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대표팀 복귀…명분은 마련 ‘절차는’
크로아티아전서 중원사령권 부재 절감
대표팀 복귀 위해서는 진정성 사과 필요
경기 내내 무기력한 공격을 펼친 홍명보호가 동유럽의 강호 크로아티아에 완패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서 열린 크로아티아와 평가전에서 후반 20분과 후반 25분에 도마고이 비다와 니콜라 칼리니치에게 연속골을 얻어맞고 1-2 패했다. 후반 종료 직전 이근호가 그나마 자존심을 회복하는 골을 터뜨렸지만 패배를 막지 못했다.
경기 후 많은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크로아티아전은 상대 파상공세를 이겨내지 못한 수비진부터 골 결정력이 아쉬웠던 공격수들까지 많은 문제점이 나타난 경기로 남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담당해야할 중원사령관의 부재는 앞으로 홍명보 감독이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이기도 하다.
이날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구사했다. 이 가운데 수비형 미드필더 구자철과 박종우는 홍 감독이 원한 움직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물론 수비적인 역할만 놓고 본다면 상대 길목을 차단하는 등 박수를 받기 충분하다. 하지만 현대 축구에서 중앙 미드필더란 수비는 물론 공격의 시발점 역할까지 담당해야할 멀티플레이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봤을 때 구자철-박종우 카드는 실패나 다름없었다. 특히 수비에서 공격 전환 시 한 박자 빠른 침투패스 또는 유기적인 공격가담이 이뤄졌어야 했는데 그들의 패스 대부분은 일단 좌우 윙어 손흥민-이청용에게 연결하기 급급했다. 말 그대로 ‘찔러주는 패스’가 없다보니 윙어의 돌파에 의존한 단조로운 공격만이 반복될 뿐이었다.
이쯤 되면 생각나지 않을 수 없는 한 선수가 있다. 바로 대표팀 중원사령관 기성용(24·선덜랜드)이다. 기성용은 빼어난 수비능력은 물론 공격 시 템포조절을 제대로 할 줄 아는 선수다. 일부 축구팬들 역시 크로아티아전 이후 기성용이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물론 기성용의 대표팀 복귀는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명 ‘SNS 파문’ 이후 그에 대한 여론이 비난 일색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도 부임 초반 “내 매뉴얼에 SNS란 없다”며 선수들의 이용 자제를 촉구했다. 사실상 기성용에게 경고성 돌직구를 날린 셈이다. 이후 홍명보 감독은 대표팀 엔트리를 발표할 때마다 기성용을 외면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기성용에게는 또 하나의 악재가 터졌다. 바로 소속팀 스완지시티와의 불협화음이었다. 결국 주전자리에서 내몰린 기성용은 이적을 모색해야 했고, 선덜랜드 1년 임대 조건으로 팀을 옮기는데 성공했다.
기성용이 발 빠르게 새 둥지를 튼 이유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기 위한 의지로 해석된다. 홍 감독은 전임 최강희 감독과 마찬가지로 대표팀 선발의 조건 중 하나로 실전감각을 강조하고 있다. 팀이 어디든 뛰어야 태극마크를 달게 해주겠다는 뜻이다.
이제 기성용이 대표팀에 복귀할 명분은 마련됐다. 새 소속팀 선덜랜드에서는 어렵지 않게 주전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중원사령관이 없어 우왕좌왕인 대표팀도 ‘해외파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남은 것은 절차다.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자신이 직접 ‘오만한’ 모습 없이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구하는 것쯤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 기성용은 파문 이후 소속사 측의 입장 전달 외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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