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 공유 카드 꺼냈다가 된서리 맞은 금융당국
정보제공 동의 안하면 금융거래 못해…"지주사가 자회사 고객정보 관리 통제 못 하는게 문제"
"개인정보의 제공에 관한 동의는 계약 이행을 위해 필수적이므로 동의해야만 금융거래 관계의 설정 및 유지가 가능하다."(비여신 금융거래용 공통서식의 '동의를 거부할 권리 및 불이익' 항목 발췌)
카드사의 대량 고객정보 유출사태가 은행 등 같은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던 정보 유출로까지 번지면서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이 제시한 '고객정보 공유'를 통한 금융업 경쟁력 강화 방안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11월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내놓으면서 지주 계열사 간 고객 정보 공유를 강화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원활한 고객정보 공유를 통해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는 금융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금융위는 고객의 포괄동의가 있는 경우 금융지주 계열사 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 은행PB와 증권PB간 유기적인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금융비전을 내놨다.
이 같은 방안을 올해 상반기까지 정착시켜 금융지주사의 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이끌어내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터진 사상 초유의 정보유출 대란은 금융지주사 내 계열사들의 고객정보 공유와 제휴 마케팅업체와의 정보 교류 등에 의해 피해규모가 불어난 케이스로, 정보공유 허용에 따른 정보관리 강화 등 별도의 방안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현재 금융권은 비여신 금융거래용 공통서식인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 동의서'로 고객들에게 영업을 위한 고객 정보 공유·이용 여부를 통보하고 있다. 이에 정보 공유에 동의하지 않으면 사실상 금융거래를 할 수 없다.
국민은행의 경우 KB국민카드, KB생명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 동부화재해상보험㈜, ㈜에버헬스케어 등 16개의 예금·전자금융·신탁업무·외환업무·방카슈랑스 업무 관련 제휴사에 고객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 동의서는 '동의를 거부할 권리 및 불이익"이라는 란을 통해 정보 제공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금융거래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고객정보 제공 동의 서명을 하지 않으면 금융 거래를 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김우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주 계열사 간 고객정보 공유는 법적으로 보장되고 있지만 지주사의 자회사 간 정보공유에 따른 사후관리가 소홀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지주사 차원에서 그룹내의 고객정보를 강력하게 통제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지주사는 권한이 약하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지주 자회사 간 고객 정보관리를 안전하게 하려면 지주 차원에서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이를 통제해야 한다"면서 "지주의 권한이 약하기 때문에 자회사에서 벌어지는 고객정보 관리 부실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정보유출 사태 확산의 원인을 지주 계열사 간 무분별한 고객정보 공유로 보고 금융업법 등 관련 법제도의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지주 내 은행, 카드, 보험사 등이 보유한 고객정보를 개인 동의 없이 그룹 내 다른 회사에 영업상 이용할 수 있게 한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의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논평을 통해 "금융그룹은 지난 2011년부터 2년간 총 40억 건의 고객정보를 자회사에 제공했다"면서 "이 가운데 13억 건은 고객 본인이 가입하지 않은 자회사가 마케팅 목적으로 이용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제 오후 당 정책위원회를 중심으로 금융위원장 등 정부 관계자와 긴급 당정협의를 개최, 개인정보책임자와 유출자에 대한 형사처벌 뿐 아니라 별도의 영업정지, 징벌적 과징금 부과 등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위도 지주 자회사간 정보공유 문제가 일파만파로 퍼지자 관련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재 지주 자회사 간 정보공유와 카드사의 정보유출 간의 관계가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지주 자회사 간 고객정보 공유가 문제가 된다는 점이 확인되면 관련법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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