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의 '몽니'로 예산안 2년째 해 넘겼다
국정원법 등 합의후 일사천리 진행되다 외촉법에 올스톱
법사위 상정 한때 막다가 상서특검 전리품 챙기고 통과
[기사수정 : 2014.01.01 5:30]
여야는 2013년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지루한 줄다리기 끝에 결국 연내에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 하지만 쟁점사항 중 하나인 외국인투자촉진법을 두고 여야가 합의한 사항을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상정을 거부하면서 결국 국회는 2년 연속 해를 넘기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순조로운 출발, 최대쟁점 ‘국정원개혁법안’의 조속한 합의
시작은 순조로웠다. 당초 최대 쟁점사안이었던 국정원 개혁안을 두고 여야가 생각보다 빨리 합의점을 찾았기 때문이다.
국정원개혁특위 여야 간사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과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8시30분 회동을 갖고 합의점을 모색하기 위한 협의를 시작했다. 1시간여가 지난 뒤 양측은 국정원개혁안에 합의를 도출하고 각각 의원총회에서 추인에 성공했다.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원총회에서 “원내지도부도 (예산안 처리과정을) 최대한 빨리 끝내도록 하겠다. 국회에서 제야의 종소리를 듣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의원들을 격려하면서 동시에 예산안 처리가 이른 시간 안에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마친 여야는 곧바로 국정원개혁특위 전체회의를 갖고 7개 법안에 걸쳐 25개 항목을 바꾸는 개혁법안을 처리했다. 이 법안에는 △국정원 직원의 사이버정치활동 처벌 △국회의 예산 통제권 강화 △내부고발자 보호 등의 내용이 담겼다.
‘뜻밖의 복병’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장에 불거진 여야 갈등
순조롭게 진행되던 이날 일정은 오후 들어 ‘외국인투자촉진법(외촉법)’이라는 뜻밖의 복병을 만나면서 뒤틀리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예산안, 외국인투자촉진법, 세법이 다 일괄로 같이 보내게 돼 있기 때문에 야당이 원하는 것만 하고 원하지 않는 것은 안 한다면 합의를 깨는 것(최경환 원내대표)”이라며 이른바 ‘패키지딜’을 내세웠다.
하지만 국회 기재위 소속 야당 간사인 김현미 민주당 의원은 “소득세 구간조정과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은 양도세 중과폐지와 바꾼 것이다. 이것을 세법과 관련 없는, 기재위법도 아닌 외촉법과 연계하겠다는 것은 약속위반”이라며 “민주당은 조세소위를 열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양측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여야는 각각 또 다시 의원총회를 갖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과정에 돌입했다.
한발 앞서 오후 2시30분께 의원총회를 시작한 민주당은 외촉법 처리를 두고 마라톤 토론에 들어갔다. 박영선, 김현미, 이미경, 김기식, 김현 의원 등이 발언을 통해 반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 과정에서 의원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서영교 의원은 의원총회 중간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갑자기 외촉법을 강조하면서 새누리당도 갑자기 들이대기 시작한 측면이 있다”며 “여당이 갑자기 발목을 잡으면서 외촉법을 빌미로 어떤 거래를 들이미는 건 여당의 모습답지 않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도 잠시 뒤인 오후 3시 20분 비공개 의원총회를 갖고 논의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이미 의견이 모아진 국정원 개혁안에 대한 의원들의 불만이 터지면서 새누리당도 당내 갈등이 시작됐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의원총회에서 많은 분들이 국정원개혁법안에 대해 심하게 반발했다”며 “(국정원의) 손발을 자르고 무엇을 하는 것인가, 양보를 해도 지나친 것 아닌가라는 불만이 있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측이 각각 국정원개혁안과 외촉법을 두고 내부 의견이 충돌한 가운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법사위원장인 박영선 민주당 의원이 오후 6시45분께 “이 법안만큼은 내 손으로 상정할 수 없다”며 법사위 처리 불용 입장을 밝혔다. 예산안 및 쟁점법안 연내 처리에 비상등이 켜진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어 오후 9시께 새누리당 지도부에 외촉법과 상설특검법을 교환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성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가 국회 법사위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에게 이같이 제안했지만, 권 의원은 ‘이럴 거면 국정원개혁법안 처리도 내년 2월로 미루자’고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다 할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시간만 잡아먹던 여야는 오후 10시께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외촉법을 지도부에 위임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해법을 찾기 시작했다. 소속 의원들의 추인을 받은 그는 곧장 산업위 소집을 지시했으며, “법사위와도 논의하겠다”고 밝혀 박 의원을 설득할 방침임을 내비쳤다.
이후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10시 18분께 예결위 소위를 통과한 355조 8000억 규모의 새해 예산은 이후 11시 49분께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통과된 뒤 본회의에 넘겨졌다. 외촉법도 11시28분께 산업위 법안소위를 통과했으며, 11시 58분께 법사위로 넘겨졌다.
박영선의 몽니, 결국 2년 연속 해 넘긴 새해 예산안 “의원 300명이 볼모인가”
제동은 뜻밖의 장소에서 걸렸다. 박영선 의원이 산업위에서 넘어온 외촉법의 법사위 상정을 거부한 것이다.
산업위에서 외촉법을 처리하기 직전인 11시30분께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은 법사위원장실을 방문했다. 30분 뒤 권 의원은 위원장실을 나오면서 “왜 빨리 안하는가. 도대체 박 의원 혼자 다 말하고 이게 뭔가. 박 의원 하나 때문에 의원 300명이 기다린다. 볼모인가”고 고함을 질렀다.
그는 이어 “갑자기 (상설특검을) 하자고 하면 어떻게 하는가. 2월에 논의하기로 돼 있는 것인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간사인 이춘석 민주당 의원은 “우리는 지금 국정원개혁법안을 먼저 하고 예산안 및 부수법안을 하자고 하는데, 저쪽(새누리당)은 외촉법이 오면 같이 상정하자고 주장해서 얘기가 안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가 넘은 2014년 1월1일 자정이 지나자 국정원개혁특위 야당 간사인 문병호 민주당 의원은 법사위원장실을 방문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법사위 개의가 미뤄지는 것에 대해 “아직 위원장인 박 의원이 (외투법) 상정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후 0시 30분께 권 의원이 재차 위원장실을 찾았지만 아무런 소득도 없이 5분여만에 퇴장했다. “박 의원이 권 의원에게 ‘둘이 잘 이야기 하다가 나가서 기자들에게 소리를 질렀는데, 그런 쇼를 하는 사람과 나는 이야기 할 수 없다’고 말했고, 이에 권 의원이 ‘사과한다’고 말했으나 박 의원이 ‘밖에 나가서 사과하라’고 했다”고 박지원 의원이 전했다.
결국 외촉법은 여댱 위원들이 상설특검제 입법을 2월에 처리한다는 합의서를 써줌으로써 오전 2시께 법사위 문턱을 통과, 새벽 5시 15분 335조8000억원 규모의 2014년 예산안이 찬성 240인, 반대 27인, 기권 18인으로 본회의에서 가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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