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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운명의 2월…기적의 뒤집기?


입력 2014.02.03 09:28 수정 2014.03.05 10:13        데일리안 스포츠 = 이준목 기자

왓포드 전격 이적 후 첫 경기 소화

홍명보호 합류 위한 마지막 승부수

아스날을 탈출한 박주영(29·왓포드)이 과연 2014 브라질월드컵 무대에 나설 수 있을까.

박주영은 1일(한국시각) 유럽축구 겨울이적시장이 문을 내리기 직전 잉글리시 챔피언십의 왓포드로 깜짝 임대 이적했다. 그동안 아스날 전력에서 철저히 배제되면서도 좀처럼 이적 소식이 들리지 않아 출전과 월드컵에 대한 의지 자체가 부족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들었던 박주영으로서는 어쨌든 변화에 대한 최소한의 의지를 드러냈다.

2부 리그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유럽 무대고 익숙한 영국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만 해도 차선책으로는 충분했다. 바로 출전도 했다. 3일 영국 왓포드의 비커리지 로드서 열린 2013-14 잉글리시 챔피언십 29라운드 브라이턴 앤 호브 알비온과 홈경기에서 2-0 앞선 후반 45분 교체 투입돼 짧은 신고식도 마쳤다. 그간 출전 자체만으로도 감격해야 했던 박주영이 이적하자마자 첫 경기에 그라운드를 밟았다는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이다.

박주영의 왓포드행이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것은 역시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복귀 여부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은 그동안 수차례 박주영을 브라질월드컵 구상의 일부로 포함시켜놓고 있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경기에 꾸준히 출전해야한다"는 전제 하에서였다.

박주영의 이적 소식이 알려진 이후 홍명보 감독은 왓포드행을 반기면서도 "이제 동료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위치에 섰을 뿐"이라며 섣부른 해석을 경계했다. 말 그대로 이적은 했지만 박주영은 아직 실전에 나서거나 충분히 경기력을 회복했음을 검증받은 것은 아니다. 홍명보 감독의 발언은 지나치게 박주영에게 의존하는 게 아니냐는 일부 여론의 지적에 대해 박주영도 철저히 공정한 기준에 따라 평가받을 것이라는 원칙론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최근 전지훈련을 마친 대표팀은 다음달 6일 그리스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있다. 홍명보 감독은 이 경기가 사실상 월드컵을 위한 마지막 테스트가 될 것이며 유럽파를 총망라한 최정예 멤버들을 구성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주영이 월드컵에 합류하려면 그리스전에서는 홍명보 감독의 부름을 받아야한다.

박주영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2월 동안 왓포드에서 얼마나 많은 경기에 출전해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느냐가 관건이다. 왓포드에서도 좋은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거나 자칫 벤치신세로 내려앉는다면 홍명보 감독으로서도 박주영의 발탁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잉글리시 챔피언십은 결코 만만한 무대가 아니다. 이청용이 속한 볼턴이 2012년 강등 이후 챔피언십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서 보듯, 챔피인십 상위권 팀은 프리미어리그 중하위권 팀과 큰 격차가 없다. 오히려 프리미어리그보다 거친 몸싸움과 과격한 태클이 난무하는 분위기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준 것이 전혀 없는 박주영이 2부 리그라고 챔피언십에서 바로 맹활약할 수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왓포드는 올 시즌 챔피언십으로 중위권인 16위에 머무르고 있다. 승점은 31로 강등권과는 불과 7점차. 사실상 1부 승격보다는 챔피언십 잔류가 우선순위인 약체다. 그만큼 공격수들의 결정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박주영은 왓포드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는 치열한 주전경쟁을 이겨내야 한다. 이탈리아의 쥐세페 산니노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으며 선수단에도 이탈리아 선수들이 상당수 자리를 잡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왓포드가 전형상 두톱 시스템을 즐겨 쓰고 있고 주포 트로이 디니를 제외하고 정통 스트라이커 자원이 부족한 상황이라 박주영에게 많은 출전 기회가 주어질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왓포드행은 단지 브라질월드컵 출전여부만이 아니라 박주영의 유럽무대 경력에 중요한 분기점이다. 아스날과 셀타 비고에서 이미 참혹한 실패를 맛본 상황에서 마지막 기회라고 할 수 있는 2부 리그 챔피언십에서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더 이상 유럽무대에서 박주영이 서 있을 자리는 없다. 박주영의 생존 경쟁은 지금부터다.

이준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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