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두산?’ 상대 얕잡아 본 류중일 감독 패착
스타일상 두산에 약한 윤성환 내세웠다가 대패
정교한 제구력, 공격적인 두산 방망이에 침몰
흔히 야구를 데이터, 즉 확률 싸움이라고 한다. 따라서 갖가지 기록들이 넘쳐나는 현대 야구에서 데이터의 중요성은 점점 강조되는 추세다.
두산이 24일 대구 구장에서 열린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삼성과의 원정 1차전에서 홈런 2개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뜨리며 7-2 완승을 거뒀다.
이로써 두산은 1차전 승리를 가져오며 2001년 이후 12년만의 우승확률이 82.8%로 급상승했다. 역대 29차례 한국시리즈서 1차전을 승리팀의 우승횟수는 무려 24회에 달한다.
반면, 안방에서 1차전을 내준 삼성은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자칫 2차전까지 내줄 경우 사상 첫 3년 연속 통합 우승이 물거품 될 수도 있다. 삼성은 2차전 선발 투수로 밴덴헐크를 예고했지만 두산이 에이스 니퍼트가 나섬에 따라 또다시 쉽지 않은 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삼성의 1차전 패배는 류중일 감독의 오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류 감독은 지난 3주간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선수들 컨디션 점검에 주력했다. 특히 윤성환-배영수-장원삼-밴덴헐크 가운데 누가 1차전 선발로 나서는가를 놓고 장고에 빠지기도 했다.
결과론이긴 하지만 윤성환의 1차전 카드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여러 가지를 종합해 내린 결정이겠지만 과정과 결과 모두 류중일 감독이 책임지지 못했다. 이미 윤성환은 두산을 상대로 약할 수 있다는 데이터가 있었음에도 류 감독은 자신의 ‘감’을 앞세웠다.
먼저 윤성환은 올 시즌 두산을 상대로 그다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두산전 4경기에 나와 1승 3패 평균자책점 5.91이 고작이다. 시즌 성적(13승 8패 평균자책점 3.27)에 비하면 그가 두산에 얼마나 약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윤성환이 두산에 유독 약한 이유는 ‘상대성’을 들 수 있다. 윤성환은 주 무기인 파워커브는 물론 리그 탑 수준의 제구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된다. 여기에 공격적인 그의 투구 스타일은 상대를 유인구로 현혹시키기 보다는 볼카운트 싸움에서 우위를 가져가려는 성향을 보인다.
이에 대한 장단점은 뚜렷하다. 스트라이크존 구석을 찔러대는 칼날 제구력을 오래 보고 있다간 수 싸움에서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윤성환은 투구 수를 경제적으로 관리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반면, 공격적 성향의 타자들을 만난다면 어떨까. 하필이면 두산은 올 시즌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파괴력 있는 공격력을 뽐냈다. 팀 타율(0.287)과 득점(710개), 도루(175개) 부문 전체 1위에 오른 두산이다. 그야말로 가장 잘 치고 잘 달렸다는 뜻이다. 게다가 타자들의 대부분은 공을 오래 참기 보다는 자신의 타석에서 승부를 내려는 성향이 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중일 감독은 끝내 윤성환을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윤성환이 불리할 수 있지만 준PO와 PO 9경기를 치른 두산 타자들이 지쳤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과는 참혹했다. 윤성환은 2회초에 3실점하긴 했지만 3회와 4회를 잘 막아내며 안정감을 찾는 듯 보였다.
하지만 윤성환의 공을 간파한 두산 타자들은 세 번째 타석을 맞이한 5회, 불방망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포스트시즌서 부진했던 김현수의 솔로 홈런을 시작으로 최준석과 홍성흔, 이원석의 4타자 연속 안타가 나와 대거 3득점을 올렸다. 안타의 대부분이 배트 중심에 맞을 정도로 변명의 여지조차 없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외국인 투수 밴덴헐크가 2차전 선발로 나선다고 밝혔다. 밴덴헐크는 올 시즌 두산전 1경기에 나와 6이닝 4피안타 1실점으로 좋은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데이터 싸움에서 밀린 류중일 감독이 과연 2차전에서는 어떤 승부수를 들고 나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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