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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부패를 낳을뿐 부패한 선진국은 없다


입력 2013.12.25 09:55 수정 2013.12.25 10:01        데스크 (desk@dailian.co.kr)

<자유경제스쿨>부패 근원인 핵심공무원 권력 손안대면 부패척결 불가능

12월 9일은 국제 반부패의 날(International Anti-Corruption Day)이다. info.propertywala.com 홈페이지 화면 캡처.
12월 9일은 국제 반부패의 날(International Anti-Corruption Day)이다. 2003년 10월 31일 UN 총회에서 채택된 유엔 반부패협약(United Nations Convention Against Corruption)의 체결과 함께 시작된 행사이다. 유엔 반부패협약은 각국 정부가 가입하여 반부패를 다짐하고, 반부패 정책을 수립하는데 필요한 글로벌 스탠더드로 제시된 일종의 국제 규범(international norms)이다.

이 무렵 독일에 기반을 둔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자체 조사한 세계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를 발표한다. 세계은행(IBRD) 등 7개 독립기구가 실시한 국가별 공직자의 부패 정도에 관한 설문조사를 종합하고 분석, 평가하여, 각국에 점수와 순위를 매겨 발표하는 것이다.

부패인식지수는 말 그대로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의 부패 관계를 얼마나 ‘인식’(perception)하고 있느냐의 수치이다. 거주 국민들과 전문가, 전세계의 기업인, 애널리스트들의 '인식'이 반영된다. 여론 조사(survey)가 당시의 ‘여론’(public opinion)이라는 한계를 가진 것처럼 부패인식지수(index) 또한 특정 국가에 대한 부패 ‘인식’이라는 한계가 있다.

예를 들어 어느 한 나라에 그 해에 드러난 부패 사건들이 많고 부패 문제 때문에 여론이 떠들썩하면 ‘인식’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부패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결의가 그 사회에 자리 잡은 것으로 보였다면 그 사회의 반부패에 대한 인식을 좋게 할 것이므로 부정적인 인식과 긍정적 인식은 상쇄될 것을 예상할 수 있다.

지난 12월 3일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2013년 부패인식지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00점 만점에 55점을 받았고, 177개국 가운데 46위를 기록했다. OECD 국가 34개국 가운데 27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에는 39위를 했고, 2011년에는 43위, 2012년에는 45위, 올해 46위로 하락하였다. 2010년 39위에서 2013년 46위이니 3년 만에 7계단 하락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지하경제 양성화와 원전비리 척결을 내세워 1년을 전력투구했다. 그리고 재벌총수든 전직 대통령이든 성역이 없어야 한다며 검찰 조사의 칼을 들이 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평가로 본다면 결과는 성공적이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공정사회’(Fair Society)를 건설하겠다고 외치며 부산하게 움직였지만 결과적으로는 중소기업에도 대기업에도 가장 공정하지 않은 정권의 모습으로 비쳐진 것과 유사하다.

왜 그럴까? 부패의 핵심은 ‘권력’에 있음을 알지 못하고 부패 척결과는 반대의 정책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액튼(Acton) 경의 명언은 언제나 유효하다. 즉, 부패의 근원이자 핵심인 정부 공무원의 권력에 손대지 않고 도리어 권력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공무원에게 왜 뇌물을 주는가? 공무원들에게 인허가권과 재량권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인허가권과 재량권을 없애면 부패는 사라진다. 입찰시 왜 공무원에게 뇌물을 상납하는가? 공무원이 입찰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입찰을 투명화 하면 된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는 일, 그리고 공무원이 뇌물을 받는 일, 즉 부패(腐敗)와 부정(不正)은 공무원의 권력에서 발생하고, 권력은 대부분 규제에서 나온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의 규제는 경제민주화 관련 '의원입법'의 영향으로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거꾸로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자 시절 약속했던 "손톱 밑의 가시"나 "신발 속의 돌멩이" 제거, 즉 규제 완화는 지난 1년간 일어나지 않았다.

그 좋은 예가 게임 산업이다. 박근혜 정부의 게임 산업에 대한 규제 강화로 게임 산업은 사양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게임중독이 박근혜 정권 동안 척결돼야할 4대악의 하나가 되면서 넥슨을 비롯한 많은 게임 업체들과 전문 인력들이 해외로 빠져 나가고 있다. 규제가 게임중독이 아니라 게임 산업을 잡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역시 규제 완화 약속과 결과는 완전히 달랐다. 이명박 정부는 정권출범 초기에는 친기업 정책을 표방하면서 “전봇대(규제)를 뽑아내겠다”고 했고, 의욕적으로 규제개혁 정책을 약속했다. 하지만 현대경제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기간 공무원들의 규제가 오히려 대폭 강화 되었다.

연구는 최근 5년간의 총 규제건수에서 ‘신설’ 규제가 ‘폐지’보다 1467건이나 많았고, ‘강화’ 규제가 ‘완화’보다 536건이나 더 많았다고 한다. 규제가 부패를 낳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박근혜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서 반부패 지수가 하락한 이유는 분명해 진다.

부패와 권력, 부패와 규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규제의 확대는 부패의 확산이고 경제 부실화이며, 성장률의 하락임은 세계의 선진경제가 보여주고 있다. 부패인식지수 1위부터 6위의 국가들은 덴마크, 뉴질랜드,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 싱가포르이다. 경제 선진국 가운데 부패 국가는 없다.

정치 선진국 가운데도 부패한 국가는 없다. 정부의 간섭이 많은 나라, 정치가 최악인 나라, 정부가 독재 권력으로 간섭하는 나라인 북한, 소말리아, 아프가니스탄은 함께 부패인식지수 최하위인 175위였다. 정부가 건전한 나라, 규제가 적은 나라, 경제 선진국 가운데 부패 국가는 없다.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문제는 정부가 부패 척결을 위해 독립적 반부패국가기관을 설치해야 한다는 일부 학자들과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독립적인 반부패기관은 권력기관의 부패를 막기 위해 나름의 설득력을 갖지만 또 다른 권력 기관이 만들어지고 이들의 부패 가능성과 부패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감시자에 대한 감시’라는 근원적인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독립된 반부패기구가 없어서, 즉 권력에 대한 감시가 부족하여 부패지수가 높은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반부패국가기관의 설립보다 시급한 것은 부패할 수 있는 권력 자체를 없애 부패의 근원을 차단하는 일이다. 반부패에 대한 정답은 작은 정부, 규제가 적은 정부를 만드는 일이라는 의미이다. 정부의 규모를 축소하여 작은 정부를 만들고, 규제를 없애 공무원의 권력을 줄여 부패의 근원적 소지를 없애는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작고 효율적인 정부가 중국과 같이 크고 비대한 정부보다 부패가 적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부정부패의 ‘부정’(不正: injustice)은 공정성을 잃은 행위를 말하며, ‘부패’(腐敗: corruption)는 공무원을 대상으로 하여 "공무담당자 또는 중재인이 그 직무에 관하여 혹은 직무처리의 불공정처사 후에 뇌물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하는 행위"로 정의한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정부패가 일반적인 공무담당자의 ‘생활형 부패’ 또는 비리(非理) 전반을 범위로 한다면 규제의 철폐로 상당한 정도로 없앨 수 있고, 고위공직자 또는 정치인들의 ‘권력형 비리’와 부패는 권력 감시기관의 강화로 줄어들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치인 시절 한 강연에서 선진국 건설의 전제 조건으로 "아무리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경제가 좋아져도 부패하고 법을 지키지 않고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면 결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향하는 선진국이 "풍요롭되 공정하고, 발전하는 속도만큼 청렴도가 높아지는 나라"라면 그 첫 번째 길은 정부, 특히 경제 공무원의 권력인 규제를 철폐하여 청렴국가로 가는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국회의원들이 경제민주화 입법으로 만들어 내는 규제로는 부패 없는 선진경제는커녕 그저 규제천국의 활력 없는 후진경제만을 만들어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글/김인영 한림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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