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폭발?’ 채태인, 한국시리즈 흑역사 청산할까
‘시즌 타율 0.381’ 54타석 모자란 장외 타격왕
지난 3년간 한국시리즈에서의 굴욕 씻을지 관심
삼성 라이온즈의 채태인(31)은 야구팬들 사이에서 전형적인 ‘천재형’ 선수로 불린다.
2001년 부산상고 졸업 후 가능성을 인정받아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했지만 그해 6월 어깨 수술로 날개 한 번 펴보지 못하고 꿈을 접고 말았다. 귀국 후 그는 공익근무요원으로 병역의 의무를 마쳤고, 소집 해제 후 보스턴으로부터 정식 방출 수순을 밟았다.
당시 가능성을 지켜본 김응용 삼성 사장(현 한화 감독)은 해외파 특별지명을 통해 채태인을 영입했고 타자로 전향한 그는 제2의 야구 인생을 맞았다. 하지만 채태인은 당장 경기에 나설 수 없었다. '1999년 이후 한국프로야구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진출한 선수는 2년간 복귀할 수 없다'는 조항에 해당됐기 때문이었다.
고교 졸업 후 7년 만인 2007년, 정식 프로 무대에 발을 디딘 채태인은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MVP를 받았고 이듬해 1군 무대에서 10홈런을 기록하며 천재다운 모습을 보였다. 2009년에는 17홈런으로 박석민, 최형우와 함께 삼성 세대교체의 중심으로 떠올랐고 리그 최고 수준의 1루 수비로 삼성 내야를 든든히 지켰다.
하지만 ‘천재’에게도 약점이 있었다. 바로 심한 기복과 잦은 부상이 그것이었다. 2010 시즌 초 LG와의 경기 때 손목 부상을 당한 뒤 한 달 뒤 SK전에서는 1루로 뛰다 커버를 들어온 투수와 부딪히고 말았다. 또한 그해 8월에 입은 뇌진탕 부상은 이듬해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급기야 팬들 뇌리에 확실하게 각인된 두 차례 ‘본헤드 플레이’는 채태인이 잊고 싶은 과거이기도 하다. 2011년 5월 롯데와의 경기서 2루를 밟지 않고 그대로 3루를 내달려 ‘채럼버스’라는 별명이 붙었고, 지난해 한화전에서는 무난한 1루 땅볼을 여유부리다 타자가 세이프가 되는 초유의 상황이 발생, 비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큰 경기에 약하다는 점도 채태인을 괴롭혔다. 2010년 한국시리즈에서 타율 0.095(21타수 2안타)로 삼성의 4전 전패 요인으로 떠올랐고 이듬해 한국시리즈에서도 타율 0.133(15타수 2안타)로 크게 부진했다. 결국 채태인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탈락하는 굴욕을 맛봤다.
그러나 이대로 묻힐 채태인이 아니었다. 심기일전한 올 시즌, 그는 94경기에 출장해 타율 0.381 11홈런 53타점으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또 다시 부상으로 인해 규정타석에 54타석만이 모자라 생애 첫 타격왕 획득에 실패했지만 그의 존재는 삼성에 큰 힘이 아닐 수 없다.
세부적인 기록으로 들어가면 채태인에 대한 공포는 더욱 커진다. 그는 득점권에서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는데 타율 0.410과 37타점을 기록하는 동안 병살타는 고작 2개에 불과했다. 이승엽에 밀려 벤치에 앉더라도 마찬가지다. 채태인은 대타로 나왔을 때 타율 0.571(14타수 8안타) 1홈런으로 더 무서웠다.
홈과 원정에서의 편차도 그리 크지 않다. 1~2차전이 펼쳐질 대구 구장에서는 타율 0.379로 꾸준했고, 잠실에서는 타율 0.395로 오히려 더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두산 투수들이 잊지 말아야할 점은 시즌 막판 어깨 부상에서 돌아와 10경기를 치른 채태인이 타율 0.621(29타수 18안타) OPS 1.607의 괴물급 성적으로 페넌트레이스를 마쳤다는 점이다.
채태인은 미국 진출에 앞서 2001년 신인드래프트 2차 10순위로 두산 베어스에 지명된 바 있다. 그리고 커리어 하이를 맞은 올 시즌 자신을 지목했던 두산을 상대로 우승의 주역이 되고자 한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