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과의 타협' 홍명보 감독에게 유럽파란
기성용 발탁-박주영 탈락 수긍..윤석영? 지동원??
세워둔 원칙과 타협할 수밖에 없는 환경
언제부터인가 홍명보 감독에게 유럽파는 그야말로 애증의 대상이다.
대표팀에 발탁해도 고민, 발탁하지 않아도 고민이다. 부르지 않자니 이들 만한 선수가 없고, 부르려고 하니 정해놓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홍명보 감독은 취임 당시부터 '소속팀에서 꾸준히 활약하는 선수를 대표팀에 발탁하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유럽파였다.
박주영이나 기성용 같은 유럽파들이 소속팀에서 출전기회를 제대로 얻지 못하면서 대표팀에 오랫동안 발탁되지 못하자, 이들의 기용여부를 놓고 찬반양론이 엇갈렸다. 홍명보 감독으로서도 원칙의 적용 범위를 어디까지 두느냐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홍명보 감독은 최근 브라질-말리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다시 한 번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홍명보호 출범 이후 처음으로 기성용이 대표팀에 복귀했지만 박주영은 탈락했다. 하지만 박주영과 마찬가지로 소속팀에서 별다른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는 지동원과 윤석영을 정작 대표팀에 발탁, 원칙의 일관성을 놓고 혼선이 일어났다.
기성용 역시 논란의 대상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최근 선덜랜드 임대이적이후 꾸준히 선발 출전해 경기감각은 많이 끌어올렸지만, 지난 7월 저지른 SNS 파문의 후유증이 문제였다. 전 대표팀 감독을 비방하고 대표팀에 파벌을 조장했다는 의혹을 받는 선수를,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의 절차 없이 대표팀에 복귀시키는데 대해 홍 감독이 추구하는 '원팀'의 철학과 맞느냐는 비판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홍 감독은 기자들과의 간담회를 통해 최근 불거진 대표팀 선수선발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 입장을 정리했다. 무엇보다 홍 감독이 제시했던 '원칙'의 범위를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한 것이 두드러진 변화였다.
'소속팀에서 제대로 뛰지 못하는 선수는 발탁할 수 없다‘는 원칙은 '소속팀에서 6개월 이상 뛰지 못하는 선수'로 기준이 좀 더 관대해졌다. 원칙 자체에 대해서도 '개인보다는 팀 전체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들면'이라는 전제하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유럽파들에 대한 편애 논란에 대해서도 조심스러운 입장을 피력했다. '유럽무대에서 비주전으로 활약하는 선수'를 '국내 무대에서 뛰는 선수'와 동일한 잣대에서 볼 수는 없다는 것. K리그의 수준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유럽파 선수들의 경쟁력을 국내 선수들보다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히 드러낸 셈이다.
홍 감독의 의중은 자신이 너무 경직된 원칙에만 얽매이는 인물이 아니라, 강한 대표팀을 구축하기 위한 과정에서 얼마든지 판단의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월드컵 본선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원칙에 대한 타협과 융통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홍 감독의 고뇌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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