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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이 반서민정책? '반값담배' 나올판"


입력 2014.02.20 08:01 수정 2014.02.20 08:10        이충재 기자

흡연기자와 관료의 담론 '담뱃값 정치학' "서민일수록 어렵다"

"담뱃값 인상이 '반(反)서민정책'이라고 하는데, 이는 전형적인 선동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흡연자들의 논리에 비수를 꽂는 발언이다.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 흡연자인 기자 2명과 '2:1 즉석토론'이 벌어졌다. 그는 "이번 정부에선 어떻게 해서든 담뱃값을 올리는 게 맞다"고 강조하며 흡연자들에 대한 설득에 나섰다.

그는 "당장은 서민들이 담배를 싼 가격에 피울 수 있겠지만, 이들이 노인이 되어서 담배로 인한 각종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부담은 짊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며 "서민일수록 더욱 어렵고,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담뱃값 인상과 흡연율의 상관관계를 말해주는 지표는 없다', '세수가 부족할 때마다 손대는 게 담뱃값 아니냐'는 반박이 이어졌다.

그는 단순한 가격정책 만으로는 흡연율을 낮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부차원의 대대적인 홍보와 금연운동 등 '비가격정책'이 선행되어야 하고, '2차 충격요법'으로 가격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정성 의심 받지 않으려면 '담뱃갑 경고 그림' 시행부터"

특히 그는 "부자들은 담배를 피워도 건강검진 잘 받고, 담배로 인한 질환도 치료 받을 수 있다. 서민들은 그렇게 하기 어렵지 않나. 담뱃값인상이 서민들 옥죄는 게 아니라 악순환에 빠진 그 고리를 끊자는 것"이라고 했다.

사석에서 벌어진 토론이라서 나올 수 있는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었다. 자칫 빈부갈등에 기름을 부을 수 있어 "정부입장에선 이런 부분을 내놓고 설명하기도 어렵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흡연율을 낮추겠다며 가격정책만을 내세우면 진정성을 의심받기 좋다"며 '담뱃갑 경고 그림' 시행을 우선과제로 꼽았다.

하지만, 담뱃갑 경고 그림을 의무화하는 법안은 일부 정치인들의 반대로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화살은 자연스럽게 정치권을 향했다.

그는 "국민들의 건강에 해롭다는 담배를 두고 정치를 하고 있다"며 "담배가 친서민적인 기호식품이기 때문에 값을 올리는 것이 반서민정책이라고 몰아세우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고 꼬집었다.

또 "'담뱃값 인상=반서민정책'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어 국민건강은 뒷전이 됐다"며 "이런 인식이 굳어지면 흡연율을 낮추는 복지과제는 해결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했다.

흡연자 커뮤니티 '아이러브스모킹' 회원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길거리 금연구역지정 반대, 최소한의 흡연권 보장을 위한 흡연구역(흡연실) 설치 등을 주장하며 철창 안에서 담배를 피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담배를 두고 정치하고 있어…'친서민 이미지'전략에 국민건강 뒷전"

실제 담뱃값 인상 문제를 둘러싼 정치인들의 주장은 소극적이다. 경제침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장했다간 역풍을 맞기 십상이다.

그나마 담뱃값 인상 카드는 중요한 선거를 멀찌감치 앞두고 꺼냈고, 상대적으로 여당에서 인상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민원처리 성격이 짙다'는 시각도 있다.

담뱃값이 정치논리에 따라 움직일수록 국민건강 및 복지와는 거리가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진지한 농담"이라고 전제한 뒤 "이러다간 '반값담배'가 나올 것"이라고 했다. 정치권에서 유행하는 '반값 시리즈'가 담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뼈있는 농이다.

토론 끝에 한 네티즌의 '기발한 제안'이 현답으로 꼽혔다.

"담뱃값을 올리고, 혐오스러운 사진을 붙이는 것보다 이 경고 문구 하나면 흡연율이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다. '이 담배의 판매수익금은 국회의원들의 세비로 쓰여집니다.'"

담뱃값 올리면 세수증가 '확실' 흡연율은 '여전'…"담뱃갑 경고사진-문구 시급"

담뱃값 인상론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한 건 지난달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임기 내에 담배가격 인상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부터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는 "아직 검토된 사안이 아니다"고 즉각 진화에 나섰다.

그렇다고 담뱃값을 둘러싼 논란이 완전히 사그라진 것은 아니다. '담뱃값을 높이면 흡연율이 낮아질 것인가'라는 문제는 이미 오랜 논쟁의 대상이었다. 한쪽에선 "정부가 세수 부족을 흡연자들의 주머니에서 채우고 있다"고 의혹을 보내고 있고, 반대쪽에선 "담뱃값을 올려서 흡연율을 낮춰야한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우선 '담뱃값을 올리면 세수가 늘어난다'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담배가격 인상에 따른 재정 영향 분석'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담뱃값을 500~2000원 올리면 연간 1조4000억~5조2000억원의 세수가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보고서는 추가 세수 확보 측면에서 담뱃값 인상이 큰 효과를 낸다고 분석했다. 담뱃값을 500원 인상하면 세입은 1조4000억원, 1000원 인상하면 2조8000억원, 2000원 인상하면 5조2000억원이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일단 500원을 인상한 뒤 매년 물가에 연동하면 향후 5년간 매년 1조1000억~1조4400억원의 세금을 더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늘어나는 세수만큼 국민부담도 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500원 오른 담배가격은 물가를 0.16%p 끌어올리고, 2000원으로 인상폭을 늘리면 물가상승폭은 0.63%p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 국회 예산정책처 관계자는 "담배가격 인상은 흡연율 억제와 지방재정 및 보건 분야의 재원확보에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흡연율 억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비가격정책을 함께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하루 담배 한 갑 이상을 피우는 '골초'들의 절반은 "담뱃값이 한 갑에 1만원이 돼도 담배를 끊을 마음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갤럽이 지난 9월 16일 전국의 성인남녀 1211명을 대상으로 '담뱃값 인상과 담뱃값 인상에 따른 흡연자들의 금연 의향'에 대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루 한 갑을 초과해서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는 담뱃값이 1만 원으로 올라도 46%가 '계속 피우겠다'고 답했다.

즉, 담뱃값만 올려선 흡연율을 잡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관계자는 "단순한 담뱃값 인상만으로는 흡연율을 잡지 못한다"며 "금연운동과 함께 담뱃갑에 경고 사진과 문구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흡연자들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서도 금연캠페인 등 비가격정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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