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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파업 타결안에 담긴 불편한 진실


입력 2013.12.25 10:02 수정 2013.12.25 10:08        데스크 (desk@dailian.co.kr)

<시론>공기업 아니면 파산했을 서울메트로 퇴직금 누진제 폐지보상이라니

당초 12월 18일 오전 9시에 예정되었던 서울 지하철 파업 계획이 철회되었다. 그동안 노조가 요구한 60세 정년보장과 퇴직금 누진제 폐지 보상이 관철되어 파업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이후 서울메트로 사장, 서울 지하철 노조 위원장, 그리고 박원순 시장이 환하게 웃는 모습이 보도되었다. 그러나 보도 사진에서 빠진 서울 시민들의 모습은 과연 웃는 모습일지가 궁금하다.

서민들은 매일 짐짝처럼 서울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몇 만원을 충전해도 어느새 잔액이 부족해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런데 왜 서울 지하철은 적자인가.

이번 노사타협과 박원순 시장의 노력으로 임금은 총인건비 대비 2.8% 인상하고 2016년까지 단계별로 정년을 60세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또한 퇴직금 누진제 폐지로 인해 상대적으로 발생한 손실액의 50%를 보상하고 승진적체를 해소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임금인상 약속만으로도 서울메트로는 약 176억 원 정도의 인건비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5년간 단 한 번도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고, 총 8,474억 원의 손실을 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공기업이 아니라면 파산했을 회사들이다. 2012년 전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이 4.1%이었다. 서울메트로가 전 산업의 중간 정도의 회사였다면, 매년 434억 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내야한다. 서울메트로는 이것도 못했다는 이야기다.

영업이익도 못내는 서울메트로가 5년간 지급한 성과급이 2918억 원이었다. 2008년만 하더라도 397억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으나, 2012년에는 890억 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고 한다. 기업사정은 점점 어려워지는데, 성과급은 두 배 이상 더 지급한 것이다. 이것도 부족해서 물가인상률보다 더 높은 임금인상률을 합의해 주었다.

서울 지하철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두 노조가 사측과 교섭을 마치고 오는 18일 오전 9시로 예고했던 파업을 취소했다. 교섭대표 노조인 서울지하철노조는 이날 오후 11시 20분께 사당동 서울메트로 본사에서 사측과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퇴직금 누진제는 이미 대다수의 공공기관이 폐지한 제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메트로는 8112명을 대상으로 퇴직금 누진제를 유지해 감사원의 지적을 받았다. 안타깝지만 폐지가 옳은 일이다. 이것을 50%라도 보상해 준다면, 다른 공기업과의 형평도 맞지 않고 잘못을 잘못으로 덮는 격이다.

승진적체 해소와 정년연장만 해도 그렇다. 공공기관의 정년연장이 청년실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은 상식이다. 수많은 젊은이들이 공무원이 되려고 하고, 공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런 직장에서 정년을 연장하면 밤낮으로 공부하는 청년들은 어떻게 되겠는가. 이러한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청년고용보장 조건을 슬며시 타협안에 넣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메트로를 제물로 정치적 피해를 보지 않겠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 일이다.

서울메트로는 2012년 약 576억 원의 보조금과 209억 원의 차입금으로 연명했으며, 2013년도 보조금과 차입금으로 연명하는 회사다. 기업 운영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 서울시민도 살고 서울 지하철도 살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시민들이 내고 있는 요금이 제대로 징수되고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더 이상 사람이 탈 수 없을 정도로 달리는 지하철이 왜 적자인가. 서울메트로는 각 요금단말기에서 발생하는 요금을 점검하여 한국스마트카드나 신용카드에서 부과된 금액과 대조하여 제대로 정산된 요금을 받아야 한다.

서울 지하철은 퇴직 공무원들이 제2의 인생을 여는 곳이 아니다. 선거 전리품의 대상도 더더욱 아니다. 공기업 사장을 임명할 때, 경영능력과 향후 업무 계획 등을 면밀하게 따져야 한다. 전임 사장은 서울시가 노조 편에서 서울메트로의 경영개혁을 반대한다는 명분으로 사퇴했다. 그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 서울 지하철은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서울 지하철은 임금동결과 더불어 사업비 절감 노력, 부채 구조조정 계획 등을 자구노력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서울시는 예산을 수립할 때부터 빚은 지겠다는 서울 지하철을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시민들의 발이 되는 지하철도 해마다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빚을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지하철 요금과 경로우대 무임승차만을 탓하지 말라. 이번 서울 지하철 파업 타결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다.

철도파업으로 시민들이 교통대란을 우려하는 틈을 노려 파업하겠다는 노조의 저의는 무엇인가. 남이야 어떻게 되든 나만 이익을 챙기면 된다는 생각과 다름없다. 어디 하나 서울 지하철의 정상화를 위해 도움을 주지 못하는 타협안에 사인하고 웃음 짓는 정치인들도 반성해야 한다. 서울시와 노조는 정치적 협상으로 발생한 시민의 부담을 직시하고 철저한 자기반성부터 해야 할 때이다.

글/양준모 연세대 정경대학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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