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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5분발언 녹취록 부분 발췌해 짜깁기


입력 2013.10.11 11:24 수정 2013.10.11 11:45        김소정 기자

"저장소 불가능" 언급은 "준비 전제" 생략

이석기 공산주의 비난도 주체사상 칭송 전제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내란음모’ 사건과 관련해 같은 당 이상규 의원이 허위임을 주장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정작 이 의원의 주장이야말로 녹취록을 왜곡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의원은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5분 발언’을 자청하고 나서 “진실과 거짓, 허상과 실상에 대해 말하겠다”면서 “언론·수사기관이 실상을 180도 바꿔 종북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표적으로 그는 “이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보면 40쪽에 ‘기간시설파괴를 모의했다’는 보도와 다르게 ‘(유류)저장소를 어떻게 한다 불가능한 얘기고, 통신교란 불가능한 얘기고’(라고 기록돼 있다)”면서 “49쪽에도 역시 ‘무기습득, 기술습득 같은 얘기는 뜬구름 잡는 얘기’라고 언론보도와 반대로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이 의원의 주장이야말로 지난 합정동 모임 녹취록의 일부분만 발췌한 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경기남부지역 조직원 최모 씨가 “저장소를 어떻게 한다 불가능한 얘기고, 통신교란 불가능한 얘기고”라고 언급한 것이지만 사실상 최 씨는 이어 “전쟁 상황에 유류저장소 폭파 및 통신교란을 위해서는 조직이 ‘군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위치체계와 준비’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말했다.

따라서 최 씨의 발언은 ‘국가기간시설 파괴를 위해 치밀한 군사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지만 그는 이런 최 씨의 뒷부분 발언 내용을 생략한 채 자신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발췌해 거론하면서 왜곡된 주장을 펼쳤다.

녹취록에 있는 최씨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사실 개별적으로 저장소를 어떻게 한다 불가능한 얘기고, 통신교란 불가능한 얘기고. 우리 지역에서 상황이 발생하면 군사쪽으로 움직여야 되는 거고, 군사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위치 체계와 준비가 돼 있는가? 이걸 점검하고 부족한 것은 채워 나가는 부분이라서 어떤 시설에 대한 타격이나 이런 문제도 그게 갖추어줘야 가능한 거지. 그렇지 않고는 가능할 수 없다."

또한 이 의원은 5분 발언에서 “체포동의서에 ‘공산주의자를 척결하자’는 발언도 있는데 이 발언이 어떻게 북한에 동조한 것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이석기 의원이 합정동 모임에서 ‘주체적으로 자기 입장을 투철히 하자’고 주장하는 등 주체사상에 입각해 현 정세를 바라볼 것을 강조하는 북한에 동조하는 발언을 하면서도 ‘개량주의, 합법주의, 공산주의’를 ‘잡사상주의’라며 이를 척결하자고 주장한 것을 거론한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2012년 당내 경선부정사건을 거론하던 이 의원이 당내 PD계(정통 마르크스·레닌주의 그룹) 등 타 정파의 사상을 종파주의라고 비난하면서 공산주의를 척결할 것을 주장한 것이었다. 이 의원은 당시 ‘종파분자들의 당권 찬탈음모’라는 말로 타 정파를 비난하면서 주체사상만을 유일한 혁명사상으로 강조했다.

이와 관련한 녹취록에 있는 이 의원의 발언은 다음과 같다.

오늘 강조한 것은 물질, 기술적 준비 문제만이 아니라 전제하에 현 정세에 대한 주체적으로 자기 입장을 투철히 하자. 알게 모르게 침투했던 체제, 개량주의, 합법주의, 공산주의 등 잡사상주의가 많은데 이런 것을 척결하는 주요한 시금석, 물질적 기준이 너무나 분명하다.

이날 이상규 의원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사실대로, 객관적으로 하자는 것이다. 최소한의 공평성은 보장되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우리가 모든 걸 다 잘 했다는게 아니다. 미흡한 점 있다. 고쳐나가겠다. 그러나 공정한 눈으로,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 입각하여 판단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그의 이런 주장은 RO 회합 녹취록이 공개된 직후인 지난 8월30일 이석기 의원이 자청해 기자회견을 열고 혜화동 전화국과 평택 유류저장고 파괴 등 구체적인 행동방침이 언급된 권역별 토론에 대해 “아는 바 없다. 분반에 참가한 적이 없다”거나 “나는 뼛속까지 평화주의자”라는 말로 얼버무렸던 것과 크게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김소정 기자 (brigh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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