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한복 화보' 막전막후
명절 때마다 되풀이 되는 연예인 한복 화보 뒷이야기
매번 명절 때마다 연예 전문 매체들 사이에선 묘한 경쟁이 벌어진다. 바로 한복 화보 인터뷰가 그 명절 대격돌의 장이다. 가장 핫하게 관심을 끌 수 있는 연예인이 바로 한복 인터뷰 섭외 대상인데 그런 대상이 되는 연예인은 한정돼 있지만 연예 매체는 그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부분이 바로 대격돌이 벌어지는 까닭이다.
올해 추석에는 단연 크레용팝이 가장 핫한 스타다. 그런 만큼 벌써 여러 매체에서 이들의 한복 화보 인터뷰 기사가 보도됐다. 가장 먼저 한복 화보 인터뷰를 내보낸 매체에선 크레용팝 멤버들이 한복을 입었음에도 고유의 헬멧을 쓰도록 코디하면서 더욱 코믹스러우면서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크레용팝다운 화보가 완성됐다.
그 이후 크레용팝의 한복 화보 인터뷰를 보도한 매체 관계자는 “크레용팝 한복 인터뷰 섭외를 마친 뒤 한 숨 돌렸는데 바로 앞서 다른 매체에 이미 한복 인터뷰가 나오는 바람에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라며 “한복 인터뷰 섭외에 성공해 마음 놓고 있었는데 예상 외로 경쟁이 뜨거웠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크레용팝은 아직 신인 스타인 터라 연예매체에서 인터뷰 섭외가 크게 어려운 연예인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런 경우에는 어디서 먼저 한복 인터뷰를 섭외하느냐가 관건이다. 여러 매체에서 한복 인터뷰를 진행할 경우 가장 먼저 보도한 매체가 웃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인터뷰 섭외 자체가 어려운 연예인의 경우 한 군데 정도하고만 한복 인터뷰가 이뤄지는 터라 섭외하는 것 자체가 전쟁이다. 그러다 보니 소속사 관계자와의 친분, 해당 연예인과의 인연, 해당 연예인 측근들과의 인맥 등이 총동원되는 뜨거운 섭외 경쟁이 불가피하다.
명절 때마다 되풀이되는 한복 화보 인터뷰 경쟁은 TV 연예 주간잡지 시장이 호황을 1990년대부터 뜨거웠다. 지금과 달리 인쇄 매체들의 경쟁이었던 터라 명절이 낀 주에는 한복을 입은 연예인 화보가 1면에 실리는 것이 당연했고 어느 매체가 더 스타급 연예인을 섭외해서 한복을 입히느냐가 TV 연예 주간잡지들 사이에선 뜨거운 명예 전쟁이었다.
당시 TV 연예 주간잡지는 매주 실리는 스타의 브로마이드 사진도 중요한 경쟁의 대상이었다. 인기 스타의 브로마이드 사진이 실릴 경우 절판이 될 정도였기 때문에 더욱 뜨거운 경쟁이 벌어졌다. 요즘 패션 잡지들의 연예인 패션 화보 경쟁이 과거 TV 연예 주간잡지들의 브로마이드 경쟁이 변화한 것이라 볼 수 있다.
TV 연예 주간잡지들의 한복 인터뷰 화보 경쟁은 1990년대 후반 스포츠신문이 연예 매체의 중심이 되면서 스포츠신문들의 경쟁으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연예가 메인이던 TV 연예 주간잡지와 달리 스포츠신문은 스포츠와 연예가 공존하는 매체로 스포츠의 1면 점유율이 훨씬 높았다. 또한 잡지가 아닌 신문인 터라 표지 경쟁도 그리 치열하진 않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누구의 한복 화보 인터뷰가 실리느냐는 여전히 각 스포츠 신문들의 자존심 싸움이기도 했다.
한창 뜨겁게 한복 인터뷰 화보 경쟁이 진행되던 시절의 다양한 에피소드가 전해지기도 한다. 몇 가지 소개하면, 우선 결혼설 발표 직후 한 TV 연예 주간잡지 표지에 한복 화보가 실린 연예인 커플의 이야기다. 이들 커플의 결혼 기사는 해당 매체가 아닌 경쟁 잡지를 통해 특종 보도됐다. 커플 가운데 한 명인 여배우 A가 해당 매체 여기자와 매우 절친한 사이로 알려져 있던 터라 결혼설 역시 A가 그 기자에게 흘린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당연히 커플 한복 인터뷰도 그 잡지에 실릴 것이라 예상됐지만 엉뚱하게 경쟁 잡지에 실린 것. 그 사연을 알고 보니 이미 A 커플의 결혼설을 확인한 매체에서 기사를 쓰려고 있지만 소속사 측에서 조금만 기사화를 미뤄 달라고 부탁해 기사화할 시기를 조율 중이었다. 그런데 그만 A가 평소 친분 있던 기자에게 결혼 사실을 알리면서 먼저 기사화가 된 것이다. 결국 A의 소속사는 먼저 결혼설을 확인했음에도 특종을 놓친 매체가 격분하자 이들 커플의 한복 화보 인터뷰를 제공하는 선에서 사태를 해결했던 것이다.
한복 연예인 화보를 둘러싸고 치열한 인맥 전쟁이 치러지던 시절엔 이로 인해 연예인과 소속사가 등을 지는 사례도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여자 가수 B는 한 스포츠신문과 한복 화보 인터뷰 진행을 약속했지만 소속사 측에선 다른 스포츠 신문과의 한복 화보 인터뷰 섭외에 응했다.
두 군데 모두 진행하긴 어려운 상황에서 B와 소속사가 대치하는 형국이 벌어졌다. 소속사 대표와 B의 담당 실장이 각각 평소 친분 있던 연예부 기자가 속한 스포츠 신문과 화보 촬영을 약속한 것. 결국 B가 자신의 실장 매니저의 손을 들어 주면서 해당 스포츠 신문과 화보 촬영이 이뤄졌다. 이로 인해 갈등이 심화된 B와 소속사는 끝내 갈라서게 됐으며 B가 대형 연예기획사로 소속사를 옮기는 과정에서 담당 실장 매니저 역시 함께 회사를 옮겼다. 게다가 해당 실장 매니저는 이사급으로 스카우트된 구도였다. 연예관계자들은 당시 한복 화보 인터뷰 건은 분쟁이 겉으로 드러나는 계기가 됐을 뿐 소속사와 B의 관계는 이미 상당히 틀어져 있었다고 설명한다. 또한 당시 B가 실장급 매니저와 연인 관계였기에 그런 일이 벌어진 것이라는 소문도 줄을 이었다.
협찬 역시 난제다. 연예인 한복 화보 촬영은 대부분 유명 한복 업체에서 협찬을 받아 이뤄진다.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는 한복이나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한복으로 화보 촬영이 이뤄지는 게 아니다. 한복 역시 매년 유행이 있기 마련이고 이런 한복 유행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연예인 명절 한복 화보 인터뷰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복 업체에선 자신들의 한복을 입히고 싶은 연예인을 고르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문제가 생긴 경우도 있다. 바로 톱스타 C의 한복 화보 무산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1990년대 후반 한 TV 연예 주간잡지에선 당시 한창 주목받던 신예 C의 한복 화보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렇지만 해당 한복 업체가 협찬불가 입장을 표명해 화보가 무산됐다. 경쟁 TV 연예 주간잡지에서 당시 톱스타인던 연예인의 한복 화보 인터뷰를 진행하며 C 측이 선정한 한복을 협찬 받은 것. 문제는 이후 C는 톱스타로 승승장구했으며 C의 한복을 대신 입고 화보 촬영을 한 당시의 톱스타는 곧 물의에 휘말리며 연예계에서 사라져간 것. 이후에도 C와 해당 한복 업체는 사이가 상당히 껄끄러웠다는 후문이다. 몇 년 뒤 겨우 이들의 관계는 회복됐지만 여전히 C는 단 한 번도 해당 한복 업체 한복을 입고 화보 촬영을 진행하진 않았다.
인터넷 연예 매체가 대세가 된 2000년대 중반 이후 연예 매체의 한복 인터뷰 섭외 전쟁도 크게 줄어들었다. 연예기획사들의 대응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하나뿐이어야 하는 1면 표지 경쟁이 아닌 만큼 하나의 화보를 최대한 다양한 매체에 실리도록 하는 것이 효율적인 매체 환경이 조성된 것. 이로 인해 명절 때가 되면 아예 소속사 차원에서 한복 화보를 촬영해 각 매체에 보도 자료로 발송하는 형태가 많아진 것. 명절이면 연예인의 한복 화보가 필요한 연예 매체 입장에선 손쉽게 한복 화보를 확보할 수 있으며 연예인 측에선 한복 화보가 최대한 많은 매체에 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이런 변화의 원인은 과거에 비해 연예인 한복 화보가 대중의 큰 관심을 받지 않는다는 부분이 더 결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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