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단체 간부들과 오찬서 "내년 형편 어려운 어르신 지원은 다행"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전국 노인단체 간부들을 만난 자리에서 기초연금 공약이 일부 수정된 것과 관련, 거듭 진심을 담아 사죄의 뜻을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대한노인회를 비롯한 노인단체 간부단, 노인 자원봉사자, 노인일자리 참여자 등 각계각층의 어르신 183명과 오찬을 갖고, “당초 계획했던 것처럼 모든 분들에게 (연금을) 다 드리지 못하고 불가피하게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 나도 참 안타깝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래도 당장 내년부터 형편이 어려운 353만명의 어르신들에게 매월 20만원씩을 줄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재정여건 회복과 국민적 합의를 전제로 수혜층에서 제외된 소득·재산 상위 30% 어르신들에게도 향후 기초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또 기초연금 도입 취지와 공약 수정 배경을 재차 설명하면서 오찬에 참석한 어르신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박 대통령은 먼저 “어르신들은 6.25 이후 폐허나 다름없었던 나라를 땀으로 일으켜 세워서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주인공들”이라면서 “가진 것 없이 열심히 노력해서 집안을 일으키는 것을 자수성가라고 하는데 우리 어르신들은 자수성가를 넘어 자수성국을 이룬 분들”이라고 독려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나는 이런 어르신세대 여러분이 행복한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국가가 도움을 줘야 한다고 늘 생각해왔다”면서 “그러나 어르신들 중에는 가족과 나라를 위해 헌신하느라 정작 본인의 노후는 준비하지 못한 분들이 많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이 OECD 국가 중 제일 높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나는 어르신들이 노후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은 국가가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기 위해 기초연금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래서 지난 대선 때 기초연금제를 도입해 모든 분들에게 20만원씩 주겠다고 공약했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은 “세계경제가 다 어려워 우리도 세수가 크게 부족하고, 국가의 재정상황도 안 좋아 비교적 형편이 나은 소득 상위 30%의 어르신들은 제외하고 나머지 대부분의 어르신들에게 매월 20만 원씩 주는 기초연금제를 시행하는 것으로 발표했다”며 불가피하게 공약을 수정한 데 대해 이해를 구했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어르신들의 건강에 대한 염려를 덜어드리는 일에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면서 우선 내년 7월부터 임플란트 치료에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토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박 대통령은 “구십춘광(九十春光)이란 말이 있듯 요즘 어르신들은 젊은이 못지않은 마음의 열정을 갖고 있는데, 여러분이 평생 쌓아온 지혜와 경험을 활용하시면서 제2의 청춘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기반을 구축해나갈 것”이라며 “또 어르신들의 일자리와 자원봉사 기회도 꾸준히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더불어 “앞으로 노년이 편안하고 어르신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일에 최선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는 제17회 노인의 날을 닷새 앞두고 치러진 정례행사로 청와대는 “젊은 시절 땀과 희생으로 오늘의 대한민국을 일군 어르신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편, 어르신들의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 지혜와 경험을 나누는 사회 분위기를 확산시키고자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미국·호주·브라질·베트남 등 해외에 거주 중인 어르신 4명과 올해 100세가 돼 청려장(명아주 줄기로 만들어진 지팡이로 건강의 상징)을 수여받게 되는 어르신들을 대표해 100세 어르신도 초청됐다.
또 KBS 예능프로그램 ‘남자의 자격’을 통해 구성된 어르신 합창단 ‘청춘합창단’이 축하무대에 올라 ‘사랑이라는 이름을 위하여’, ‘인생은 60부터야’ 공연을 선보여 자리의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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