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실 난입 북 박철수, 남측 향해 "백수건달들"
박철수 십수명 동원 양측 제시 합의문 뿌려
"결렬되면 개성공단에 군부대 복원" 협박
[기사대체 : 2013. 07. 25. 23:05]
북측 대표단이 25일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에서 열린 개성공단 6차 실무회담의 종결회의 직후 일단의 무리와 함께 남한 취재진의 프레스룸에 난입,‘강제’기자회견을 열고 남측 대표단을 향해 '막말'을 퍼붓는 사건이 발생했다.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은 회담 종료 직후인 이날 오후 5시 20분쯤 종합지원센터의 회담장이 있는 13층에서 4층에 위치한 남한 기자단이 취재활동을 하는 프레스룸으로 5시 23분쯤 20십여 명의 북측 관계자를 대동하고 난입했다.
프레스룸으로 들어온 박 부총국장과 북측 관계자들은 일방적으로 기자회견문과 그동안 북측이 남측에 제시했던 합의문 수정안을 배포하면서 10여분 간의 ‘강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에 남측 관계자들 10여명이 이날 오후 5시 25분쯤 기자실에 들어와 “이런 경우가 어디 있느냐. 우리한테 얘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남북 관계자들 간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박 부총국장은 남측 관계자들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프레스룸에 들어와 “회담이 결렬 위기”라면서 “이렇게 되면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개성공단에) 군부대를 복귀시킬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실랑이가 벌어지는 와중에도 박 부총국장은 미리 준비해온 기자회견문을 통해 “우리측은 공업지구중단사태를 조속히 해소하고 재가동하기 위해 성의있는 노력을 다했다”면서 “그러나 남측은 일방적인 주장만을 계속 고집하며 인위적인 난관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박 부총국장은 “우리측이 협상과정에서 남측의 입장까지 반영한 5차례의 수정안을 제기하며 적극성을 보였지만 남측은 회담을 공전시켰다”면서 “남측과의 개성공업지구협력사업이 파탄되데 된다면 고업지구 군사분계선 지역을 우리 군대가 다시 차지하게 될 것이며 서해 육로도 영영 막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남측 관계자들은 기자회견 말미 박 부총국장이 “회담이 결렬 쪽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 직후 그를 프레스룸 밖으로 데리고 나갔다.
이에 남측 취재진이 박 부총국장을 따라가면서 “남측이 전향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으면 회담을 진행하지 않을 것인가”라고 묻자 박 부총국장은 남측 대표단을 가리키면서 “백수건달들”이라고 비난했다.
박 부총국장의 남측 프레스룸 난입 등 돌발상황이 벌어진 이번 회담에서는 후속회담의 일정을 잡지 못해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추가적인 실무회담은 사실상 이어질 수 없게됐다.
이에 대해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개성공단 실무회담 관련 대변인 긴급 성명을 통해 “정부는 북한이 오늘 개성공단 실무회담에 대해 북한이 사실상 결렬을 선언한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한이 회담 종료 직후 우리 제지에도 불구하고 종합지원센터 내의 기자실을 무단으로 난입해 사전에 준비한 기자회견문을 일방적으로 배포·낭독하고 합의서 등 회담 관련 문건을 공개 배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개성공단 실무회담 결과로 인해 개성공단 존폐가 심각한 기로에 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북한이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면 정부로선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양측 대표단은 지난 5차 실무회담에서 개성공단 국제화 논의에 대해 일부 진전을 이뤘지만 결국 ‘재발방지책 마련’ 부분에 대한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은 파국 위기를 맞이했다.
북측은 이날 ‘남측은 공업지구를 겨냥한 불순한 정치적 언동과 군사적 위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하며 북측은 이상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는 한 출입차단, 종업원 철수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는 것을 담보한다’는 수정안을 오후 회담에서 제시했다.
북한이 개성공단에 대해 ‘북한의 돈줄’ ‘밥줄’ ‘인질’이라고 보도한 남측 언론을 ‘불순한 정치적 언동’이라면서 개성공단 중단의 근본원인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또한 연례적인 한미군사훈련을 두고도 ‘군사적 위협’이라면서 개성공단 중단의 원인으로 꼽고, 이러한 원인이 없어져야 재발방지 보장이 이뤄진다는 ‘공동담보’를 요구한 것이다.
이같은 북한의 입장에 남한 대표단은 “오늘 더 이상 논의가 진전될 수 없으므로 오늘 회담을 마무리하고 차기 회담 일정을 잡자”고 제의했지만 북한 대표단은 “회담 결렬이다. 남북이 ‘공동담보’를 하겠다면 판문점 채널을 통해 차기 회담 일정을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남한 대표단은 “북한 측이 진전된 입장이 있을 경우 판문점 채널을 통해 연락할 것을 제의 한다”고 답했다.
남북이 서로의 주장을 양보해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차기 회담 일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회담은 당분간 개최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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