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살공포’ 한화, 3중 테이블세터로 치유하나
100도루 합작 가능한 3중 테이블세터 이식
병살타 제조기였던 중심타선 부담 줄어들 듯
올 시즌 한화의 실패 요인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시즌 초부터 마운드가 무너진데 이어 기대했던 ‘다이너마이트 타선’ 김태균과 최진행, 김태완은 21홈런 합작에 그치며 끝내 불발탄이 되고 말았다. 급기야 시즌 내내 고민거리였던 프로답지 못한 수비력과 주루플레이는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화의 내년 시즌 현실적인 목표는 역시나 ‘탈꼴찌’다. FA 정근우와 이용규를 137억원이나 주고 데려오며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진을 이뤘지만 이들만으로 4강 이상의 성적을 기대하긴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한화가 정근우와 이용규를 영입한 이유는 따로 있다. 이들의 재치 있는 플레이와 빠른 발은 기존 느리고 패배주의에 젖어있던 한화의 팀 컬러를 바꿔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정근우는 3개의 우승반지와 베이징올림픽, WBC 등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이다. 타율 3할과 30도루를 기대할 수 있는 표면적인 성적 외에 팀을 이끄는 리더십과 날다람쥐 같은 빼어난 수비력까지 갖춰 ‘역대급 2루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용규 역시 ‘재치’의 대명사로 손꼽힌다. 타석에서 상대 투수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인내심은 물론 출루능력과 도루 성공률이 높아 한화 구단 역사상 첫 도루왕 배출도 가능케 하고 있다.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 역시 한화의 센터라인을 더욱 강화시켜줄 요인이다.
‘발야구’를 천명한 한화의 의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화는 최근 외국인 타자로 거포가 아닌 발 빠른 외야수 펠릭스 피에를 영입했다. 과거 시카고 컵스 시절 톱 유망주 출신이던 그는 제2의 후안 피에르, 칼 클로포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비록 빅리그 적응에 실패했지만 준수한 타력과 뛰어난 수비, 빠른 발이 여전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이용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실 한화가 올 시즌 실패하게 된 여러 이유 가운데 하나는 바로 도루와 병살타가 많았다는 점이다. 70개의 팀 도루는 9개 구단 중 최하위이며 140개의 병살타 역시 최다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어렵게 주자가 나가더라도 후속 타자들이 병살로 물러나 김이 새버리던 것이 올 시즌 한화의 주된 공격 패턴이었다.
특히 병살타의 분포는 상, 하위 타선을 가리지 않았다. 중심 타선의 최진행이 18개로 이 부문 1위에 오른데 이어 김태균, 정현석(이상 14개), 오선진(12개), 고동진(11개), 이대수, 이양기(이상 10개)가 공격의 흐름을 마구 끊었다.
하지만 한화의 3중 테이블세터 전략은 병살타를 크게 줄여 줄 수 있는 요인이다. 일단 정근우-이용규-피에는 벤치의 특별한 작전 지시 없이 단독 도루를 감행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아웃 카운트를 줄이지 않고 2루로 갈 수 있다는 점은 병살을 방지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자가 득점권에 나간다면 중심타선의 김태균, 최진행 등도 진루타가 목적이 아닌, 보다 적극적인 스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득점력 향상이 크게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과연 ‘발야구’를 이식한 한화가 과연 내년 시즌 어떤 공격을 선보일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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