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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카드모집인의 눈물 "나는 코드 찍힌 노예"


입력 2014.02.14 16:03 수정 2014.02.14 17:35        윤정선 기자

기본금 없이 성과금만 받는 카드모집인 임금 체계

효율수당 포기·카드사 대한 인식 안좋아 이직 난제

오는 17일부터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가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이들 카드사 소속 카드모집인이 고용 불안 상태에 놓였다. ⓒ데일리안

카드 3사 중 한 곳의 설계사인 A씨(44, 여)는 지난 10일 회사로부터 출근하지 말라는 통보를 받았다. 다음 주부터 신규 영업을 할 수 없게 됐으니 출근할 이유가 없다는 회사측의 결정때문이다.

A씨는 불안한 고용문제가 마음에 걸렸다. A씨는 "잘린 거냐"고 물었더니 "그건 아니다"라는 회사측의 답을 들었다. A씨의 무급휴가냐는 질문에는 "아직 확정된게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오는 17일부터 국민카드, 롯데카드, 농협카드가 영업정지에 들어가면서 이들 카드사 소속 카드모집인이 불투명한 미래에 생계마저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이미 카드 3사 대부분 모집인을 통한 영업은 사실상 중단했다.

14일 카드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고객 정보 유출이 확인된 카드 3사는 오는 17일 자정부터 오는 5월16일까지 신규 영업이 중단된다.

평균 카드3사의 월 신규 회원 모집 규모는 대략 10만 여명 정도. 영업 정지 기간 내에 손실액은 500억원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금융당국의 단호한 결정에 카드사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수익이 줄어들 것이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만큼 손해는 불보듯 뻔하다고 볼멘소리다. 하지만 카드 모집인들의 생각은 달랐다.

정작 카드모집인들이 피해를 볼 뿐 카드사의 손해는 없을 것이란 것이다. 바로 'n분의 1' 적용이 근거다. 카드모집인들은 비정규직에 해당하는 만큼 성과급 위주의 보상을 받는다.

카드사가 영업 정지에 따른 모든 손실액을 모집인과 고통분담이라는 차원에서 분배할 것이라는게 카드 모집인들의 주장이다.

카드설계사 A씨는 "카드사가 영업정지로 큰 피해를 본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며 "사실 영업정지로 손해를 보는 건 일개 카드모집인이다. 월별 발급 매수에 따라 급여를 받다 보니 영업정지하면 카드사는 우리에게 돈 안 주면 끝"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제 경우에도 영업정지가 결정도 되지 않았던 지난 화요일부터 출근하지 않았다"면서 "현재 회사로부터 영업정지 기간 임금에 대한 어떤 얘기도 듣지 못하고 갑자기 일을 쉬고 있는 상황"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다른 카드설계사도 입장은 마찬가지다. 카드설계사 B씨는 "카드사 임금 시스템만 봐도 카드사가 피해를 볼 가능성은 적다"며 "일반영업직이 만들어진 물건을 '파는 일'이라면 카드모집인은 고객의 미래 지출을 '사는 일'이다"고 일축했다.

카드모집인 급여지급 구조를 보면, 기본금이 없고 판매 실적에 따라 성과금을 받는 형태다. 성과금은 발급수당과 효율수당으로 나뉜다.

발급수당은 신규 회원이 카드를 발급받았을 때 모집인이 받는 건당 수당이다. 효율수당은 신규 회원이 발급 이후 4개월간 사용한 금액을 일정부분 모집인에게 지급하는 돈이다. 전체 임금에서 발급수당과 효율수당의 비율은 3대 7 정도다.

예컨대 지난달 카드사로부터 받은 급여가 200만원이라면 60만원은 발급수당이고 140만원은 효율수당이 된다.

만일 카드사가 직원들의 생계를 위한 유급휴가를 실시한다하더라도 마땅히 줘야 할 효율수당이기에 생색거리가 될 수 없다. 무급휴가여도 효율수당은 지급돼야 한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효율수당 제도가 카드모집인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생계가 어려워지더라도 이참에 다른 직장을 구하는 것은 용기없이 쉽지 않다.

B씨는 "효율수당 때문에 다른 카드사에 이직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카드회원을 모집하기 위해선 카드사로부터 코드를 받는데 다른 카드사로 이직하면 기존 코드를 버리고 새로 코드를 받아야 한다"고 알렸다.

이어 그는 "기존 코드를 버리는 즉시 카드사로부터 받는 효율수당도 못 받게 된다"며 "결국 이직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코드는 카드모집인이 여러 카드사에 적을 두고 영업을 문어발식으로 하지 못하게 만들어진 제도다. 카드모집인은 한 카드사에만 소속돼 해당 카드사에 카드상품만 발급해야 한다는 목적에서다. 과거 2003년 카드사태처럼 무분별하게 카드가 발급되는 걸 막기 위해 시행했다.

또 다른 카드모집인 C씨는 "코드로 카드모집인의 과도한 영업을 막는다는 건 어느 정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당장 일자리가 없어진 상황에선 코드로 이직조차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 앞이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이어 그는 "이직을 한다고 해도 카드사 전체에 대한 불신이 커진 상황이라 이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카드 3사에 대한 영업정지가 당연한 조치라면서도 앞으로 카드모집인 관련 제도가 크게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모집인에게 카드를 발급받으면 상품권과 같은 경품을 주는 걸 국민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며 "이들을 불법으로 몰아가기보다 현실에 맞게 카드모집인이 깨끗하게 영업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꼬집었다.

윤정선 기자 (wowjota@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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