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맨 못 키운 KGC…부상병동 재방송 '속수무책'
주축선수 부상 직격탄..개막 후 4연패 수렁
시즌 초 전력약화 예견..사전 준비 미흡 드러나
안양 KGC 인삼공사가 시즌 개막 일주일 만에 최대 고비에 직면했다.
KGC는 개막 이후 한 경기도 이기지 못하고 4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최하위로 추락했다. 2011-12시즌 우승, 지난 시즌 4강에 올라 신흥강호로 부상한 KGC는 올 시즌에도 상위권이 유력할 것으로 전망됐지만, 초반부터 충격적인 부진에 빠졌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부상이다. 이미 지난 시즌부터 부상악령에 시달려온 KGC는 올해도 주축 선수들이 부상에 허덕이며 정상전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포인트가드 김태술이 발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해 있고, 오세근과 양희종도 경기에는 뛰고 있지만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다.
외국인 선수 선발도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숀 에반스와 마퀸 챈들러는 상대팀들의 외국인 선수들과 매치업에서 우위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시즌 개인플레이 성향이 강했지만 뛰어난 득점력을 발휘했던 후안 파틸로의 재영입도 고려됐으나 파틸로 측의 무리한 요구로 협상이 무산됐다. 4년 만에 안양으로 돌아온 챈들러는 공격능력은 살아있지만 뒤늦게 합류해 역시 컨디션이 정상이 아닌데다 기복이 심하고 볼을 많이 끄는 약점도 여전하다.
KGC는 울며 겨자 먹기로 김윤태, 이원대, 정휘량, 최현민 등 식스맨들을 기용하고 있지만 이들이 아직 주전들의 빈자리를 메우기에는 벅차 보인다. 유망주로 꼽히는 슈터 전성현도 팀에 뒤늦게 합류해 손발을 맞출 시간이 없었다.
탄탄한 압박수비와 조직력이 장기였던 KGC에서 비주전급 선수들이 팀이 추구하는 유기적인 플레이에 녹아들지 못해 고유의 색깔을 잃어버린 모습이다. 리그에서 가장 강력한 수비력을 자랑하던 KGC지만 올 시즌에는 실책과 속공, 공격 리바운드 허용으로 쉽게 내주는 점수가 대폭 늘었다.
이는 곧 KGC가 올 시즌에 대한 대비가 안이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세근과 양희종의 초반 컨디션 난조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수술과 재활을 거친 두 선수에게는 초반 출전시간 관리가 필요했고, 완전히 정상컨디션을 회복하기까지는 빨라도 3라운드 이후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이상범 감독도 충분히 예상했던 대목이다.
이정현의 입대와 김성철의 은퇴도 갑작스럽게 결정된 것이 아니다. 결국 시즌 개막을 앞두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라면 오로지 김태술의 부상뿐이었다. 아무리 포인트가드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해도 김태술 하나가 빠졌다고 이정도로 무기력한 플레이를 펼치는 것은, 장기레이스를 운영해야하는 팀으로서 실격이다.
실제로 2012년 우승 이후 KGC는 현상 유지에만 만족했을 뿐, 별다른 전력보강이나 변화에 대한 의지가 없었다. 지난 시즌 부상병동으로 한 차례 홍역을 겪고도 식스맨들의 기량과 경험이 크게 성장한 것도 아니고 플랜 B에 대한 대비가 전혀 없었다는 것은 구단의 안이한 대처라고밖에 할 수 없다.
그나마 이상범 감독이 잘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는 부진한 팀 성적에 대한 조급증으로 재활중인 선수들을 무리하게 몰아붙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상범 감독은 부상 중인 오세근과 양희종의 출전시간을 철저히 안배하고 있으며, 김태술에게도 무리한 복귀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당장의 성적에 대한 욕심으로 주축멤버들의 선수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소탐대실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수년간 하위권을 전전하며 얻은 인내심에 관한 노하우다.
그렇지만 시즌 초반 부진이 길어지면 이상범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정상컨디션이 아님에도 오세근과 양희종이 그나마 코트에 버티고 있을 때와 이들이 벤치로 물러났을 때 경기력의 차이가 너무 크다.
감독 입장에서는 여전히 회복중인 주축 선수들의 출전시간을 관리하면서 적절한 교체타이밍을 잡기가 곤혹스럽다. 단기간에 뾰족한 대책이 없기에 무기력한 식스맨들의 정신적 각성을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
새로운 마음으로 출발선에 섰던 다른 팀들과 달리, KGC는 마치 첫 경기부터 지난 시즌의 55번째 게임을 치르고 있는 듯한 분위기다. 모든 면에서 지난 시즌과 흡사할 만큼 닮았지만 상황은 조금 더 나빠졌다. 창단 첫 우승의 기쁨을 맛본지 1년여 만에 또 한 번의 위기에 봉착한 KGC가 이 시련기를 어떻게 극복할지 주목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