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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불복 아닌 부정에 불복? 장하나의 궤변


입력 2013.12.14 10:20 수정 2013.12.14 10:26        이슬기 기자

<기자수첩>당지도부 협상력 약화시키고 정국 꼬여도 책임 아니라니...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새누리당이 국회에 제출한 자신의 제명 징계안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당의 단합에 악영향? 그다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선 불복 선언’으로 순식간에 핫 아이콘이 된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연 지난 11일. 모든 취재진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그의 발언은 거침이 없었다.

새누리당이 제출한 징계안 중 징계사유 ‘마’에서 “특히 장하나 의원은 스스로 민주당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 부정경선의 명백한 수혜자로 지목돼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이 신청되어 있음”이라 적시된 부분을 문제 삼은 것.

장 의원은 이에 대해 1차 서류심사에서 탈락한 4인이 심사내용을 공개하라며 제기한 소로, 이미 기각된 건을 가지고 새누리당이 악의적으로 왜곡·유포했다고 주장하며 즉시 철회할 것을 요청했다. 더 나아가 “허위사실을 정정해 징계안을 다시 제출하라”고 말했다.

기자회견 후 취재진에 둘러싸인 그를 향해 ‘당의 단합을 해치지 말라는 당 대표와 지도부의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앞서 10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한길 대표가 “때로는 개인의 소신 발언이 우리 내부를 편 가르기 하고 당의 전력을 훼손시키기도 한다는 점을 미리 감안해서 각자의 발언에 보다 신중을 기해 달라”고 당부한지 단 하루가 지난 후였다.

또한 조경태 최고위원 역시 장 의원이 기자회견을 발표한 당일 아침,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를 비롯해서 어떤 의원들도 협조해서 김한길 대표의 리더십을 흔드는 일이 있어서는 안되겠다”며 정면으로 경고한 것을 염두에 둔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장 의원은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관계없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우리 당이 개인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는데 모든 행동을 지도부와 상의하라는 건 아닐 거다. 그 정도의 상식적이고 암묵적인 합의는 당연한 것”이라고 못 박았다.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이 100여일간 서울 광장 천막에서 쪽잠을 잤던 것도, 당 대표가 대표직을 걸겠다며 “믿고 도와달라”고 했던 것도 결국은 국정원 개혁 특위와 특검을 관철해 정국 난항을 돌파 하겠다는 몸부림이었음을 장 의원이 모를 리 없다.

이처럼 여야의 긴 대치 끝에 어렵사리 협상이 성사된 국정원 개혁 특위가 자신의 발언으로 보이콧 위기에 놓이게 되었던 상황에서도 그는 당당했다. 오히려 “내 발언을 볼모로 삼은 것 자체가 황당한 발상”이라고 항의하기까지 했다.

지난 10월 23일 문재인 의원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발표한 성명서 내용에 대해 새누리당이 ‘대선 불복’으로 규정하는 건 분명 지나친 해석이고, 검찰 수사 결과만 봐도 대선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자체는 사실로 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새누리당이 ‘문재인 배후설’을 들고 나오는 것은, 대선 관련 발언이 이들에게 그만큼 예민한 부분이라는 것을 반증해 준다.

장 의원이 지난 대선에 대해 당과는 다른 자신의 소신을 밝히고 싶다면, 그리고 진심으로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밝히기 원했다면, 최소한 지도부와 상의 하에 진상 규명을 위한 특위 출범에 위험 요소가 되지 않을 만한 방법을 택했어야 했다.

대통령 자진 사퇴 요구를 하면서 여당으로부터 보이콧 정도의 반발을 사기에 충분함은 물론, 그 이상으로 정국을 더욱 꼬이게 할 가능성도 충분하단 것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가 없다. 발언을 던져놨다면, 이후 정국에 대해 최소한의 대안이라도 제시했어야 했다.

게다가 정치권 뿐 아니라 박 대통령을 지지한 다양한 연령층, 51.6%의 국민 전부를 ‘잘못된 선택을 한 사람들’로 치부한 말로 들릴 수 있다는 고민조차 하지 않았는지도 의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에 일어날 일에 대한 아무런 책임 의지도 보이지 않을뿐더러 당 단합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자신했다. 대표와 최고위원의 권고를 종잇장처럼 구겨서 주머니 안에 넣어버린 셈이다.

정치는 협상이다. 조정이고 합의이다. 원론적인 것만 일방적으로 들고나가서는 서로 간의 접점을 찾을 수 없다. ‘불법 선거’라 규정한 대선 의혹을 규명하고 국민의 의혹을 풀어주길 원했다면, 특검을 향한 첫 걸음인 특위에 브레이크를 걸 무모한 발언은 자제했어야 하는 이유다.

최근 박수현 원내대변인도 브리핑 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또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정치는 ‘상대’가 있는 거다. 우리 주장만 할 수 없는 것이고 서로 적정한 지점을 찾아야 되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장 의원은 이 말을 외면해서는 안된다.

장 의원은 11일 기자회견에서 결백하다는 표정으로 “나는 대선에 불복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선거에 불복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곧바로 “18대 대선이 부정선거라는 사실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의 요체는 곧 언어이고 말은 무기라지만, 그의 이번 발언에서 ‘말장난’이외에 그 어떤 무기도, 책임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슬기 기자 (wisdom@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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