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3기 '원톱 박아두기 없다'
지동원 합류로 두차례 발탁됐던 김동섭 빠져
김신욱도 2기 이어 제외…멀티 공격자원 늘어
한국 축구 대표팀의 득점력 빈곤 현상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홍명보 감독이 공격진에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홍명보 감독이 27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 다목적회의실에서 발표한 대표팀 명단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정통 원톱'이 없다는 점이다.
물론 지동원(선덜랜드)이 있다. 지동원은 현재 소속팀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활약하고 있다. 체격조건도 186cm에 75kg라 원톱 스트라이커에 어울린다. 홍명보 감독도 "지동원이 소속팀에서 원톱 스트라이커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역할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동원은 원톱만 소화하는 선수가 아니다. 측면 공격에서도 뛸 수 있는 자원이다. 다시 말해 여러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 1기와 2기에 발탁됐던 김동섭(성남 일화)과 플레이 성향이 다르다. 물론 1기에서만 발탁된 뒤 2기에 이어 이번에도 빠진 김신욱(울산 현대)도 마찬가지다.
홍명보 감독이 발탁한 공격자원을 보면 원톱에서만 활약하는 선수는 하나도 없다. 모두 '멀티 포지션'이다. 페루전을 치른 홍명보 2기에 선발됐던 조동건(수원 삼성) 역시 최전방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긴 하지만 측면에서도 뛸 수 있다. 공간 활용능력이나 빠른 발을 이용한 공간 침투가 뛰어나다.
대한축구협회가 배포한 대표팀 선발 명단에서 포지션이 FW로 적힌 선수들의 면면 역시 정통 원톱과는 거리가 있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나 이승기(전북 현대)는 공격수라기보다는 오히려 미드필더라고 해야 어울린다.
이근호(상주 상무)도 최전방 공격수로 뛸 수 있는 선수지만 정통 원톱은 아니다. 투톱 또는 측면에서 더 어울린다. 이근호가 소속팀이나 대표팀에서 뛰었을 때 측면에서 뛰는 것이 더 낯익을 정도다.
손흥민(바이에르 레버쿠젠)도 마찬가지다. 소속팀에서 스테판 키슬링, 시드니 샘과 호흡을 맞추고 있지만 원톱은 아니다. 측면과 최전방을 오갈 수 있다. 김보경(카디프 시티)이나 이청용(볼튼 원더러스)은 더 말할 것도 없다.
모든 것을 종합했을 때 홍명보 대표팀 3기의 공격진은 투톱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더 가능성이 높은 것은 어느 특정 선수를 원톱으로 박는 것이 아니라 양 측면 공격자원 포함 세 선수가 로테이션으로 활발하게 자리를 바꾸는 그림이다. 공격자원으로 분류된 선수 모두가 득점력은 당연하고 돌파력과 스피드까지 지녀 가능한 일이다.
홍명보 감독은 "김신욱을 기용하면 우리 선수들이 습관적으로 올리는 경향이 있다. 김신욱은 타깃형 말고도 발재간이 있는 선수인데도 다른 선수들의 플레이 성향 때문에 이를 살리지 못한다"고 밝힌 적이 있다. 이 말을 유추해보면 홍 감독은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라는 한국 축구의 공격 방식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종합했을 때 대표팀의 공격 포메이션과 전술이 그동안 좌우 측면 돌파에 이은 원톱을 향한 크로스가 주된 것이었다면, 홍명보 대표팀 3기는 공격 일선에 나서는 세 선수의 원활한 공격 분배가 될 공산이 크다.
예전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했을 당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웨인 루니와 함께 셋이서 상대 골문을 향해 질주하며 공격을 서로 도왔던 것을 상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금 손흥민이 있는 바이에르 레버쿠젠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대표팀에서도 이런 장면이 연출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실현이 된다면 상당히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