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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새정치는 주면 꼭 받아내는 의리정치


입력 2014.01.21 11:01 수정 2014.01.21 11:10        조소영 기자

지방선거도 2017년 대선도 준만큼 받겠다는 속내

지난 2012년 12월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통령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가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전격 회동 한 후 밖으로 나와 웃으며 서로 포옹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야권에 있어 ‘의리’란 굉장히 중요한 단어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대변되는 보수 우위 정치지형에서 진보 진영이 승리하려면 반드시 단일화가 필요한데 여기에는 공정한 단일화 과정을 거쳐 탄생한 승자에 대해 패자가 바라는 것 없이 ‘의리 있게’ 도와줘야 한다는 전제가 붙기 때문이다. 이는 통칭 ‘아름다운 단일화’로 불린다.

하지만 야권의 의리가 의리다웠던 적을 찾기란 쉽지 않다. 이때까지 야권이 의리를 지키는 정치를 하기 위해서는 ‘주고받기’가 수반됐다.

야권연합의 시초라 할 수 있는 DJP(김대중-김종필)연합 당시 그 과정은 공정한 대결보다는 대통령 김대중, 국무총리 김종필, 내각제 개헌 실시 등 서로 간 일정한 이득을 취하기 위한 합의서 쓰기에 가까웠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때는 단일화 과정은 합의하 성공적으로 이뤄졌지만, 대선일을 하루 앞두고 연대가 깨졌다. 노무현 후보가 정몽준 후보를 차기 대통령으로 인정하는 작업 등 ‘주고받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탓이라는 얘기들이 나돌았다.

2010년 서울시교육감 단일화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이뤄진 ‘극적인 단일화’로 일컬어졌지만 다음해 ‘주고받기’ 문제가 노출됐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진보진영 박명기 서울교육대학교 교수와의 단일화를 위해 박 교수가 후보사퇴를 할 경우, 그 대가로 거액의 돈을 주기로 했다고 밝혀져 파장이 일었다. 이후 두 인사는 나란히 복역했다.

가장 최근의 사례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안철수 단일화에서의 잡음이다. 단일화 룰을 만들 때부터 옥신각신하며 감정의 골이 깊어진 두 그룹은 현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대선에서 패배하자 감정이 격화됐다. 문 의원 측에서는 패배의 원인을 “안철수 의원이 진심으로 선거운동을 돕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의리 있게’ 도와주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면 대선 당일 미국으로 떠났다 약 3개월 만에 돌아와 4.24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에서 당선된 안철수 무소속 의원은 이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선을 술회하면서 “당시 그 정도면 열심히 도왔다고 민주당에서도 얘기했다”며 “열심히 안 도와서 패배한 후보가 세계 어느 대선에서 있느냐”고 쏘아붙였다. 그 정도 도왔으면 ‘의리 있게’ 도왔다는 반격이다.

이외에도 두 인사는 여러 번 부딪쳤다. ‘소주회동’을 약속했다는 보도가 나온데 대해 안 의원이 부정하면서 냉기류가 흘렀고, 안 의원의 정치적 입장이 ‘진보적 자유주의’라고 알려진 뒤 문 의원이 “(그 개념을) 독점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설전을 벌였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이 단일화 상황을 담은 ‘비망록’을 출간했을 때는 갈등이 한층 고조됐다.

특히 이 도서에는 2013년 초부터 흘러나왔으나 안 의원 측이 극구부인했던 단일화 당시 ‘주고받기’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됐다. 도서는 안 의원 측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하면서 문 의원에게 공동신당 창당 추진 및 그에 대한 전권을 요구하고, 미래 대통령을 안 의원으로 명명해달라고 했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이같은 내용은 대선 당시 실제로 실현되지는 않았다.

이 때문인지 양측간 의리정치를 둔 기싸움은 현재진행형이다. 안 의원은 20일 보도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 서울시장 선거, 2012년 대선까지 두 차례 연속 양보만 했다”는 질문에 “이번에는 양보 받을 차례 아닌가. 국민이 정치 도의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답했다. 안 의원은 2012년 문 의원에게 대통령 후보 자리를 내주기에 앞서 2011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현 민주당 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오는 6.4지방선거는 물론 2017년 대선 모두 민주당으로부터 ‘의리 있게’ 양보 받겠다는 속내를 비춘 것으로 볼 수 있다. ‘준 만큼 받겠다’는 뜻이 담겼다는 것이다. 앞서 민주당은 안 의원이 의리정치를 해준 답례 차원으로 4.24재보선 당시 그가 출마한 서울 노원병에 후보를 내지 않기도 했지만, 안 의원 입장에서는 ‘소통령’으로 불리는 서울시장과 대통령 후보직을 내줬기에 계산이 맞지 않았다.

박 시장은 안 의원의 이같은 반응에 뜨뜻미지근한 입장을 내놨다.

그는 20일 MBC라디오에서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내가 백번이라도 양보해야 한다”면서도 “(서울시장직은) 정치를 위한 정치, 자리를 위한 자리가 아니다”고 말했다. 결국 야권은 지방선거가 약 5개월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민생을 위한 정책이나 새정치 등은 온 데 간 데 없이 ‘주고받기’가 수반된 의리정치 다툼에 휩싸인 형국이 됐다.

조소영 기자 (cho1175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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