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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박지성 서비스 그리운 맨유


입력 2013.09.28 11:54 수정 2013.09.28 23:2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충민 객원기자

맨유, 인터셉트도 없고 압박 강도도 떨어져

공격-허리-수비 모두 가담하는 멀티헌신형 없어

지금 맨유엔 ‘제2의 박지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 데일리안 DB

"완벽한 프로페셔널이다.”

세계적 명장 알렉스 퍼거슨(72·은퇴)이 박지성(33·PSV아인트호벤)을 향해 엄지를 치켜들며 한 말이다.

박지성은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 대충하는 법이 없다. 하나의 임무를 부여하면 ‘원 플러스 원(1+1)’ 서비스 정신까지 발휘한다.

프로정신의 원천은 건강한 사생활에서 나온다. 술·담배를 일절 하지 않는 박지성은 20대급 폐활량을 자랑한다. 검소한 취미도 돋보인다. 풍부한 독서로 교양을 쌓고 3차원 축구게임을 통해 공간 지각력을 향상시킨다.

축구 선수의 시점은 1인칭이다. 앞에 벽이 있다면 점프하지 않는 이상 벽 넘어 세상을 볼 수 없다. 그런데 박지성은 예외다. 광활한 입체 시야를 바탕으로 공의 흐름을 예측해 인터셉트한다. 퍼거슨도 놀란 세계 최고의 공간 지각능력이다.

지금 맨유엔 ‘제2의 박지성’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맨유는 지난 23일 ‘2012-13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원정에서 1-4로 졌다. 맨유는 맨시티에 시종일관 정신없이 얻어맞다가 루니 만회골로 간신히 ‘영패’를 모면했을 뿐이다.

그러자 SNS에선 맨유 팬들의 울화 섞인 자괴감이 들끓었다. 한 영국인은 “프로와 아마추어의 경기를 보는 듯했다. 맨유의 인터셉트는 전무했고 압박도 형편없었다. ‘두 개의 심장’ 박지성이 그리웠다”고 토로했다.

평가 그대로다. 박지성이 떠난 후 맨유는 가가와 신지와 반 페르시, 펠라이니 등을 영입했지만 무언가 부족하다. 헌신적인 멀티 미드필더에 대한 갈증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가가와 신지는 제2의 박지성은커녕 제2의 처량한 동팡저우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낳고 있다. 2시즌 만에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가가와는 슬럼프에 빠졌다. 영국 특유의 혹독한 피지컬 싸움을 버거워한다.

사실 박지성을 홀대한 주역은 맨유 구단이 아니라 영국 평론가들이다. 박지성은 지난해 5월 영국 복수의 언론으로부터 ‘억울한 뭇매’를 맞았다. 맨유가 맞수 맨시티와의 2011-12 프리미어리그에서 0-1로 패하자 약속이나 한 듯, 박지성을 집중적으로 때렸다.

영국 유수의 일간지들은 8경기 만에 선발 출장한 박지성을 향해 “경기력에 문제가 있다. 장점이 사라졌다”고 퍼부었다. 특히, 스카이스포츠는 “왕성한 지구력이 시들해졌다”며 “맨유에서 더는 버티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박지성은 전혀 지치지 않았다. 최근 아약스전에서 보여준 활약상이 증거다.

네덜란드리그 ‘숙명의 맞수’ 아약스전에서 보여준 박지성의 기량은 경이로움 그 자체다. 1골-1도움으로 4-0 대승을 견인했다. 아인트호벤이 아약스를 격파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4년만, 4골차 대승은 2004년 이후 9년 만이다. ‘강팀킬러’ 박지성은 아약스전 최우수선수가 분명했다. 종료 직전 홈 관중은 박지성 응원가 위송빠레를 열창했고, 카메라도 박지성을 수차례 클로즈업했다.

이처럼 박지성은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팀 플레이어다. 대한민국-교토상가-아인트호벤-맨유 등 가는 팀마다 개성강한 팀원을 한 덩어리로 모은 자석이었다. 게다가 1인 3역을 소화해냈다. “공격에 박지성, 허리에 박지성, 수비에 박지성이 있다”는 프랑스 평론가의 극찬이 이어졌다.

풍부한 활동량도 여전하다. 심지어 ‘24세’ 가가와보다 더 많이 뛴다. 박지성은 지난달 21일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에서 전성기 못지않은 체력을 과시했다. 이날 박지성은 68분간 8.8Km를 뛰었다. 이탈리아 언론은 박지성을 ‘최우수 선수’에 선정하며 “90분으로 환산하면 12km를 달린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완벽한 프로, 놀라운 공간 지각, 건강한 사생활로 다져진 경이로운 폐활량, 이 모든 게 바탕이 된 ‘헌신’, 맨유 팬들이 그리워하지 않을 수 없는 박지성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VS 웨스트 브로미치 알비온(28일 오후 11시·올드 트래포드)

이충민 기자 (robingibb@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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