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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 데뷔' 박근혜정부, 날선 '야당 칼' 비껴막기


입력 2013.10.02 11:02 수정 2013.10.02 11:29        김지영 기자

복지부 검찰 감사원 등 수장 공백까지 삼중고 헤쳐나갈 방법 모색

채동욱 전 검찰총장에 이은 진영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사퇴로 청와대가 난관에 봉착했다. 당장 보름여 앞으로 다가온 국정감사가 가장 큰 걱정이다. 개별부처의 국정운영, 정책평가 등과 별개로 정권의 인사와 조직관리 등에 감사의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미 국감과 관련해 선전포고를 한 상황이다. 당 원내대표를 지냈던 박기춘 민주당 사무총장은 1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24시 비상국회 운영본부회의’에 참석해 “박근혜정부의 첫 국정감사 데뷔무대에서는 우리 민주당의 24시 비상운영본부의 맹활약이 어느 때보다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 총장은 이어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박근혜정부의 지난 8개월”이라며 “무능한 청와대, 무기력한 집권당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 국민도 속고 야당도 속은 빗나간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권은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 기초연금 공약 수정, 양건 전 감사원장 사퇴,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퇴, 진영 전 복지부 장관 사퇴 등에 대해 진상을 파악하고,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상임위원회별로는 해당 사안들의 소관 상임위인 정보위·보건복지위·법사위·안정행정위 등에서 격전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이번 국감은 국회가 행정부의 국정수행이나 예산집행 등에 대해 벌이는 감사활동이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날 소지가 크다. 오히려 국정의 특정 분야에만 치우쳐 정부를 비판함으로써 정부와 집권여당을 싸잡아 공격하고, 여야 대치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야권의 정쟁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

박근혜정부 첫 국정감사를 앞두고 고민이 많다. 청와대는 의혹이나 비판 등에 대해서는 각 주무부처가 저우 입장을 잘 설명하면서 국감을 풀어나갈 방침이다. 사진은 박근혜 대통령 주재의 수석비서관 회의 장면 ⓒ청와대

그렇다고 정부의 입장에서 마땅한 대응방안이 있는 것도 아니다. 양 전 원장과 진 전 장관의 사퇴의 경우 그 배경에 청와대와 해당 부처 간 ‘집안싸움’이 존재했던 것이 기정사실화된 만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명확한 해명을 통해 ‘매를 덜 맞는 것’이 전부다.

또 감사원과 검찰, 복지부 등 수장이 공석으로 남아 있는 정부부처는 야권의 공세에 원칙을 두고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국감 스타’ 만들기에 혈안이 된 각 의원실의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로 정부에 상처만 남기는 국감으로 끝날 가능성이 있다. 짧은 기간에 쏟아지는 수많은 의혹에 대해 주무부처의 명확한 해명이나 근거가 제출되지 않을 경우 해당 의혹은 사실로 간주되는 일이 부지기수다. 정부엔 심각한 타격이다.

문제는 국감이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될 경우 국정원 사태 등 소모적 이슈에 묻혀 새 정부가 지난 8개월여 동안 이룬 성과까지 빛을 바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복지위와 법사위 등 주요 상임위가 특정 현안에 매몰된다면 정부가 추진 중인 복지공약 관련 법안과 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에도 제동이 걸린다.

가장 큰 쟁점인 기초연금도 공약의 ‘수정이냐, 후퇴냐’를 놓고 잘잘못만 따지다가는 정책의 재원 마련과 지속 가능성 등 본질적인 부분에는 접근도 못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청와대 측은 국감은 각 주무부처에서 준비하는 만큼 의혹이나 비판에 대해선 부처를 통해 정부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청와대는 민생공약 이행 등 기존에 추진하던 정책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선택한 것 자체가 무리하거나 아닌 것을 한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감안해 최선의 정책을 선택한 것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들에 대해선 당장 문제가 되는 면이 있다고 해도 정책의 지속성과 취지 등을 잘 설명하면 국민들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열심히 우리가 설명에 들어가는 수밖에 더 있겠느냐”면서 “다만 구체적으로 청와대의 입장이 이렇다, 말할 수 있는 시점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지영 기자 (jy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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