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바람 난 LG…역대 첫 MVP 배출할까
프로야구 출범 후 지금까지 MVP 배출없어
MVP급 선수 없는 점이 오히려 상승세 비결
신바람을 탄 LG 트윈스가 내친 김에 구단 첫 MVP 배출에 도전한다.
LG는 지난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11년째 가을야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프로야구 역대 최장기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의 굴욕이다.
물론 LG가 마냥 하위권만 맴돌았던 것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 반짝 선두권에 오르는가 하면, 지난 2011년에는 7월까지 고공비행을 내달리며 LG 팬들을 들끓게 했다. 그러나 어김없이 찾아온 ‘DTD 징크스’(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에 유광점퍼는 장롱 밖을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다르다. 무엇보다 경기 내용이 확 달라졌기 때문이다. 예전 같았으면 질 것 같은 경기도 끈끈한 조직력으로 역전하는가 하면, 1~2점차 근소한 리드에서도 승리를 지키는 방법을 깨달아 가고 있다. 현재 42승 31패(승률 0.575)째를 기록 중인 LG는 선두 삼성을 1.5경기 차로 압박하고 있다.
LG의 바람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LG는 이번 올스타전 투표에서 서군의 전 포지션을 싹쓸이하는 기염을 토했다.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있는 일이었다. 팬들의 흥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이유다. LG가 상승세를 이어간다면 구단 첫 대기록도 넘볼 수 있다. 바로 최우수선수(시즌 MVP) 배출이다. LG는 현존하는 구단(신생팀 NC 제외) 가운데 MVP 선수가 나오지 않은 유일한 구단이다.
1990년과 1994년 두 차례 우승을 차지하지만 LG는 유독 MVP와 거리가 멀었다. 첫 우승이었던 1990년에는 해태 선동열이 4관왕(다승, 승률, 탈삼진, 평균자책점)을 차지하며 무난히 MVP 트로피를 가져갔다. 두 번째 우승이던 1994년에는 에이스 이상훈과 마무리 김용수, 그리고 신인 3인방(유지현, 김재현, 서용빈)을 보유했지만 또다시 수상에 실패했다. 바로 해태 이종범이 한 시즌 최다 안타 신기록을 포함해 타격 5관왕을 차지했기 때문이었다.
아쉽게 수상에 실패한 적도 있었다. 2001년 신윤호가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15승 6패 18세이브 평균자책점 3.12를 기록한 신윤호는 선발투수가 아니었음에도 무려 144.1이닝을 소화했다. 손민한과 공동 다승왕에 올랐고, 구원왕은 물론 승률왕까지 3관왕을 차지했다.
신윤호는 MVP 투표에서 35표를 얻어 삼성 이승엽(33표)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하지만 과반수 득표 실패가 아픔이었다. 곧바로 이어진 2차 투표에서 29표에 그친 신윤호는 33표의 이승엽에게 트로피를 내주고 말았다. 당시 이승엽의 타이틀이 홈런(39개)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름값에서 밀린 결과였다.
그렇다면 올 시즌에는 MVP 배출이 가능할까. 아쉽게도 LG에는 투타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드물다.
타자 부문에서는 박용택과 정의윤이 3할 타율을 치고 있지만 홈런 등 장타력이 부족해 강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10타석 연속 안타 신기록을 세운 이병규가 타율 0.391을 기록 중이지만 규정타석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투수 쪽에서 리즈와 우규민, 신정락 등 3명의 선발 투수들이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수훈갑은 역시 마무리 봉중근이다. 현재 6승 무패 19세이브 평균자책점 0.84를 기록 중인 봉중근이 뒷문을 막지 못했다면 LG의 상승세도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문 마무리 투수에게 MVP를 준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다.
장애물은 또 있다. 타 팀에서 활약 중인 MVP 후보들의 기세가 하늘을 찌른다는 점이다. 이대로 시즌이 끝난다면 MVP는 홈런왕 경쟁을 펼치는 SK 최정과 넥센 박병호, 삼성 최형우 가운데 1명이 될 공산이 무척 크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MVP급 선수가 없다는 게 올 시즌 LG 상승세의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그동안 선수들이 개인 기록에 치중했다면, 이제는 팀 승리를 위한 플레이를 펼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비록 MVP가 나오지 않더라도 12년 만에 가을 잔치에 입성한다면 그것만으로도 대성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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