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집권 2년, 현주소는?②>정책결정까지 관여
고위직보다 중간간부 약진…당-군 간부들간 암투도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집권을 시작한 지난 2년간 두드러진 특징은 고위간부 세력이 꺾이는 대신 중간간부 세력이 약진했다는 것이다.
군량미를 풀어 배급제를 부활시킨 김정은의 리더십에 대해서도 간부들 사이에선 불만이 커지는 반면 일반주민들 사이에선 호평 섞인 평가가 나온다고 한다.
기득권층 사이에서 나오는 불만을 감수하더라도 주민의 환심을 사려는 것이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다른 김정은의 통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과거 김정일은 인민은 굶어죽더라도 간부들의 환심을 얻으려고 먼저 노력했다. 그리고 이런 김정은의 리더십은 주민보다 국제사회의 여론을 의식한 데서 나왔다는 것이 대북소식통들의 분석이다.
3대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의 현 상황에 대해선 여전히 불안 요소가 많다는 것이 대북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경제개혁은 구호에만 그치고 진척된 증거를 찾아볼 수 없으며, 군부의 부패 정도 역시 개선된 기미가 없다는 점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김정은의 김정일과 다른 주민을 위하는 듯한 경제개혁 조치나 위락시설 확대 등 국제여론을 의식한 정책 방향은 중앙당 서기실에서 나온 것으로 ‘김정은 서기실’이 지금 북한을 움직이는 실세라는 대북소식통의 전언이 나왔다.
그동안 북한 조선노동당 중앙당 서기실의 위상에 대해선 남한의 청와대 비서실 및 부속실과 업무가 비슷하지만 정책 결정이나 국정에 관여할 수 없다는 판단이 있어왔다. 서기실은 당과 국방위, 내각 등 주요 기관에서 올라오는 보고 문건을 김정은에게 직접 전달하는 임무를 수행하는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소식통은 “북한의 정책 결정은 중앙당 서기실에서 보고하고 분석한 것을 근거로 결정된다. 당이나 군 간부들의 중지를 모으는 절차는 사실상 없다”면서 “서기실은 김씨 일가를 보좌하고 그 일가족의 생활을 돌보는 역할도 하지만 정책 결정에까지 깊게 관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중앙당 서기실이 갖는 위상이라면 대표적으로 ‘모사(模寫)방침’이란 게 있고 이는 김정은 대신 서기실장이 결재 사인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으로 고모부 장성택이나 최룡해 총정치국장도 가질 수 없는 특권중의 특권”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또 “사실 중앙당 서기실이 가진 위상은 남한에서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높아서 서기실장이 결심만 하면 최룡해도 3일만에 숙청시킬 수 있을 정도이다”라고 했다.
서기실은 김정일의 후계구도가 확고해진 1980년대 중반에 등장한 조직으로 종전의 당 중앙위 조직부에 속해 있던 기능과 임무를 떼내어 역할을 맡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중앙당 서기실은 북한의 군사·경제·정치 등을 총 망라해서 분야별로 분석하고 정책을 세우는 곳으로 서기실에 서기 직책을 가진 사람이 300여명, 서기실의 총 직원은 800여명에 달한다. 서기실 청사도 3층짜리 중앙당 건물로 별도로 마련돼 있다.
중앙당에는 서기실 외에도 서기실의 업무를 돕는 격인 문서실, 분석실이 있으며 이 세곳의 직원들을 모두 합치면 2000여명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김정은은 서기실에서 올라오는 분석된 자료를 읽고 정책을 결정하고 있으며, 서기실 인사는 최룡해 등도 관여하지 못한다”고 했다.
소식통은 “북한 당국이 이례적으로 해임을 공개 발표한 김일철 무력부장도 서기실에 의해 숙청당한 경우”라면서 “북한의 정치는 서기실의 말 한마디로 좌우되는 ‘모사(謀士)’정치라고 할 수 있고, 김정일이나 김정은이 갈팡질팡하는 국내정치와 대외전략을 보여온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앙당 서기실 요원은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는 인물들로 한번 중앙당 서기실에 들어가면 종신복무가 원칙이라고 한다. 심지어 서기실 요원들은 고려호텔에서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외부에 노출되는 경우를 막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기실 실세와 간부들의 커넥션이 전혀 불가능한 게 아닌 만큼 종종 서기실 요원이 간부들의 권력 암투에 개입했다가 관리소로 가는 경우도 없지 않았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 5월 국내 일부 언론은 김정은 첫 서기실장으로 김창선 전 김정일 서기실 부부장이 임명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러면서 한 매체는 ‘김정은 서기실은 김정일 때와 달리 노동당이 아니라 국방위원회 서기실로 불리고 있다. 국방위원회가 최고 권력기관으로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아직까지 정부도 김창선이 중앙당 서기실장인지 국방위원회 서기실장인지 파악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소식통은 “김창선은 중앙당 서기실장에 임명된 것으로 파악된다”고 주장했다.
앞선 보도와 관련해선 국내 전문가들도 “북한은 당국가체제로 국방위원회 서기실이 중앙당 서기실보다 큰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정보기관의 한 고위간부 출신은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북한 중앙당 서기실의 권한은 청와대 수석비서관과는 비교할 수도 없다”고 말해 중앙당 서기실의 위상을 확인해줬다.
이번에 소식통은 김창선 서기실장에 대해 “생전에 김정일에게 유일하게 반말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위세가 높았던 빨치산 출신 황순희 조선혁명박물관장의 사위”라고 처음으로 공개했다. 황순희의 딸 유춘옥이 사망했으니 전 사위인 셈이다.
소식통은 “김창선은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고 중앙당 선전부원으로 들어갔다가 황순희에게 잘 보여 사위까지 된 인물로 김정일 때 중앙당 선전부 부부장을 하다가 김정은의 서기실장이 됐다. 그의 전 부인인 유춘옥은 김정은의 고모 김경희와 둘도 없는 친구사이였다”고 말했다.
최근 김정은의 서기실은 각종 경제개혁 조치를 실행시키면서 김정은이 세계적인 주목을 받도록 이끌고 있다. “아직까지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김정은이 공장의 자체 계획으로 운영케 하는 독립채산제를 확산시키는 등 기존 경제개혁안을 재추진하기까지 중간간부들의 주장을 반영시키는 서기실의 판단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 소식통의 판단이다.
“김정은이 집권 초반 고위간부들에게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장거리미사일 발사와 3차핵실험 등을 강행하고 개성공단을 폐쇄시키면서 한반도에서 긴장을 고조시켰고, 이후 중간간부들의 충성을 이끌기 위해 주민을 위한 위락시설을 확장시키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등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는 서기실 내부에서도 당·군 간부들과의 연계 또는 암투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소식통은 “김정은의 서기실이 현재 고위간부를 배척해내고 있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끄는 점에 정책 방향을 맞추고 있는 점이 일각의 불만을 야기시켜 현 체제에 변수를 일으킬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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