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로드, 강제은퇴 수순 '2500만 달러도 날아간다'
올 시즌 전 경기 출장정지 ‘강제 은퇴 수순’
천재적 재능으로 쌓은 명성, 기행·거짓말로 물거품
한때는 메이저리그(MLB)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는 찬사가 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기억에서 가물가물한 과거형이 돼가고 있다. 약물과 거짓말로 점철된 오명만이 야구인생의 말년을 채워가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몸값이 가장 비싼 사나이 알렉스 로드리게스(39·뉴욕 양키스)의 현 주소다.
로드리게스는 12일(한국시각)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중재위원회를 거쳐 확정한 162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금지약물 복용 혐의가 원인이다. 로드리게스는 혐의를 부인했지만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중재위원회는 로드리게스가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위치한 노화 방지 클리닉을 통해 오랜 기간 금지 약물을 구매한 것을 확인했다.
이번 징계는 MLB 사무국이 지난해 8월 처음 내린 211경기 출전정지보다 수위가 낮아졌지만 금지약물 및 마약 복용과 관련된 징계로서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더구나 양키스가 올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더라도 로드리게스는 참가할 수 없다.
불혹을 바라보는 로드리게스의 나이를 감안할 때 사실상 강제은퇴나 마찬가지다. 연봉으로만 2500만 달러(265억원)를 받는 로드리게스가 징계를 받게 될 경우, 올 시즌 연봉을 한 푼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로드리게스는 연방 법원에 이 문제를 제소하겠다며 반발했지만 그를 향한 미국 현지의 여론은 싸늘하기만 하다.
로드리게스는 이미 과거에도 한 차례 금지약물을 복용한 혐의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약물사안에 스타급 선수로서 또 한 번 연루된 데다, 이번엔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약물 수급을 알선하는 브로커 역할을 했다는 혐의도 추가로 받고 있어 대중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로드리게스가 끝까지 혐의를 부인하며 버티고 있는 것도 출전정지 기간에 따른 연봉손실을 조금이라도 보전하기 위한 '꼼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로드리게스의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은 자초한 것이다. 약물 파문만 해도 물론 민감한 사안이었지만 로드리게스의 이미지가 이 정도로 나빠진 것은 단지 약물만이 아니라 그동안 로드리게스가 거듭해온 상습적인 거짓말과 기행 때문이다.
로드리게스는 전성기 때도 여배우들과의 스캔들과 성추문, 이혼 소송 등 방탕한 사생활로 잦은 구설에 올랐다.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 결정전에서는 투수 앞 땅볼을 친 뒤 1루로 질주하다가 수비하던 보스턴 투수 브론손 아로요의 팔을 고의로 가격하는 비매너 플레이로 논란의 중심에 오르기도 했다.
로드리게스는 2007년 처음 금지약물 복용 혐의가 도마에 올랐을 때도 강하게 부인했지만 조사가 계속되면서 2년 뒤 성적을 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스테로이드를 복용했다는 것을 시인했다. 이후 로드리게스는 더 이상 금지약물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약물의 폐해를 강조하는 사회봉사 활동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반성하는 듯했지만 이마저도 모두 거짓말로 드러났다.
현재 미국 현지에서 로드리게스를 바라보는 여론의 분위기는 그와 마찬가지로 금지약물 복용으로 구설에 올랐던 홈런왕 기록 보유자 배리 본즈나 로저 클레멘스보다 더 좋지 않다. 로드리게스가 징계가 풀린 이후 돌아온다고 해도 예전의 명성과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로드리게스는 이미 약물파동이 아니더라도 2009년 이후 기량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은퇴 후 '명예의 전당' 입성이 기정사실인 것처럼 보였지만 거듭된 구설로 이제 미국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스포츠스타 1순위에 올랐다. 이제 로드리게스는 평생 야구로 쌓아온 명예를 모조리 잃어버릴 위기에 처했다. 한 시대를 대표하던 최고의 재능이 어떻게 밑바닥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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