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후보→6위 추락’ 흐릿한 선동열 효과
최근 투타 집단 부진에 빠지며 팀 성적 추락
아낌없는 지원에도 결과 내놓지 못하자 팬들 비난
KIA는 지난 2011년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하자 사령탑을 조범현에서 선동열로 급히 바꿨다. 겉으로는 자진 사퇴 형식이었지만 사실상 경질과 다름없는 조치였다.
타이거즈 팀 역사상 최고의 투수였던 선 감독이 부임하자 팬들의 기대감은 하늘을 찔렀다. 선동열이 누구인가. 과거 해태 시절, 팀을 여섯 차례나 우승으로 이끌며 타이거즈 왕조의 기틀을 닦은 핵심 멤버인데다가, 지도자로 변신한 뒤에는 삼성에서 2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한 명장 중의 명장이었다.
선 감독은 KIA 지휘봉을 잡자마자 “불펜을 강화하고 타자들의 투지와 집중력, 그리고 작전수행 능력 등을 배양할 수 있도록 하겠다. 특히 9회말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를 펼칠 것이며 소통을 통해 선수들과 교감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난 지금,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KIA는 좌초 위기에 놓여있다. 투타 전반에 걸친 문제점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막막하며, 무엇보다 팀을 이끌어야할 주축 선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져있어 답답하기만 하다. 이대로라면 2년 연속 가을 잔치에 참가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당초 많은 전문가들은 올 시즌을 전망하며 KIA를 삼성과 함께 ‘2강’으로 분류했다. 출발은 좋았다. 4월 한 달간 13승 1무 5패(승률 0.722)의 고공비행으로 단독선두를 질주한 KIA는 타선의 고른 활약과 에이스 양현종이 특급 피칭을 선보이며 우승의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5월 들어 주춤거리더니 7월에는 단 한 번도 연승을 기록하지 못했고 팀 순위도 어느새 6위까지 내려앉았다. 아직 포스트시즌 진출의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지금의 팀 상황과 경기력이라면 그저 언감생심에 불과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기대 이하의 성적이 나올 경우 감독이 도마 위에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 특히 KIA 팬들은 전임인 조범현 감독 때와 비교해 달라진 것이 없으며 오히려 팀 전력이 퇴보하고 있다며 선동열 감독을 향한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조범현 감독이 지휘할 당시 KIA 타선은 여전히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투수력만큼은 평균 이상의 성적을 냈다. 실제로 조 감독 부임 기간 KIA의 팀 평균자책점은 4위 이하로 내려간 적이 한 번도 없다. 이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잠재력이 한꺼번에 터진 2009년 대망의 V10을 이뤘고, 2011년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선동열 감독이 부임한 뒤, 공교롭게도 KIA 마운드는 집단 부진에 빠진 모양새다. 특히 선 감독이 누차 강조하던 불펜 강화의 목표는 지금까지의 결과물만 놓고 봤을 때 낙제점에 가깝다. 현재 KIA 성적이 고꾸라진 이유도 불펜 붕괴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사실 KIA 구단 측은 선 감독이 부임한 뒤 최고 수준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감독의 요청에 따라 광주 구장의 그라운드를 인조잔디에서 천연잔디로 전면 교체했고, 올 시즌에는 몸값 거품 논란에도 FA 김주찬을 50억원이나 주고 데려왔다. 또한 트레이드를 통해 송은범이라는 대형 투수를 영입했고, 부진한 외국인 투수 앤서니 대신 메이저리그 출신의 좌완 빌로우를 선 감독 품에 안겼다.
그러나 아쉽게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KIA 팬들이 가장 답답해하는 부분은 경기력마저 좋지 않다는 점이다. 부임 당시 공언했던 집중력 지닌 야구는 실종된 지 오래며, 급기야 점수 차가 벌어지면 경기를 포기한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 이들의 목소리다.
경기 내적인 부분은 차치하더라도 선동열 감독이 지금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역시나 성적을 내는 수밖에 없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마지노선인 4위 두산과의 승차는 3경기 반 차. 현재 KIA 상황을 감안하면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만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도 이른 격차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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