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괴담' 찍히거나 엮이면 죽는다?
진선미 하루만에 사과 '이례적'…지방선거서 '위력' 발휘할까
“‘일베’... 골치 아프니까...”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이같이 털어놨다. 지난 13일 진선미 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댓글의혹사건과 관련, ‘일간베스트저장소(이하 일베)’와 국정원의 연계의혹을 제기한지 하루만에 사과를 발표한데 대한 ‘배경설명’이었다.
진 의원은 이날 출입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어제 민주당 의원들의 기자회견 내용에 잘못된 부분이 있어 이를 수정하겠다”며 “충분한 확인을 거치지 못해 결과적으로 일베에 누를 끼친 부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사과했다.
진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베 사무실이 있었던 서울 강남구 H빌딩에서 대선개입 댓글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 의혹제기 하루 만에 곧바로 정정 및 사과입장을 발표 한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일베에 대한 ‘경계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위력 떨친' 일베, 찍히면 죽는다!
‘극우’ 인터넷 문화를 대변하는 일베는 지난 2010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에서 독립해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친 이후 조직적인 커뮤니티로 급부상했다.
온라인 시장 조사분석업체 랭키닷컴은 지난 2011년 상반기 월평균 일베 방문자가 20만 명 남짓이었는데, 총선이 치러진 지난해 4월엔 93만 명, 대선 기간인 지난해 12월에는 211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대선 전후인 지난해 12월 4일부터 올해 1월 3일 한 달 동안의 페이지뷰(게시물 클릭 수)는 10억 건이 넘는다. 일베의 최근 일일 이용자는 70만∼100만 명 선으로 추정된다.
실제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인터넷 여론은 일베 논란으로 들썩들썩했다. 일베가 특정 후보와 정파에 대한 파상공세를 폈고, 전직 대통령 비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폄훼 등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에 대해 거침없는 글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특히 야권 유력 대선주자였던 문재인-안철수 의원에 대한 각종 폭로와 공세로 ‘악명 아닌 악명’을 떨쳤다. 그 영향력은 각종 선거에 직간접적으로 미쳤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일베에게 찍히면 죽는다’는 말이 시중에 나돌 정도다.
하지만, 이후 일베가 ‘극우적이고 여성 비하적인’ 커뮤니티라며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자 일베 이용자임을 밝히면 사회적 지탄을 받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른바 ‘일베충(일베 이용자를 낮춰 부르는 말)’이란 말이 나오기도 했다.
일베 엮여도 죽는다? 연예계엔 '일베 주의보' 발령
‘일베’에서 사용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 코알라가 합성된 것도 모른 채 일본 수산물 방사능 위험을 다룬 뉴스를 내보낸 ‘SBS 8시 뉴스 사고’와 그 후폭풍은 일베의 위력을 보여준 단면이다.
방송사고 이후 즉각 민주당과 노무현재단은 논평을 통해 진상규명과 후속조치를 강구했고, 이례적으로 SBS는 방송사고 당일인 지난달 20일에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특히 일베 논란은 연예계로 번져 이른바 ‘일베 주의보’까지 발령됐다. 지난달 22일 그룹 버스커버스커의 멤버 김형태가 트위터에 “그룹 허니지 형들 차트 '종범'”이란 글을 올렸다가 네티즌들로부터 ‘일베 회원아니냐’는 의혹을 샀고, “꼴통이다”, “극우 밴드다”는 등 거센 비난을 받았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씨는 서둘러 “경솔한 단어 사용으로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사과의 글을 올렸다.
이에 앞서 걸그룹 크레용팝은 SNS에 ‘노무노무’, ‘절뚝이’ 등의 표현을 썼다가 곤욕을 치렀다. 네티즌들은 해당 표현이 각각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일베용어’라며 거칠게 비난했다. ‘일베용팝’으로 불리게 될 정도.
크레용팝과 소속사가 뒤늦게 고개를 숙이며 공식사과 했지만, ‘일베’라는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크레용팝을 배너광고 모델로 쓴 쇼핑몰 옥션은 회원 탈퇴와 불매운동 위협에 시달렸고, 결국 광고는 취소됐다.
인기 걸그룹 시크릿의 효성도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우리는 개성을 존중하는 팀이라 ‘민주화’시키지 않는다”고 말했다가 하루아침에 ‘일베충’이 됐다. 일베에서 ‘민주화’는 ‘상대 의견에 반대한다’는 뜻으로 통한다. 효성도 “정확한 뜻을 알지 못하고 사용했다”며 사과를 해야 했다.
다음 타깃은 박원순? 아들 병역비리 등 '2차공격' 준비
특히 일베의 다음 ‘타깃’은 박원순 서울시장이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일베는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박 시장 아들에 대한 ‘병역법 위반’ 의혹을 제기하며 거친 공세를 편 바 있다.
이후 박 시장이 공개 재검을 통해 아들에 대한 병역논란을 해소한 후에도 “믿을 수 없다”, “짜고 한 쇼다”는 반응을 보이며 박 시장의 각종 정책과 공약에 대한 비판으로 화살을 돌렸다. 일베에선 박 시장이 ‘원숭이’로 부르고, ‘박원순은 종북’으로 낙인찍는 발언이 놀이처럼 행해진다.
일베는 다음 선거 과정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의 중간 평가 성격인 내년 6.2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등 야권 후보를 공격하는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일베의 움직임을 보면, 내년 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 대한 총공격이 있을 것”이라며 “무차별 공세와 비난을 할텐데, 그게 오히려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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