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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이 천호선을 선택한 이유, 종북털기?


입력 2013.07.24 11:42 수정 2013.07.24 11:48        조소영 기자

야당과의 관계 재설정과 후계자 양성 이유도 나와

의아한 일이다.

대표적 강성 진보당인 정의당이 지난 21일, 이때까지 선출했던 당 대표들보다 상대적으로 중립적인 이미지가 강한 천호선 최고위원을 대표로 선출했다. 단독 후보로 출마해 이날 전체 투표권자 6535명 중 96.09%의 찬성표를 얻었으니 사실상 추대된 것이나 다름없다.

정의당의 전신인 진보정의당과 통합진보당에서 선출됐던 대표들을 되짚어보면, 천 대표가 정의당 대표가 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직전 진보정의당 때는 물론, 그보다 앞선 통진당에서 진보정의당으로 분당되기 전까지도 당 대표 자리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민주노동당(민노당) 출신 인사들인 강기갑·노회찬·심상정·이정희 등이 도맡았다.

천 대표도 386운동권 출신이긴 하지만, 정치적 노선은 달랐다. 이들이 민노당 등에 적을 두고 노동운동에 매진할 때 천 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의원일 당시 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해 참여정부 국정상황실장, 청와대 대변인 및 홍보수석비서관 등을 역임했다. 이후 유시민 전 의원과 손을 잡고 정치생활을 할 때는 앞으로 나서기보단 ‘조력자’로 머물렀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가 21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당원대회에서 대표직을 수락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왜 ‘천호선’일까.

천 대표가 정의당의 새로운 대표로 추대될 수 있었던 이유로는 세 가지 정도가 꼽힌다. ① 종북 오명(汚名) 씻기 ② 야당과의 관계 재설정 ③ 후계자 양성이 그것이다.

정의당은 전신인 진보정의당, 통진당, 민노당 시절 동안 끊임없이 ‘종북’(從北) 논란에 시달렸다. 결국 통진당 시절, 부정 경선 논란과 함께 국기에 대한 경례와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 당 관행이 맞물려 당내 갈등이 일어난 뒤 통진당과 진보정의당으로 분당이 됐다. 당시 관행에 맞선 인사들이 현재 진보정의당 의원들이지만, 사실상 대중에게는 같은 당으로 인식돼왔다.

대표적 인물 또한 마찬가지였다. 분당이 되긴 했지만, 대표를 맡는 이는 진보정의당이나 통진당이나 같았다. ‘그 나물의 그 밥’이라는 인식이 깨지지 못하면서 ‘진보의 위기’가 대두됐고, 결국에는 더 늦기 전에 이들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파이자 신선한 인물인 천 대표를 통해 인식의 반전을 꾀하려 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의지는 천 대표의 취임 연설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그는 지난 21일 취임 연설에서 “평화를 파괴하려는 누구의 도발도, 어떤 음모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뒤이어 23일 YTN라디오에 출연해서도 천 대표는 북한은 우리의 동반자이긴 하지만, 북핵과 인권 악화 등의 문제가 있다며 “진보정당이 오해를 부를 만큼 분명한 태도를 보이지 못한 것도 있다. 우리는 다른 모습을 분명한 행동으로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3대 세습에 대해서도 “당연히 민주주의 사회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이와 함께 ‘가깝고도 먼 사이’인 민주당과의 관계를 고려했다는 시각도 있다. 향후 민주당과 각종 사안 및 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이 큰 만큼 누구보다 민주당을 잘 알고, 다양한 전략을 구상할 인사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천 대표는 참여정부 대변인 등을 맡았던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현재 민주당 내 제1계파는 친노(친노무현)세력이다. 뿌리가 같다는 점에서 통하면서도 당적은 다르다는 점에서 적당히 견제할 수 있는 관계가 돼 이른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가 될 수 있다.

최진 경기대 교수 또한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이와 관련, “천 대표가 상대적으로 온건파인데다 민주당 제1계파인 노무현 정부 출신들과 연결고리가 같지 않느냐”며 “정의당이 변화의 모습을 보이기 위한 활로모색 차원에서 천 대표를 선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천 대표를 진보정당의 차기 후계자로 양성하는 작업이라는 말도 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노회찬 대표는 (의원직에서) 아웃되고, 유시민 전 의원은 당을 떠나면서 방에 보일러는 나가고, 전깃불은 고장난 상황이 아니냐”라고 정의당의 상태를 짚었다. 한마디로 ‘인물기근’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의당은 직전 조준호 대표와 공동대표였던 노 대표가 ‘안기부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상실한데다 유 전 의원이 정계은퇴를 선언하고, 다음 당 대표 주자로 점쳐졌던 심상정 의원까지 원내를 책임지는 원내대표로 빠지면서 차기 주자를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노 대표와 심 의원, 유 전 의원과 손발을 맞춰왔고, 이들 다음으로 당 안팎의 인지도가 있는 천 대표가 당 대표로 지목됐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적 진보정당’을 목표로 하는 정의당에서 이를 방증하는 젊고 건강한 이미지(외면)와 정신(내면) 모두를 압축하는 인물로 천 대표를 보고 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천 대표는 23일 라디오에서 정의당의 방향에 대해 “옛날에 지향했던 진보적 가치가 소중하지만, 현대 사회에 맞게 내용을 실현하기 위한 전략 등이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정의당을) 국민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정당으로 만드는 게 기본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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