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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막가자는거지요" 막말의 데자뷔


입력 2013.12.11 09:42 수정 2013.12.12 10:04        데스크 (desk@dailian.co.kr)

<칼럼>민주당, 망언으로는 집권 못해 '프레임' 깨야

여당 냉정하게 대응해서 철부지 민주당에 퇴로도 줘야

계사년 2013년 한해를 마감하는 연말에 또 다시 야당 의원들로부터 돌출 발언이 터져나와 정국을 경색시키고 있다. 정치적 고비마다 되풀이되는, 교양(敎養)을 의심케하는 언동으로 치부하기에는 그 내용이 너무나도 퇴행적(退行的)이어서 민주 시민들에게 실망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정쟁(政爭)의 한 과정이라고 하지만, 우리나라가 민주주의를 시작한지 70년이 다되어가는 이 시점에 이런 복고적(復古的)이고도 비생산적이며, 일방적이고도 반헌법적인 구태(舊態)가 여과없이 노정되고 있어 참담하기까지하다. 양극화와 불경기에 헤매이는 국민들은 어디서 위안과 희망을 찾아야 할지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

민주당 비례대표 출신의 장하나 의원은 지난 6일 “대선 결과 불복을 선언하며 박근혜 대통령은 사퇴하고, 내년 치러질 6.4 지방선거에서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르자”며 주장하고 나섰다. 장 의원은 그러면서 대선(大選)을 “국가정보원과 사이버사령부를 동원한 사이버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현재 국정원등에 의한 댓글 사건은 1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문제가 되는 댓글이 몇건인지도, 더구나 그 댓글이 무엇을 위해 씌여졌는지, 선거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그동안 ‘댓글’이 선거의 공정성에 문제가 야기한다는 주장만 난무했을 뿐이다. 그것이 정말 선거에 의미있는 영향을 줬는지에 대해서 대다수 국민들은 수긍하지 않고 있다. 과격한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합리적 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럼에도 비밀-보통-직접-평등의 원칙에 의해 공정하고도 정당하게 치러지 대선에 대해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 이런 황당한 말을 늘어놓는 이유는 무엇인가? 모든 국민이, 또 해외의 모든 국가가 그 공정성과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서 어떻게 증거도 없이 이렇게 거친 말을 운동권 구호 외치듯 한단 말인가? 제1야당의 국회의원이 누구를 대변해 이런 발언을 하는 것인가? 대통령의 사퇴는 헌정의 중단이고 그로 인해 혼란과 무질서는 누구의 책임이며 누구에게 득이 되는 것인가? 또 지난해말 대선에서 100만표 이상의 차이로 박근혜 새누리당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후 야당 후보도 그 결과에 승복했다는 것을 벌써 잊었는가?

뿐만 아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일원인 최고위원 양승조 의원은, 그것도 최고위원 회의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암살당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신공안통치와 유신통치로 박정희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지금이 ‘신공안(新公安)’ 통치 시대인가? 지금이 ‘유신시대’인가? 언론의 자유가 지나칠정도로 만발하고 집회-시위-결사의 자유가 일반 시민의 기본적인 삶마저 무시하는 지금 이런 시대착오적인 인식이 통한다고 생각하는가? 정부 예산 국회 통과를 위해 집권당이 야당 비위 맞추기에 급급하다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또 불행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이야기는 또 무슨 ‘망언’인가?

그러고서는 장 의원은 무책임하게 원내부대표직을 사임했다. 양 의원은 ‘여당이 왜곡 과장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라며 수습에 나서는 모습이다. 다행히 김한길 대표는 ”개인 발언이 당의 목표에 도움이 안될 수 있다“며 집안 단속에 나섰다.

두 의원의 발언은 그 이면에 작은 희망의 ‘빛줄기‘도 발견할 수 없다는 데에 그 심각성이 있다. 다시말해 국민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땀냄새나 흙냄새는커녕 서민을 위한 이성적인 고민의 흔적이 조금도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앵무새처럼 되풀이되는 역사의 견강부회이자 박제된 관념의 유희이며, 무모(無謀)한 이념 과잉이요, 텅빈 장터에서 벌이는 저주의 굿판일 뿐인 것이다. 할퀴려는 독함만 있고 그 이전도, 그 이후도 보이지 않는다.

이들의 행동에 대한 해석은 물론 여러 가지 나온다. ‘연말 정부 예산안 국회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기초 공작’,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도부를 흔들려는 민주당내 세력다툼’, ‘지지층을 집결해, 무당파 세력을 소수화하고 정치구도를 양당구도로 고착하려는 시도’등이 그 예이다. 그러나 이런 노림수를 갖더라도 최소한의 양식이나 상식이란게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노림수의 효과는 있기나 한 것인가?

요즘 시중 여론은 차라리 국회를 해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여론을 올바로 대변하지 못하고 국민의 아픈 곳을 치유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국민에게 실망과 분노만 주는 기관은 갈아치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는데에도 한계가 있다’며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현행 헌법상 국회 해산권은 어디에도 주어지지 않고 있다.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대통령중심제에서 대통령탄핵권은 국회에 주면서 반대로 국회를 견제할 수 있는 장치는 없는 것이다. 일부 식자들은 이런 불균형이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본분을 잊게 하고 정제되지 않은 과격한 행동을 양산하고 있다는 해석까지 내놓고 있다. 그래서 국회의원 임기 4년간도 국민의 감시속에 넣어 국민이 소환할 수 있도록 국민소환제라도 입법해야 한다는 것이다.

생산적인 정치는 수렴된 공동의 목표아래 여야간 적절한 상호 견제-보완작용을 통해 활성화된다. 그러나, 현재 정치 구도를 보자, 여권은 그래도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정치적 입지와 미래를 모색하고 있으나 야권은 분열되고 방황하는 모습이다. 비대칭이 심해 정치는 실종상태이다.

지난 9일 발표된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의 주간정례 조사 결과이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정당을 창당할 경우 정당 지지율을 보면 안철수 신당은 25.5%, 민주당은 12.5%, 새누리당은 42.7%이다.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정통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실체도 없는 ‘안철수 신당’에 뒤진다는 결과는 도대체 무슨 뜻인가? 한국 민주화의 한 축을 담당해온 정서적 정치 결사체로서, 2번의 집권경험을 가진 정책 집합체로서, 이같은 한계적 소외(疎外)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그리고 민주당의 왜소화된 모습은 위와같은 소모적 정쟁으로 극복될 수 있다는 것인가?
문제는 ‘과거 프레임’이다. 이제 민주당은 ‘과거 프레임’을 벗어던져야 한다. 18대 대통령 선거는 지난해 12월 19일 끝났으며, ‘국정원의 댓글 사건’은 이미 법정에서 다뤄지고 있다. 또 박정희 대통령은 이미 20여년전에 유신과 함께 역사의 무대로 사라졌다.

국민의 삶과는 아무런 관계도 없으며 그 역할을 다했다. ‘댓글’을 외치고 ‘유신’을 외치고 ‘암살’을 외쳐도 돌아보는 사람만 돌아본다. 그리고 그 횟수가 더 늘어날수록 귀 기울이는 사람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등장하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그 개연성을 웅변해주고 있다.

‘과거 프레임’이 그래도 효과를 본다는 주장도 민주당내에는 상당한 걸로 알고 있다. 그러나 ‘과거 프레임’은 이미 시효가 끝났거나 아니면 최소한 순서가 아니다. 다시 말해 민주당은 새누리당과 싸우기전에 ‘안철수’와 싸워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안철수’와 ‘과거 프레임’으로 싸울 것인가? 어불성설이다.

‘과거’ 말고도 할 일은 너무나 많다. ‘양극화’ ‘경제민주화’로부터 ‘복지’ ‘균형발전’ ‘성장과 분배’ ‘경쟁과 통합’ ‘통일 공동체’등등. 우리가 3만달러 시대로 가기위해 넘어야 할 산들이 어디 한 둘 인가?

이런 상식을 건전한 민주당 지도부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야권 연합을 하려니까 식구 숫자를 쉽게 늘리려고 하니까 ‘과거 민주화 투쟁’ 방식이 등장하는 것이다. 이제 그 인습을 떨쳐버리고 혁신에 나서야 민주당에게는 새로운 문이 열릴지 않을까?

물론 민주당이 새 길로 들어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계파구조와 그 이해관계는 쉽사리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카리스마’ 있는 지도자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익숙한 프레임에 갇혀서 앞으로도 똑같은 구태를 계속 반복할 가능성이 매우 농후하다.

앞으로 내년 6월 지방선거에 가까워질수록 과격하고도 생경한 정치 공세가 야당으로부터 쏟아져 나올 것이다. ‘안철수 신당’이 가시화될수록 그 강도는 더 커질 수 있다. 그럴수록 국민들은 등을 돌릴 것이다.

이때 여권의 대응은 어때야 하나? 지금처럼 다수 집권당의 힘으로 ‘국회의원 제명’등 징계 조치로 엄히 다스리는것만이 능사일까? 완급(緩急)과 강온(强穩) 을 조절해나가면서 인내(忍耐)속에 주도권을 잡아나가는게 좋을까? 강하면서도 여론의 흐름을 타는 냉정하고도 유연한 대처를 검토해두는 게 좋을 듯싶다. 물론 어려운 일이다. 그래야 국민들로부터 ‘잘한다’고 박수받을 수 있다.

글/구성재 언론인·전 조선일보 대구경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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