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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통령 피살 발언' 두고 충심 다한 충고라고?


입력 2013.12.10 09:13 수정 2013.12.11 10:52        조성완 기자

<기자수첩>"태어나지 말았어야"에서 "피살될 수 있다"니

중요 고비마다 상식 벗어난 언행 해당행위를 감싸고 돌아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와 최경환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9일 오후 국회에서 장하나 민주당 의원의 '대선불복, 박근혜 대통령 사퇴' 발언과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의 '박 대통령 선친전철' 발언 등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긴급의원총회를 마친뒤 '민주당 양승조,장하나 의원직 사퇴및 출당 촉구 결의문'을 낭독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양승조 민주당 최고위원이 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입 안의 도끼가 제 몸을 찍고 있다.

민주당의 입이 또 터졌다. ‘막말’이라는 단어의 의미에 충실하려는 듯 속된 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다. 한두 명이 아니다. 말 그대로 ‘귀태’ 발언 이후 한동안 잠잠했던 막말 본능이 다시 살아난 것 같다.

민주당 청년 비례대표 의원인 장하나 의원은 지난 8일 오후 “총체적 부정선거이자 불공정 선거로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국민에게 사죄하고 즉각적 사퇴를 하는 것뿐”이라며 내년 6·4 지방선거를 치를 때 대통령 재보궐 선거를 치르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이 그동안 그토록 갇히기 싫어했던 ‘대선 불복 프레임’에 스스로 뛰어든 셈이다. 민주당은 “개인의 의견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새누리당은 “장하다. 장하나”라고 박수를 쳤다.

한 주의 마무리를 장 의원이 했다면 한 주의 시작은 양승조 최고위원이 열었다. 그는 9일 오전 박정희 전 대통령이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에게 암살당한 점을 거론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정원이라는 무기로 신공안통치와 신유신통치로 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국민의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마디로 ‘박 대통령도 선친처럼 국정원 직원에 의해 암살당할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협박성 발언이다.

이 뿐이 아니다. 올해 홍익표 의원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는 의미의 ‘귀태(鬼胎)’ 발언을 했으며, 정청래 의원은 박 대통령을 ‘박근혜 씨’로 불렀다. 좀 더 멀리 보면 지난해 대선 당시 김광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막말 리트윗과 백선엽 장군에 대한 폄훼 발언을 했다. 총선에서 불거진 김용민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의 막말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거론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의문스러운 것은 민주당의 대응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소속 의원들이 막말을 해도 이렇다 할 조치 없이 ‘구렁이 담 넘듯’ 스르륵 넘어갔다. 오히려 자기편이라고 옹호하다가 한참 뒤에서야 “문제가 있었다”고 반성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이를 두고 중요한 고비마다 국민의 상식에 어긋나는 판단을 하면서 제 살을 깎아먹었다는 평가도 많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올 한해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상대로 계속 헛발질만 했다. 겨우 ‘국정원 개혁 특위’를 통해서 정국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상황이 됐지만 또다시 새누리당에게 주도권을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럼에도 민주당의 대응은 안일하다. 안일하다 못해 황당하다.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양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박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충심을 다해 충고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은 국가를 대표하는 국정 최고책임자다. 지난 대선에서 51%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당선된 대한민국 최초로 과반 이상의 국민이 지지하는 대통령이다. 그런 대통령을 향한 충심의 충고를 ‘암살 경고’로 표현하는 게 민주당의 현재 상황이다.

단순히 의원 개인의 발언이라고 주장하며 넘어가기에는 발언의 수위가 심각한 수준이다. 민주당이 진정 이들의 막말을 ‘개인적인 발언’이라고 규정하고 있다면, 당을 수렁 속으로 밀어넣은 것에 대해 출당 등의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조성완 기자 (csw4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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