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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 퇴출, 축구협회 힘만으론 안 된다


입력 2013.07.31 10:25 수정 2013.07.31 10:31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안방서 열린 동아시안컵 한일전서 또 등장

일본, 적반하장 한국 비난..세계적 공론화 필요

한일전이 열릴 때마다 등장하는 욱일승천기는 반드시 척결해야 할 대상이다.ⓒ 연합뉴스

미국 뉴욕시는 지난 5월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이하 전범기)를 연상케하는 홍보물을 사용한 것과 관련, 한인사회에 공식 사과했다.

당시 나즐리 뉴욕시 책임자는 한인협회에 서한서를 보내 “부주의한 홍보물로 아시아인들에게 상처 준 것을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문제의 홍보물을 전량 폐기하고 새로 디자인 하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출신 세계적인 록밴드 뮤즈도 최근 유튜브에 신곡 ‘패닉 스테이션’ 뮤직비디오를 공개했다가 전범기 등장 논란으로 2시간 만에 삭제한 바 있다. 뮤즈는 트위터를 통해 “영상 속 중대한 실수가 있었다. (전범기 삽입은) 우리의 ‘무지’에서 비롯됐다”며 일본 군국주의에 희생된 아시아 각국에 머리 숙여 사과했다.

두 사례 모두 한국 네티즌들의 힘이 컸다. 뮤즈의 경우, 국내 팬들이 SNS을 통해 강력히 문제를 제기했고, 중국과 미국 네티즌도 합세해 뮤즈의 뮤직비디오 삭제를 이끌었다.

전범기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은 스포츠 분야에서도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 어쩌면 그라운드 내 전범기 퇴출은 시간문제일지도 모른다.

일본 응원단은 지난 28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서 열린 201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동아시아 축구대회 한국과의 최종전에서 대범하게 전범기를 흔들었다. 붉은 악마(한국 응원단)도 이순신 장군과 안중근 의사의 초상화 통천을 펼치며 맞대응했다. 이와 함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격언을 적은 현수막도 선보였다.

경기 직후 일본 복수의 언론은 전범기 논란을 은폐-축소 보도하는 한편, 붉은 악마의 응원 문구는 크게 문제 삼았다. 심지어 일본 정부 대변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까지 나서 “극도로 유감이다. FIFA는 축구 경기에서 정치적 메시지를 금지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면 FIFA 규약에 근거해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스포츠는 외교 전쟁이 아니다. 일본은 한 번쯤 ‘역지사지’로 상대편과 처지를 바꿔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전범기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아시아 점령을 상징하는 변형 일장기다. 일본은 여러 나라를 침략해 무고한 사람들 심장에 전범기를 깊숙이 꽂았다. 부모·형제자매가 일본 군인들에게 무참히 밟혀 죽어 나간 한국은 전범기만 봐도 치가 떨린다. 일본이 ‘전범기에 희생된 피해자 가족’이라면 한국과 같은 입장이었을 것이다.

스포츠에 전범기 등장은 명백한 도발인 데다 상습적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일본은 '인류 평화의 축제' 역대 올림픽에서도 전범기를 응원도구로 활용했다.

내셔널리즘이 짙은 축구에선 사태가 더욱 심각하다. 일본 관중은 국가대표 경기는 물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버릇처럼 전범기를 들고 와 상대팀을 자극했다. 문제는 아시아 각국 축구연맹이 국제축구연맹(FIFA)나 아시아축구연맹(AFC)에 공식 항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조용히 묻히곤 했다는 점이다.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지속적인’ 공론화를 이끌어내 스포츠에 전범기가 침입할 수 없도록 뿌리 뽑아야 한다. 전범기 홍역을 치른 미국 뉴욕시와 영국 록밴드 뮤즈의 사례처럼, 항의문이 빗발치면 또한 FIFA 또한 침묵만 할 순 없다. 전범기가 축구판에서 퇴출되는 건 축구 행정가들만의 힘으론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를 전 세계에 알리려는 범국민적인 노력이 필요한 때다.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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