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한 단어로 추락하는 방송가
스타들 일베 발언 조짐만으로도 '한 통속'화
하루 아침에 주홍글씨 낙인 찍여 뭇매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는 '일베'(일간 베스트 저장소) 논란으로 대중문화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잘 나가던 가수가 라디오 방송에서 '민주화' 한 마디 했다가 '일베충'으로 전락하는 가 하면, 앨범 홍보 차 '일베' 사이트에 가입했다 '일베 걸그룹'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방송가에 '일베' 경계령까지 등장했다.
이런 가운데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전 국민이 보는 뉴스 영상에 '일베' 사진이 고스란히 전파를 타 세간이 발칵 뒤집혔다. SBS 메인 뉴스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사진을 그대로 내보내는 방송사고가 일어났다. 20일 SBS '8뉴스' 특파원 현장 코너에서는 일본 수산물 방사능 공포에 대해 보도했고 생방송인 탓에 관련된 해당 영상들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문제는 일본 내 후쿠시마산 가자미류 방사능 검출량 및 출하금지 기준을 나타내는 도표였다. 하단에 흐릿한 워터마크가 찍혀 있었던 것. 알고보니 이는 '일베(일간베스트저장소)' 사이트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고인과 코알라를 합성한 이미지였다. 이 도표는 일베 내에서 일본 사이트 등을 참조해 예전에 게재됐던 것으로 일본 사이트에 게재된 도표에 해당 합성이미지를 새겨넣은 것을 SBS 측이 그대로 보도에 이용해 파문이 일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데 일조한 셈이 됐다.
이에 대해 SBS는 "8월 20일 8시뉴스 김광현 도쿄 특파원 기자의 '日 수산물..현지 검사 잘 되고 있나?'기사와 관련해 제작진의 실수로 故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 컷 일부를 사용했습니다"라고 공식 인정했다.
이어 "문제가 된 컴퓨터 그래픽은 '특히 가자미나 광어, 농어 등 비교적 깊은 바다에 사는 어종은 (방사능에 오염된 경우가 많아)대부분 출하가 금지돼 있습니다'는 기사 내용을 설명하기 위한 것으로 후쿠시마 앞 바다의 방사능에 오염된 가자미류 샘플의 분포를 나타낸 것이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가 인터넷 일본어 구글 사이트에서 '일본 수산청' '가자미류' '방사선'이란 키워드 중심으로 로 검색을 했고 한 블로그에서 문제의 컬러 이미지컷을 찾아내 컴퓨터 그래픽의 백그림으로 사용했습니다"라고 정황을 설명했다.
더불어 "문제의 이미지 컷은 워터 마크에 고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가 희미하게 합성된 것이었는데 제작 담당자는 노무현 대통령의 이미지를 알아채지 못한 채 컴퓨터 그래픽 제작에 사용했습니다. 제작진의 부주의로 고 노무현 대통령과 유가족, 그리고 관련된 분들께 큰 상처를 드리게 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SBS측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분노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보도 이후 해당 시청자 게시판을 비롯해 트위터 등 각종 SNS에는 항의글이 폭주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나라가 망할 징조인가. 공중파 뉴스에서 전직 대통령을 조롱하는데 일조하다니", "분노를 참을 수가 없다", "실수 인정과 사과면 끝인가. 부끄러움을 감출 길이 없다", "모든 관련자들을 문책해라", "SBS 메인 뉴스에서 이런 실수를. 실망스럽다" 등 분노 어린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방송, 연예계는 이른 바 '일베'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스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베충' '일베빠' '일베 옹호 발언' 스타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싸이의 뒤를 이을 스타"라는 해외 언론의 극찬까지 받으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걸그룹 크레용팝이 대표적으로 '일베 그룹'으로 낙인 찍혀 뭇매를 맞고 있다.
◆ 연예계 일베 금지령…단순 발언 아닌 소통 문제 심각
일명 연예계 '일베' 논란은 영화계 별점 폭탄 테러로 시작돼 그 후폭풍은 가요계와 방송계를 강타하고 있다. '일베' 발언이나 이들을 옹호하는 스타들은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네티즌들로 부터 집중 타격을 받았고 '그들'과 '한통속'으로 치부돼 전락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걸그룹 시크릿의 전효성이다. '민주화' '노무노무' 발언을 했다 네티즌들의 비난 폭격을 맞았다. 방송 편집과 퇴출 논란까지 가세하며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뭇매를 맞았다. 십센치(10cm)의 권정열과 배우 하석진의 경우도 '일베' 이용자에 관심을 표했다가 '한통속'이라며 대중들의 맹비난을 받았다.
'일베' 의심 발언만으로도, '일베' 회원이라는 사실을 인정만 해도 네티즌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걸그룹 크레용팝이 대표적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이들의 이름이 온라인을 강타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 인기 때문만은 아닌, 데뷔 부터 발목을 잡은 '일베'가 그 중심에 있다.
'일베 걸그룹'으로 홍보 효과는 톡톡히 누린 듯 하지만 이를 둘러싼 소속사 대표와 멤버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거기에 표절시비까지 더해지며 가히 점입가경 논란이 가중되자 일각에서는 '마녀사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내고 있다.
사실 '일베'라는 다소 자극적인 단어로 홍보 효과를 노렸고 마케팅적으로 활용하려 했던 정황들이 포착돼 논란이 일었지만 소속사 대표는 "그냥 미우셔서 마녀사냥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시면 달게 받겠다"라며 "'일베'는 아니다. 일베 뿐 아니라 유명 커뮤니티에 가입을 했고 정보습득을 목적으로 한 것이었다"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고, 크레용팝의 멤버인 웨이 역시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해명글을 기름을 부었다. 그는 "시안견유시 불안견유불의(豕眼見惟豕 佛眼見惟佛矣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는 글을 게재해 논란을 더욱 가열시켰다.
일단 벗고 보자는 식의 걸그룹들과는 차별화된 전략과 신선함으로 주목을 받은 신인 걸그룹 크레용팝의 안타까운 행보다. 일부 네티즌들은 "누구에게 밉보인 것인가"라고 답답해 하기도 한다. "일베용팝" "일회용팝" 꼬리표는 치명적인 주홍글씨가 됐다.
크레용팝 측은 "일간베스트(이하 '일베') 관련 논란과 일본 걸그룹 표절, 음원 사재기 등 현재 크레용팝과 연관돼 이슈화되고 있는 논란들로 많은 분들께 심적으로 불편함을 드리고, 오해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라며 일베, 표절, 사재기설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출연 중인 광고는 잠정적 중단 상태며, 대학가 축제 역시 취소가 줄을 잇고 있다. 크레용팝은 분명 일베충으로 질타받은 여느 스타들처럼 억울할 터다. 하지만 대중들과 소통하고 해명하는 과정에서 분명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사실이 아님에도 홍보에 급급한 나머지 매일 이슈화 되는 것에 망각한 채 공식해명이 너무 늦은 건 아니었는지. 소속사 대표의 일베 인정 발언은 너무 쉽게 한 것은 아닐런지. 오랜만에 신선한 걸그룹의 등장을 예고하며 가요계를 설레게 했던 이들, 대중들의 기대와 인기를 이제 막 얻기 시작한 크레용팝 멤버들은 무슨 죄일까. 그들의 노력은 '일.베' 한 단어로 물거품이 되는 것은 아닐 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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