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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폄훼 당한' 레전드 감독들, 다시 일어나야 한다


입력 2014.02.07 11:35 수정 2014.02.07 11:42        데일리안 스포츠 = 이경현 객원기자

나란히 4강 탈락, 올 시즌 성적 따라 자리 위험

최고 레전드 실패, 그간 업적마저 폄하 아쉬움

이만수(왼쪽부터), 김시진, 선동열 감독은 나란히 지도자 인생에 시련을 맞고 있다. ⓒ SK 와이번스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

이만수(SK), 김시진(롯데), 선동열(KIA).

현역 시절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던 최고의 레전드 출신의 감독이다. 하지만 지난해 나란히 4강에 탈락하는 아픔을 겪은 팀의 수장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지난해 한국프로야구는 스타 감독들의 수난시대였다.

한국시리즈 10회 최다 우승, 정규리그 통산 최다승 기록에 빛나는 한국야구 역대 최고의 명장 김응용 감독(한화)도 8년 만에 현장에 돌아왔지만 꼴찌의 굴욕을 당했다. 넥센 염경엽 감독, LG 김기태 감독 등 현역 시절 프로 무대에 데뷔했던 까마득한 후배 감독들이 지난 시즌 두각을 나타내며 승승장구한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아쉬운 것은 지도자로서 최근의 실패가 위대한 레전드들의 과거 업적마저 깎아내리는 근거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만수 감독은 현역 시절 화끈한 장타력과 치근만 쇼맨십을 겸비해 대중적 사랑을 받는 인기 스타였지만 감독이 된 이후로는 솔직담백한 모습이 오히려 지도력에 대한 선입견을 부채질하는 독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임 감독 체제에서 관리 야구에 익숙해진 SK 팀 컬러를 이만수 감독 스타일의 자율야구로 전환하려던 시도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SK는 지난해 7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하는 아픔을 겪었다. 이만수 감독은 이 과정에서 홈팬들에게도 많은 비난을 들었다.

KIA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인 선동열 감독도 부임 당시의 높은 기대와 달리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다. 삼성 시절 보여준 탄탄한 불펜을 내세운 지키는 야구가 KIA에서는 실종됐고, 주축 선수들의 잦은 부상으로 시련을 겪었다.

김시진 감독은 2012년 넥센에서 시즌 중 경질의 아픔을 뒤로 하고 친정팀 롯데의 지휘봉을 잡았다. 하지만 롯데는 6년 만에 4강 탈락의 아픔을 겪었다. 김시진 감독은 넥센 사령탑 시절에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경험이 한 번도 없다.

롯데는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벌써 21년째 무관에 허덕이고 있다. 유망주 육성과 투수운영 등에 재능을 보였지만 정작 팀 성적은 내지 못하는 감독이라는 평가가 따라붙었다.

2014년은 이들에게 중요한 분기점이다. 선동열, 이만수, 김응용 감독은 올해를 끝으로 소속팀과의 계약이 만료된다. 김시진 감독은 아직 계약기간에 여유가 있지만 2년 연속 4강에 탈락한다면 그간의 선례를 봐도 자리를 보전할 확률은 극히 희박해진다.

스타 감독이라고 해서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기왕이면 스타 감독들이 좀 더 분발해야 할 이유는 있다. 야구인으로서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고, 지금도 후배들에게는 롤 모델이 돼줄 수 있는 존재다. 그들이 지도자로서의 실패 딱지를 안고 과거의 업적마저 폄훼된다면, 한국야구는 그만큼 그들의 남긴 귀중한 추억과 경험이라는 자산을 잃게 된다.

'많이 이겨본 감독들은 그만큼 많이 져본 감독'이라는 이야기에서 보듯, 제아무리 뛰어난 스타 출신이라도 시행착오는 겪게 마련이다. 2014년 멋진 명예회복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이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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