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기투합 SUN·야왕, 8위의 패자부활전?
이순철 코치 후임으로 한대화 전 한화이글스 감독 수석코치 임명
선동열 감독과 삼성 시절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 합작
선동열과 한대화, 동병상련을 겪은 두 지도자의 재회가 야구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KIA는 지난 17일 2014시즌을 대비한 새로운 코칭스태프 구성을 확정 발표했다. 올 시즌 2군을 책임졌던 한대화 총괄코치가 다음 시즌부터 1군 수석코치로 이동하고, 김용달 2군 타격코치가 한대화 감독이 맡았던 2군 총괄코치직을 수행하게 된다.
두 지도자의 끈끈한 인연에는 30년 가까운 세월이 담겨있다.
1986년부터 93년까지 해태에서 한솥밥을 먹었다. 83년 OB서 데뷔한 한대화 수석코치가 선동열 감독보다 2년 선배다. 86년 트레이드로 해태 유니폼을 입게 된 한대화는 주전 3루수이자 최고의 해결사로, 선동열 감독은 국보급 투수로 명성을 떨치며 무려 6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합작했다. 유독 선동열이 등판하는 날에 한대화가 결승타나 홈런을 때리며 '승리 도우미'로 등극하는 장면이 잦았을 만큼 둘은 호흡이 잘 맞았다.
나란히 지도자 길에 입문한 이후 둘은 2005년 삼성에서 재회했다. 선동열 감독이 삼성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한대화를 수석코치로 영입했다. 현역시절 선배가 지도자로서는 후배 감독을 보좌하게 된 것.
서열이 강한 한국야구에서 당시만 해도 익숙하지 않은 그림이었지만 둘은 찰떡궁합이었다. 선동열 감독-한대화 수석코치 체제로 5시즌 동안 두 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합작, 지도자로서도 환상의 궁합을 보였다. 유망주 발굴과 세대교체를 주도, 오늘날 삼성 전성기의 초석을 쌓은 것도 이때다.
삼성 시절 한대화 수석코치는 공적인 자리에서는 선동열 감독에게 꼬박꼬박 '감독님'이라는 호칭을 붙인 것으로 유명하다. 선 감독도 선배인 한대화 수석코치를 수직적 상하관계라기보다는 수평적 파트너십으로 예우했다. 일부에서 우려했던 선배 코치-후배 감독 간 갈등은 전혀 없었다. 그만큼 선후배관계를 떠나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이라 가능했다. 한대화 수석코치가 2009년 한화 사령탑으로 부임하며 떠나게 됐을 때, 축하하면서도 누구보다 아쉬워했던 것도 선동열 감독이다.
둘의 인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대화 감독은 고향팀 한화 이글스의 지휘봉을 잡아 감독으로 홀로서기에 도전했지만 3시즌 동안 8-6-8위라는 초라한 성적만을 남기고, 2012년 계약 마지막 해를 채우지 못한 채 사퇴 수순을 밟았다.
선동열 감독은 2010년 삼성 지휘봉을 내려놓은 후 공백기를 거쳐 2012시즌부터 친정팀 KIA 지휘봉을 잡았다. 선 감독은 야인으로 지내던 한대화에게 2군 총괄코치로 다시 손을 내밀었다. 감독 대 감독 관계에서 다시 4년 전처럼 감독-코치의 관계로 되돌아간 특이한 사례가 만들어졌다.
다시금 운명공동체가 된 선동열 감독과 한대화 수석코치에게 2014시즌은 매우 중요하다. KIA는 우승후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올 시즌 1위에서 8위까지 추락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공교롭게도 한대화 감독도 지난 시즌 8위(꼴찌) 수모를 당했다. 4년 만에 다시 뭉친 선-한 조합이 “8위 감독들의 패자부활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선 감독은 현역 시절 국보, 한 코치는 해결사로 불렀다. 지도자로서는 각각 태양과 야왕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신드롬의 주역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패한 감독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한 것도 사실이다. 그들이 현역시절 영광을 함께했던 KIA는 이미 예전 해태 시절의 아우라를 잃은 쇠락한 팀으로 전락했다.
벼랑 끝에서 패자부활전에서 나서는 두 지도자의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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