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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구? 서커스??' 튀어야 사는 시구


입력 2013.08.20 09:13 수정 2013.08.21 08:57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클라라-신수지-태미 등 패션과 시구 퍼포먼스로 화제

야구장이라는 공간과 어울리는 메시지 전달하면 더 큰 호응

클라라, 신수지, 태미 등은 올 시즌 시구를 통해 주목을 받은 대표적인 '시구 스타'들이다.ⓒ MBC 스포츠플러스

'야구장의 새로운 볼거리? 연예인들의 지나친 홍보경쟁이 낳은 부작용??‘

날로 요란해지는 프로야구 시구문화에 팬들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전행사 격인 시구에 대한 관심도 날로 높아졌다. 시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던 초창기와 달리 이제는 시구가 경기 시작 전 팬들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고유의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분야와 계층의 인물들이 시구자로 초빙되지만, 역시 섭외 우선순위는 화제가 되는 연예인들이다. 구단은 유명 연예인의 시구를 통해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어 좋고, 연예인에겐 시구가 자신의 이름을 알릴 수 있는 좋은 마케팅 수단이 되기도 한다.

클라라, 신수지, 태미 등은 올 시즌 시구를 통해 주목을 받은 대표적인 '시구 스타'들이다. 특히, 이전까지 무명에 가까웠던 클라라는 소위 ‘레깅스 패션’으로 화제가 되며 일약 '섹시 연예인' 반열에 올랐다.

리듬체조 선수 출신인 신수지는 전공을 살린 360도 회전하는 ‘백일루션 시구’를 선보이며 시구의 '서커스화'를 열었다는 평가. 신수지 시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여기에 최근에는 태권도 국가대표 출신의 연기자 태미도 태권도 동작을 응용한 듯한 공중회전 시구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예전에는 단지 야구장에 어울리는 복장을 갖추고 공을 정확하게 홈플레이트 쪽으로 던지거나 강속구를 뿌리는 것만으로 '개념 시구'라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지만, 요즘 들어서는 이보다 더 진화해 시구 과정 자체가 하나의 '퍼포먼스'화 되고 있다. 시구보다는 화려한 패션으로 더 눈길을 끌거나, 혹은 묘기에 가까운 동작을 선보이지 않고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가 쉽지 않다.

이런 현상에 팬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다양해진 시구문화를 통해 팬들 입장에서는 볼거리가 늘었다. 시구자들도 이제 시구나 야구장 문화를 가볍게 생각하지 않고, 지켜보는 관중과 팬들을 위해 진지하게 준비한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하지만 한편으로 야구장이 지나치게 연예인들을 위한 홍보의 장으로 변질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일부 연예인들이 어떻게든 '튀려는' 수단으로 시구를 이용, 과도한 노출이나 서커스에 가까운 곡예가 시구 본연의 의미와 무슨 상관이 있냐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일본에서도 시구문화는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최근 야쿠르트 스왈로즈-요코하마 베이스타즈전에서는 시구자로 나선 일본의 그라비아 모델 겸 탤런트 단 미쓰(32)가 수영복만 입고 마운드에 올라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물론 모든 시구가 논란만을 일으키는 노이즈 마케팅은 아니다. 방송인 전현무는 광복절인 지난 15일 당시 시구자로 나서 태극기를 등 뒤에 펼치고 공을 던지는 '개념 시구'로 야구팬들의 호평을 받았다.

야구장이라는 공간과 걸맞은 분위기에서 자신만의 색깔과 메시지를 드러내는 시구라면 다양성은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러나 야구와 상관없이 자신에 대한 홍보나 단지 튀어보려는 과욕에서 비롯된 시구는 당장 팬들의 눈길을 사로잡을지 몰라도 오히려 비호감으로 전락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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