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 회합서 언급한 평택 유조창 탱크 "실체 없다"
전국적으로 9개 정부 유류비축기지…평택에는 소규모 LPG 탱크 뿐
유류비축기지 공격당해도 한 곳으로 한정되면 파장은 미미
내란음모 및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RO 회합 녹취록이 30일 공개된 가운데, 녹취록에서 북한과의 전쟁시 ‘공격 대상’으로 지목된 ‘세계 최대 규모 평택 유조창’의 실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는 전쟁 발발시 남한 정부와 미군에 타격을 주기 위해 주요 국가기간시설을 공격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이상호 (구속영장 청구) 경기진보연대 고문은 “평택에 있는 유조창이 세계에서 가장 큰 저장소”라며, “평택 유조창탱크는 니켈합금에 두께만 90㎝여서 총알로 뚫을 수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관계기관과 국내 정유업체들은 평택에 그런 시설이 있다는 것은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이 고문의 말대로 ‘세계 최대 규모 유조창’이 존재한다면 직접 운영하거나 통제를 해야 할 이들이 그 실체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다는 얘기다.
일단, 대규모 저유시설이라면 정부 차원에서 비상시에 대비해 마련해 놓은 유류비축기지를 고려할 수 있지만, 평택에는 소규모 LPG 탱크만 마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9개의 유류비축기지가 있는데, 평택도 그 중 하나이긴 하지만, 평택에는 LPG 탱크만 있다”며 “녹취록에서 언급한 유조창이 어딜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평택 LPG 비축기지는 그리 큰 규모도 아니고 세계 최대는 더더욱 아니다”고 말했다.
상식적으로 산유국도 아니고, 대규모 거래소가 있는 지역도 아닌 한국에 세계 최대 규모 유조창이 있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에 구축된 유류비축기지는 원유를 저장해놓은 울산·거제·여수·서산과 석유제품(휘발유, 등·경유)을 저장해 놓은 구리·곡성·용인·동해, 그리고 LPG를 저장해 놓은 평택까지 총 9곳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9개 비축기지 중 평택은 두 번째로 작은 규모로, 80년대부터 추가 비축은 하지 않고 있다”며, “현재 소비량으로 봐도 큰 의미가 없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민간 부문에서 유류를 취급하는 정유업체들도 ‘세계 최대 규모 평택 유조창’의 실체를 모르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들 중 평택에 석유저장시설을 보유한 업체는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SK에너지는 울산과 인천, GS칼텍스는 여수, 현대오일뱅크는 대산, 에쓰오일은 울산에 각각 정유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원유저장시설은 정유공장 인근에 있고, 휘발유와 등·경유 등 석유제품은 송유관을 통해 수요처로 이동한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평택에는 우리 뿐 아니라 다른 정유업체의 저유시설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부분 각 사의 정유공장 인근에 저장시설이 있고, 수도권 수요물량은 인천을, 중남부 지역 수요물량은 군산을 통해 공급하는 만큼 평택에 대규모 저유시설이 있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SK에너지 모기업인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SK가스 쪽에서 평택에 가스 저장시설을 보유하고 있긴 하지만, 휘발유와 등·경유 등 저유시설은 없다”고 전했다.
결국 녹취록 속 이상호 고문의 발언은 모임 당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과장해 표현한 것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굳이 평택으로 지역을 한정하지 않더라도 다른 지역에서 석유 저장시설이 공격을 받는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산업부 관계자는 “정부 유류비축기지는 전국적으로 9개 지역으로 분산돼 있고, 이는 유사시에 대비해 비축한 물량인 만큼 정유사들만 건재하면 이곳이 공격을 받는다 해도 사회·경제적으로 큰 혼란을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동시다발적으로 공격을 받는다면 모르겠지만, 한 곳으로 끝난다면 재건비용 외에 손실은 없을 것”이라며 “찻잔 속 태풍으로 끝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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