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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판' 채택률 0% 좌파진지 가공할 공고함


입력 2014.01.10 09:32 수정 2014.01.10 17:09        이충재 기자

광우병 괴담처럼 친일낙인 프레임에 휘말려

채택 유예한 고교 20% 이상…외압 중단돼야

지난 12월 3일 오전 서울 강북구 창문여고 앞에서 서울지역 진보 교육단체가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를 촉구하기 위해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연합뉴스

“‘친일딱지’를 붙이는데도 전혀 대응하지도, 그럴 생각도 없어 보였다.”

보수그룹 한 원로 교수는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좌파에선 보수의 아킬레스건이 친일이라고 판단하고 약점만 찾아 물어뜯은 것”이라고 했다.

‘역사 전쟁’으로 불리던 한국사 교과서 논란의 결말은 ‘친일’공세 집중포화에 교학사 교과서가 전멸한 형세다. 서울을 제외한 전국 2000여개 고등학교 중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는 경북 청송여고 1곳 뿐이었지만 그나마도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9일 철회한 상태다.

교육부가 한국사 교과서 선정 결정을 변경한 총 20개 고등학교에 대해 특별조사를 실시한 결과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일부 학교가 시민단체 등에게 외압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교과서 파동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학교에 몰아친 ‘광풍’을 피해 아직 역사 교과서를 채택하지 않은 고교도 적지 않아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 있는 상황이다.

교학사 채택 0% "좌파의 진지 얼마나 공고한지 확인해 준 사건"

교육부의 특별조사에 따르면 일부 학교에서는 시민단체와 교직단체 등의 항의 방문과 조직적인 항의전화, 학교 앞에서 시위 등이 교과서 선정 번복 결정에 주요인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사 대상은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가 철회한 20개 고등학교였다.

이들 학교에는 홈페이지와 전화 등을 통해 인신공격과 욕설이 쏟아졌고, 교문 앞엔 ‘교학사 채택 철회’ 현수막이 나부꼈다. “친일 학교라는 낙인이 정상적인 채택을 어렵게 했다”는 학교장의 하소연이 나올 정도다.

교학사 교과서 저자인 이명희 공주대 교수는 기자와 통화에서 “일부 세력이 정부의 검인증을 통과한 교과서를 채택하는 것을 마치 죄를 짓는 것처럼 만들고 있다”며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대한 인민재판을 하는 것보다 더한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조전혁 명지대 교수도 일선 학교의 교학사 교과서 채택이 줄줄이 철회된데 대해 “좌파들의 선전선동 앞에서는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며 “이는 교육계와 역사학계에 좌파의 진지(陣地)가 얼마나 공고한지 확인해 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친일'공세에 속수무책 "두고두고 후회할 일 만든 것"

무엇보다 ‘친일 교과서’라는 낙인찍기에 전선이 무너졌다는 게 교과서 파동에 대한 우파진영의 자평이다.

이미 교학사 교과서의 내용이 공개되기 전부터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유관순은 여자 깡패로 기술했다’는 거짓 주장이 퍼졌고, 이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했다. “거짓 선동에 체계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우파의 한계를 보였다”는 내부의 지적이 나왔다. 결국 ‘친일’이라는 민족정서를 자극하는 사안은 진실여부를 떠나 여론을 들끓게 만들었다.

보수진영에선 교학사 교과서가 ‘친일 교과서’라는 멍에를 풀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후회할 일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정경희 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광우병 사태처럼 ‘교학사 교과서 = 친일 교과서’라는 거짓된 공식이 국민들의 뇌리에 자리 잡게 됐다”며 “기존에 박힌 인식을 진실로 뒤집기란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상을 제대로 서술한 교과서가 처음으로 나왔는데, 맥이 끊어지게 생겼다”고도 했다.

‘친일’공세의 빌미를 제공한 것은 교학사 교과서였다. 특히 교과서는 249쪽의 사진 설명에서 일본 위안부 관련된 내용에서 일본군 트럭에 실려 이동 중인 위안부의 사진을 싣고 ‘현지 위안부와 달리 한국인 위안부는 전선의 변경으로 일본군 부대가 이동할 때마다 따라다니는 경우가 많았다’고 서술했다. 또 일제의 쌀 수탈을 ‘수출’로 표현하고, ‘의병 토벌’이라는 용어도 일본의 입장이 반영된 서술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교학사는 “문제로 지적된 부분을 수정했고, 위안부와 관련된 서술도 고친 상태”라고 밝혔지만, 한번 찍힌 낙인이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대체적이다.

채택 유예한 고교 20% 이상 '논란의 불씨' 살아 있어

좌파 진영 역시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판단으로 무리한 공세를 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일부 시민단체는 물론 전교조 등 학교와 직접 연계된 세력이 특정 교과서 선정을 방해하고 강요한 것은 “민주적 절차에 반하는 행위”라는 지적이다.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포기한 상산고 홍성대 이사장은 지난 7일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어떤 시민사회든, 단체든 학생들이 공부하는 터전에 그렇게 테러를 할 수가 있느냐”며 “학교는 심사된 책이라고 하니까 선택한 것일 뿐, 어느 책을 선택할지는 학교의 자유”라며 학교에 대한 외압에 쓴소리를 했다.

일부 고교에선 ‘학교 앞 등쌀’에 아예 한국사 수업을 1학년이 아닌 2-3학년으로 편성해 교과서 선정을 미루기도 했다. 서울지역에서만 318개 고교 중 90여 곳이 역사 교과서 선정을 미뤘다. 교육계에선 ‘소나기는 피하자’식으로 학교가 물러선 것으로 보고 있다.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한국사를 2-3학년으로 유예한 고교가 2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되는 등 아직도 교과서 채택을 둘러싼 불씨는 꺼지지 않았다. 더욱이 교육부의 조사결과 교과서 채택 과정에서 일부 학교가 시민단체 등에게 외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나 ‘교학사 불채택 운동’이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수진영에선 교학사 교과서를 각 지역 서점과 온라인 등에서 ‘교양도서’로 판매해 “시민들이 읽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조전혁 교수는 “국민들이 교학사 교과서를 사서보고, 지금껏 좌파들이 어떻게 선전과 선동을 했는지 시민들의 눈으로 직접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친일공세’에 대해서도 “직접 읽어보면 친일인지 아닌지 팩트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편 교학사는 지난 7일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 심리로 열린 ‘교과서 배포금지 가처분 사건’의 첫 심문에서 “위안부 피해자와 관련된 내용 등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의 표현을 다시 수정하기 위해 교육부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충재 기자 (cjlee@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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