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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과 이미자가 금관을 못쓰는 이유는?


입력 2013.11.20 10:31 수정 2013.11.20 11:04        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의 문화 꼬기>대중예술인 차별 고질적 문제 해결 기미 없어

가수 조용필이 은관문화훈장을 받는데 그친 것을 놓고 대중문화예술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에서 열린 '2013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은관 문화훈장을 수여받은 후 소감을 밝히는 모습 ⓒ연합뉴스

언더도그는 투견장에서 밑에 깔린 개를 가리킨다. 강한 개에게 밀리는 조금 약한 개는 비명을 지르고, 고통스러워하게 된다.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강한 개를 응원할 수도 있지만, 밑에 깔린 개를 응원할 수 있다. 연민과 동정의 심리가 생기기 때문이다. 언더도그 효과(Underdog Effect)아 부르기도 한다. 

이러한 언더도그를 하나의 사고의 패턴이나 전략적 사고 유형으로 만든 것이 언더도그마(Underdogma)이다. 강자에게 당하고 있는 약자의 위치임을 강조하며 지지나 배려를 요구하거나 절대적으로 옳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해진다. 대중예술은 클래식에 비해 약자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맥락 때문인지 갑자기 훈장 때문에 조용필이 언더도그가 된 듯 싶다

최근 가수 조용필과 패티김, 코미디언 구봉서, 배우 안성기가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이 중에서 가수 조용필이 은관문화훈장 밖에 안되느냐는 문제제기가 있다. 이는 최근에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불거진 상황이 되었다. 이미자와 패티김의 팬들도 동조할 수 있었다. 그런데 하나의 공통적인 패턴이 보이는 듯하다. 2009년 은관문화훈장 수상자인 이미자는 세종문화회관에서 최초로 공연한 대중뮤지션이고 조용필과 패티김은 클래식 공연장 가운데 최고무대인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한 대중뮤지션이기도 하다. 2008년 예술의 전당 대관 논란을 빚었던 인순이는 수상자가 아니다. 

2008년 예술의 전당에 공연대관신청을 한 가수 인순이는 두 번이나 거절당했다. 이때 대중예술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프레임이 작동하려 했다. 더구나 인순이의 피부색 등의 외모는 다문화라는 단어가 항상 붐업된 때라 그녀에게 동정의 표를 가하게 했다. 더구나 조용필, 패티김은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그들도 고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술의 전당 자체가 클래식 공연에 맞추어 제작되었기 때문에 대중음악공연을 위해서는 확성 장치 등을 2-3일 전에 미리 설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악기를 직접 연주하는 형태가 아닌 전자음향에는 맞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암묵적으로 인순이가 과연 클래식의 반열에 오를 만큼 대중적인 인기를 모은 가수냐고 물을 수 있었다.

그 인기는 노래와 앨범으로 산정될 수 밖에 없다. 당시 조용필과 패티김의 앨범이나 히트 가요를 보면 인순이보다는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때는 대중적으로 활발하게 인순이가 활동하고 있었다. 하지만 당장의 인기가 가수 자체에 대한 평가를 전부 대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번에 조용필과 패티김이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지만, 인순이는 없었다. 싸이가 전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지만 네번째 등급인 옥관문화훈장을 받은 이유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조용필이 왜 은관밖에 안되는가 하는 문제제기는 패티김이나 이미자의 팬들도 할 수 있는 것은 그 장르가 대중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음악인들이 한 번도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한 원성이 나왔다. 즉 대중예술인들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는 맥락적 인식이다. 언더도그 그리고 언더도그마인 것일까.

그러나 국악 분야에서도 금관문화훈장을 받은 이가 많지 않다. 그 유명한 박동진 명창도 사후에 추서가 되었다. 향년 87세 였다. 김소희 명창은 79세에 타개하면서 금관문화훈장이 추서되었다. 국악인 김천흥은 1909년 생인데 2002년이 되어서야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국악인 이혜구는 95세에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패티김은 75세이고, 조용필은 64세다. 그리고 이미자는 72세다. 아직 평가는 끝나지 않았다. 대중음악은 분명 국악보다 본격적인 역사도 짧다. 문화예술은 삶의 총체성을 두고 판단되어야 한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상이 정말 필요한가 얼마든지 물을 수 있다. 훈장이 정말 필요하다면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살아 생전에 주어지는 것이 개인이나 팬들이나 사회 국가적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김헌식 기자 (codesss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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