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미소짓는 통진당 '근자감'의 배경은
'RO 연루 의혹' 김미희 등 의원총회서 공세 전환
"당 해체 계획된 수순 두렵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내란 음모’ 혐의로 구속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사태로 ‘당 해체 압박’까지 받고 있는 통진당이 정치권 안팎의 전 방위적인 공격에도 불구, 점차 반격의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심지어 당내에서는 이번 사태가 장기전에 접어들수록 “반드시 이길 수 있는 게임”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통진당은 그동안 ‘내란 음모’ 의혹 사태가 발생했던 지난달 28일부터 줄곧 당 지도부의 ‘말 바꾸기’ 태도는 물론, 석연치 않은 해명으로 논란을 자초해 왔다.
특히 이석기 의원은 이번 사태가 발생한 첫날 급히 종적을 감추며 의혹을 키우더니 이후 핵심 쟁점이던 ‘총기 소지 발언’, ‘5.12모임 여부’ 등에 대해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아는 바가 없다”고 해명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5월 12일에 RO모임은 아니지만 강연은 했다”고 말을 바꾸었다.
설상가상으로 이정희 통진당 대표는 국정원의 왜곡된 녹취록의 진위를 밝히겠다며 “총기 발언은 있었지만 농담이었다”는 황당한 항변을 내놓아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또한, 끊임없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는 통진당 내 ‘종북 의혹’ 폭로전이 이어지면서 여야는 물론이고 국민 상당수도 통진당에 등을 돌리는 등 수세에 몰렸다. 급기야 당내 게시판에서도 당 차원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통탄의 목소리도 쏟아지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구속된 이 의원에 대한 국정원의 수사가 10일 현재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자 통진당이 반격의 발톱을 세우기 시작했다. 특히, 국정원이 8일 이 의원에 대한 혐의를 당초 ‘내란음모죄’에서 ‘여적죄’로 수사의 칼날을 바꾸자 통진당 측은 “내란음모죄 적용에 자신이 없자 여적죄를 들고나온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실제로 여적죄는 ‘적국과 합세해 대한민국에 대적한 자’를 처벌하는 것으로, 한국전쟁 이후 판례가 없는 사문화된 조항일 뿐만 아니라 헌법상 ‘국가’로 분류되지 않는 북한을 ‘적국’으로 볼 수 있는지도 논란거리다.
물론 ‘형법상 간첩죄에 관해선 북한을 적국으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는 하지만 30년 전인 1983년이 마지막이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도 복잡해질 전망이다.
여기에 이번 사태가 ‘북한’과 연루돼 있다는 점도 한계점이다. 통상 대북 기사들은 정부 고위급 관계자나 대남공작원 출신 탈북자들 등의 소식통을 통해 전해지지만 이를 직접 확증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물론, 국정원은 이번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제3국을 거쳐 북한과 접촉했을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며 “충분히 혐의를 입증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이렇다 할 결정적 ‘한 방’을 내놓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통진당 자신감 보이지만 남은 의혹도 산더미
그러자 통진당도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기류는 10일 오전 당 의원총회에서 감지됐다. 특히, 이날 의총은 김미희 의원이 이 의원과 함께 RO의 국내 총책을 맡아 북한 측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다는 진술을 국정원이 확보했다는 보도가 터진 직후 열린 만큼 통진당의 대응에 이목이 집중됐다.
그러나 이날 의총에 참석했던 김미희 의원을 비롯해 같은 당 의원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특히, 김미희 의원은 지난번 이 의원 사태가 터진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당황하거나 종종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과는 달리 당당한 모습으로 나섰다.
김 의원은 이날 “국정원의 전면 개혁을 요구하는 시점에서 국정원이 개혁은 거부하고 오히려 내란 일으켰다”며 “나와 관련한 보도만 봐도 국정원 현재 벌이고 있는 것 얼마나 조작과 거짓말로 가득 찬 것인지 스스로 증명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김 의원은 또 “(이번 보도를) 기점으로 국정원의 조작은 더 이상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며 “국민들도 국정원 개혁에 함께 할 것이라 믿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병윤 통진당 원내대표도 “6개월 후 사법부가 발표하겠지만 이미 법조인들은 (이 의원에 대한) 내란죄 혐의는 물 건너 간 것으로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와 함께 통진당은 앞서 국정원 녹취록으로 한바탕 곤혹을 치른 경험을 토대로 ‘국정원의 의혹만 있을 뿐 입증이 안 된다’는 식의 역공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홍성규 통진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데일리안’과의 만남에서 “국정원 발 언론보도 대부분이 근거가 없다”며 “김 의원 보도와 관련해서 해당언론사를 오늘 중으로 고소할 방침”이라고 지적했다.
홍 대변인은 또 “앞으로도 국정원이 두 의원 외에 남은 우리당 의원들에 대한 공격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이는 어떻게든 국정원이 우리 당 해체를 몰아가려는 계획된 수순일 뿐이다. 두렵거나 걱정하지 않는다. 자신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통진당의 당찬 포부와는 반대로 현실은 이들에게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사태 발생 이후 끝도 없이 쏟아지는 각종 ‘종북 의혹’에 대해 통진당이 오롯이 해명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지적도 흘러나온다.
여기에 아직 그 실체가 전부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국정원 역시 지난 2010년부터 이석기 의원 등 RO 핵심 인사 다수의 전화 통화, 이메일 등을 수십 차례 감청해 A4용지 6000여쪽 분량의 녹취록을 작성, 확보한 상태로 알려졌다. 또한, 국정원은 이른바 ‘RO모임’으로 간주되고 있는 이 의원의 5월12일 강연 동영상의 원본도 소지, 결정적 증거로 통진당을 압박할 방침이다.
이 밖에도 복수의 언론을 통해 ‘RO 조직의 실체’와 ‘북한과의 연계성 정황들’ 등이 줄줄이 터지고 있어 과연 통진당이 줄곧 되풀이해 온 “왜곡·조작이다”라는 해명 대신 객관적인 증거로 이 모든 의혹을 해소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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