청와대가 충격에 휩싸인 분위기다. 일반적인 정치권의 ‘막말공세’ 차원을 넘어 표현 자체가 도를 지나쳤기 때문. 특히 홍 대변인이 ‘귀태의 후손’으로 지칭한 박근혜 대통령도 적잖은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앞서 박 대통령은 지난 10일 언론사 논설실장단과 오찬 자리에서 “북한에서 신뢰를 서로 쌓아가기 위해서 말을 서로 우선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말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외교는 말이고, 말은 곧 생각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박 대통령은 말을 중요하게 생각해왔고, 본인도 항상 말을 함에 있어 신중한 자세를 보여왔다.
이번 홍 대변인의 브리핑은 말을 통해 전해졌다. 박 대통령의 입장에선 대변인의 말을 야당의 생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결국 야당과 야당의 입장에서 박 대통령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이란 소리다. 설사 당의 생각을 반영한 말이 아니었다 해도 박 대통령에 대한 조금의 존중도 없는 처사다.
홍 대변인은 전날인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박정희 전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를 ‘귀태(鬼胎)’,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으로 표현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를 묶어 ‘귀태의 후손’으로 표현했다. 박 대통령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녀고, 아베 총리는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의 외손자다.
한편, 홍 대변인의 발언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12일 춘추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갖고 청와대의 입장을 전하면서 박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질문에 대해선 20초 가량 침묵을 지키다 기자회견을 마쳤다.
다만 이 수석은 “홍 대변인의 발언은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 뿐 아니라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이 했다고 볼 수 없을 정도로 폭언이고 망언”이라며 “이것은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자유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으로 본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과 국민에 대한 홍 대변인과 민주당의 정중한 사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홍보수석의 발표가 대개 청와대의 공식 입장임을 감안하면 이 수석의 발언은 박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다. 의중이 직접 반영되진 않더라도 사전에 박 대통령의 동의를 얻은 발표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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