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자르기 옳았다면 낙하산 투하는 안돼
<칼럼>포스코 미래 위해 장기적 시각 경쟁력 강화 도모해야
정준양 포스코 회장(65)이 중도퇴진키로 했다. 결국 올 것이 온 셈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로부터 조기 사퇴 압력을 받아오다가 마침내 마음을 비웠다. 지난해 2기 회장을 맡아 국내외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포스코 경쟁력 강화에 분투해온 그로선 많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물러나게 됐다. 더구나 그는 최근 세계철강협회 차기회장에 선임되는 등 글로벌 철강업계 리더로서 위상을 확보해가는 중이었다. 글로벌 산업 리더를 중도에 하차시키는 것은 국가적인 손실이요, 외교상의 결례일수도 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팔아 호가호위하는 권신들은 철강산업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권 사람이면 무조건 옷을 벗으라고 채근대고 있다.
이석채 KT회장은 이에 앞서 온갖 망신과 수모를 당하면서 황급하게 쫓겨났다. 이 회장은 본사 압수수색은 물론 자택 및 자신의 몸까지 수색을 당했다. 최고의 모욕이다. 정 회장은 서슬퍼런 분위기에 짓눌려 일찌감치 옷을 벗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임기가 2년이나 남았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분위기였다.
그는 일찌감치 청와대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한다. 포스코는 민영화한 공기업이다. 정부지분이 하나도 없다. 그런데도 청와대에 퇴진의사를 전달해야 했다. 정말 이상한 나라의 풍경이다. 최고경영자가 주주들과 자신의 진퇴 문제를 논의하지 않고, 권부에 자신의 거취문제를 먼저 표명해야 하는 게 대한민국이다. 한국기업들의 슬픈 현실이다.
그는 유무형의 압박에 대해 시달려왔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국빈 순방시 재계인사 수행명단에서 배제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경련은 정부부처로부터 박대통령이 회장단과 회동하는 자리 등에서 정 회장을 빼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국세청이 포스코에 대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벌이는 것도 그 의도가 명백했다. 권부는 정회장 주변 핵심임직원들의 탈세 등의 비리를 캐는데 전력을 기울여왔다. 전방위 압박이 그의 목을 조여온 셈이다.
정회장은 이명박정부의 실세인 영포라인(영일 포항출신의 권신들)의 도움을 받아 회장에 취임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윤석만 전 사장과의 치열한 경합과정에서 영포라인은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다. 최근의 중도사퇴는 자업자득일수도 있다. 이 점은 매우 아쉬운 대목이요, 후임 경영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순리를 거스르면 역풍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이같은 논란에도 불구, 정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포스코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다.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 철강신소재 개발과 자원 및 에너지 개발 등에도 많은 자원을 집중했다. 철강산업의 세계적인 불황과 공급과잉 속에서 포스코 미래 경쟁력을 위한 소중한 씨앗들을 뿌렸다.
포스크는 글로벌 금융위기이후 소재산업인 조선 해운 건설 등의 극심한 불황을 맞아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전례없는 위기를 맞았다. 올들어 3분기 영업이익이 6330억원으로 전분기에 비해 29.9%나 급감했다. 매출은 정체되는데, 영업실적은 갈수록 쪼그라들었다.
정회장은 험난한 상황속에서 왕성한 사업다각화와 미래 신소재개발 및 자원 에너지분야에 관심을 갖고 경쟁력을 강화시켜왔다.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철강메이커들의 신용등급이 추락하는 와중에서 포스코는 상대적으로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선전했다.
그를 폄하하는 일각에선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포스코 재무구조가 악화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그가 회장에 오른 이후 투자한 자금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등에 7조원이 쏟아부었다. 계열사도 36개에서 70여개사로 급증했다. 그는 부실문제와 방만경영이 부각되자 부실 자회사 통폐합 등으로 계열사를 50여개사로 슬림화했다. 부채비율이 전성기 시절 50%대를 유지하다가 90%대로 올라간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인수합병 등으로 올라갔지만, 인수한 계열사들이 많아지면서 자산도 비례해서 증가했다. 그를 흔드는 세력들과 과도한 광고협찬을 요구한 일부 구악언론들은 그의 부정적인 것들만 들춰내서 흔들어대기 바빴다. 그의 공과를 따지면 과도 적지 않지만, 공이 더 많다. 세계철강업계의 중대한 과도기 내지 전환기에 포스코 경쟁력강화와 미래 먹거리 개발에 뚜렷한 업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공칠과삼이라고 할까.
이제 관심은 차기회장 선출이다. 누가 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절차를 거쳐 선임되느냐도 관심사다.
격변기에 처한 글로벌 철강흐름을 가장 잘아는 내부인사들이 회장을 맡아야 지배구조가 안정되고,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경쟁력 강화를 도모할 수 있다.
낙하산인사가 내려오면 외압논란과 정치외풍으로 포스코가 엄청난 시련을 겪을 수 있다. 갈 길 바쁜 포스코에 바람잘 날이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일한 인사를 낙점해서 내려보내는 것은 피해야 한다. 포스코가 한국산업에 쌀을 공급하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도록 하기위해선 철강을 잘아는 전문가를 앉혀야 한다.
외부인사론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박근혜 대선켐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오영호 코트라 사장, 김원길 전 민주당 정책위원장, 포스코에서 잠깐 일했던 구자영 SK이노베이션 부회장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여기에 김대중 정부 시절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던 진념 삼성KPMG회장도 오르내리고 있다.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일했다고 해서 포스코에 내려오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한다. 그들이 욕망에 눈이 어두워 포스코를 점령하려는 망상은 포스코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 전문가가 짧은 재임기간 우왕좌왕하다가 차기 정권초기에 또다시 쫓겨가는 신세가 될 것이다. 포스코를 정권의 전리품내지 정권의 지대추구 기업으로 간주한다면 한국 철강산업에 비극이 될 뿐이다.
박태준 전 명예회장은 포스코에 대한 정치권 및 권부의 외압을 막아주는 든든한 병풍이었다. 거대한 바위였다. 흔들리지 않는 산성이었다. 물론 그는 노태우 대통령 퇴진이후 대권경쟁에 뛰어들면서 김영삼 정부 시절 일본 망명 등으로 시련을 겪기도 했다. 당시 김만제 전 부총리가 회장으로 내려와 박태준 지우기에 나서면서 포스코는 한차례 출렁거렸다. 하지만 그가 김대중정부 이후 정계에 복귀하면서 포스코를 지켜주는 바위역할을 했다가 타계했다. 철강왕이 사라지면서 포스코는 정권교체기마다 흔들리고 있다.
차기회장은 이런 점에서 내부출신이 맡아야 한다. 현재론 OB인 윤석만 전사장과 YB인 이동희 대우인터내셔널 부회장, 김준식 사장, 정동화 포스코건설 부회장 등이 후보군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 중 윤석만 전 사장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포스코에서 잔뼈가 굵은 그로선 두터운 내외부 인맥이 최대 강점이다. 홍보와 마케팅 등을 두루 경험하면서 포스코 사정을 잘아는 것도 가점 요인이다. 박근혜 정부의 실세원로들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이동희 부회장도 유력하다. 이부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베트남 순방시 재계인사로 수행했다.
김준식 사장의 경우 경영능력은 있지만, 광주일고 출신이라는 점이 변수가 되고 있고, 현 정부와도 불편한 사이라는 루머가 나돌고 있다.
회추위는 차기회장 선임을 계기로 외압에 흔들리지 않는 지배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정권이 교체됨에 따라 회장이 퇴진하는 행태가 반복되는 것은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영선 이사회 의장이 맡고 있는 회추위는 낙하산 논란을 없애야 한다. 정치권과 권부의 낙점 내지 내정유혹을 단호히 뿌리쳐야 한다.
정치권을 기웃거리거나, 권력자들과 연줄을 맺어 회장을 노리는 내부인사도 과감하게 탈락시켜야 한다. 포스코맨들은 그동안 권부와 온갖 생명줄과 밧줄을 맺으려고 해왔다. 스스로 정치적 성향을 보여온 측면이 강하다. 포스코맨들은 이 점에 대해 대오각성을 해야 한다. 외풍은 스스로 막아야 한다. 차기회장 선임 과정은 포스코의 미래와 지배구조 안정화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험대다. 외풍과 연줄에 기대지 않고, 현재의 경영 위기를 해소하면서도 세계철강업계를 리드할 사람을 최적의 인물을 뽑아야 한다. 회추위의 역할이 막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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