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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진영 사표 '반려에서 수리로'


입력 2013.09.30 18:34 수정 2013.09.30 18:39        김지영 기자

청와대 "수리한 이유는 정 총리 입장 발표로 갈음"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기초연금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자료사진)ⓒ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30일 기초연금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표를 수리했다.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박 대통령이 진 장관의) 사표를 조금 전에 수리했다”고 밝혔다. 앞서 진 장관의 사표는 안전행정부의 결제와 정홍원 국무총리의 수리를 거쳐 청와대에 전달됐다. 국무위원 사퇴의 경우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대통령에게 최종 보고된다.

당초 청와대 측은 진 장관의 사퇴를 만류하는 입장이었다. 정 총리는 진 장관이 이메일을 통해 복지부 출입기자단에 사의를 표명했던 지난 27일 “현재 새 정부 첫 정기국회가 진행 중이고 국정감사도 앞두고 있으며, 복지 관련 예산문제를 비롯해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들도 많다”는 이유로 사표를 반려했다.

이와 관련, 이 수석도 같은 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 총리의 진 장관 사표 반려는 대통령과 상의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 29일 진 장관이 기초연금에 국민연금을 연계한 문제를 사퇴 이유로 밝히면서 상황은 급반전됐다.

당시 진 장관은 장관실 직원의 결혼식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초연금을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하는 것에 여러 번 반대했고 이런 뜻을 청와대에도 전달했다”면서 “국민연금과 연계한 기초연금안을 반대해온 사람이 어떻게 국민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 이것은 양심의 문제”라고 말했다.

진 장관은 또 “(이제) 쉬고 싶다”면서 “그만 사의를 허락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그간 추측만 무성하던 ‘기초연금 공약 책임론’을 기정사실화하면서 본인이 사퇴하는 이유를 청와대에 떠넘긴 것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30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국민을 대신해 정책을 입안하는 정부와 국무위원들, 수석들은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모든 일을 해야 할 것”이라며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각자 임무에 최선을 다할 때 국민에게 신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책임을 청와대에 떠넘기고 사퇴한 진 장관을 겨냥한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박 대통령은 또 “비판을 피해간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면서 “당당하게 모든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다는 의지와 신념이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박 대통령의 의중은 정 총리의 사표 수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 정 총리는 이날 오후 ‘진 장관 사퇴 입장발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이제 정부는 더 이상 진 장관이 국무위원으로 국민을 위한 임무를 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사표를 수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정 총리는 “정기국회와 국정감사 등 중차대한 시기를 코에 두고 이렇게 무책임하게 사의를 표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국무위원으로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며 진 장관을 거칠게 질타했다.

정 총리는 또 “어떤 말로도 이렇게 어려울 때 복지 관련 문제를 책임질 수장이 정부와 국회를 마비시키는 행동은 국민들에게 실망감과 허탈감을 안겨 줄 것”이라며 “이 문제는 (기초연금에 대한 진 장관의) 소신이나 양심과 상관없는 국무위원으로서의 책임과 사명감의 문제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진 장관 스스로 정책실패를 기정사실화하고, 사의를 굳힌 마당에 더 이상의 사표 반려는 무의미하다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 수석은 진 장관의 사퇴 문제로 빚어진 개각 논란에 대해 “개각은 없다. 이 부분은 분명히 해주길 바란다”면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이 수석은 이날 오전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각에 대해서는 어제 국무총리실에서 발표한 내용이 맞다. 개각은 없다”면서 “다시 한 번 밝히지만 개각은 전혀 사실 아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정 총리의 입장발표 전까진 박 대통령이 진 장관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란 추측이 팽배했다.

이와 관련, 이 수석은 “(국무위원이) 사표를 내서 공석이 되면 그 자리를 인선하는 것은 보통 개각이라 표현하지 않는다”면서 “다른 분야, 다른 부처에 대한 개각은 분명히 없다는 걸 토요일에 총리도 말했고, 그 뒤에도 보도돼서 나도 분명히 그 부분을 얘기했다. 그것은 지금 이 시간도 같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반나절 만에 사표 ‘반려’에서 ‘수리’로 입장이 돌아선 배경에 대해 정 총리의 입장발표로 갈음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 총리는 그간 진 장관의 사표를 반려했던 배경에 대해 “진 장관이 국무위원일 뿐 아니라 국민의 선택을 받은 국회의원으로서 새 정부의 첫 정기국회가 열리고, 예산과 법안심의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앞두고 당연히 재고해 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사퇴에 대한 진 장관의 입장이 확고한 탓에 박 대통령과 정 총리 입장에서도 더 이상 복지부 장관 자리를 명패만 남아 있는 ‘명예직’으로 남겨둘 수 없었던 것이다.

한편, 공약 이행 문제를 두고 복지부 장관직이 공석이 됨에 따라 향후 정부의 복지공약 이행에 있어서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진 장관이 기초연금 공약을 실패한 정책으로 기정사실화한 탓에 정부의 정책 추진동력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또 ‘집안싸움’으로 정부에 대한 신뢰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다. 야권이 기초공약 수정을 빌미로 정부에 대해 맹공을 퍼부을 것이 자명한 상황에, 장관의 사퇴는 또 다른 비판의 빌미가 될 수밖에 없다. 최악의 경우 국정감사가 ‘인사파동’, ‘공약수정’ 등과 관련해 난투가 벌어지는 정권심판의 장으로 변질될 소지도 있다.

또 이 수석은 후임 복지부 장관 인선과 관련해 “(조만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청와대가 국감 전후로 인선작업에 착수한다면 착수한 대로, 착수하지 못한다면 착수하지 못한 대로 야권의 거센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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