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돈 되네" 대통령서명시쇄권 가격보니 무려…
국내 유통 화폐 중 가장 비싼 것은 2400만원 '신백환'…'시쇄권'도 높은 가격대로 형성
"투자목적으로 옛날 화폐를 구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수집가들의 인기도와 희소성, 보관상태에 따라 돈 자체가 액면가보다 몇 만 배 이상 호가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돈이 돈이 되는 세상이다. 지난 15일 수집용화폐 전문업체인 통산화동양행이 개최한 '화동옥션'에서는 대한제국 광무 10년인 1906년 제조된 당시 액면가 20원의 금화가 1억5000만 원에 낙찰됐다. 액면가만 놓고 보면 그 가치가 750만 배나 뛴 것이다.
옛 화폐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 높은 가격으로 불어나면서 최근 옛 화폐나 희소성있는 화폐 등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화폐경매 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돈에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은 주로 50~60대 남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주로 수집을 목적으로 옛 화폐 및 일련번호가 희귀한 유통화폐를 모으고 있다. 젊은 남성들의 경우에는 투자를 목적으로 화폐에 돈을 투자하는 사람들도 상당수다.
수집가들이 투자하고 있는 각종 화폐는 △수요자들의 인기도 △화폐의 희소성 △보관상태 △화폐의 의미에 따라 그 가치가 천차만별이다.
세계 7장밖에 없는 희귀 화폐, '대통령서명시쇄권'의 가치는
화폐의 도안이 결정되기 전 여러 가지 도안을 시험적으로 인쇄하는 시쇄권은 화폐 경매에서 그 가치가 높은 가격대로 형성돼 있다.
통산화동양행에 따르면 지난 2006년 불국사 도안의 10원 지폐(1950~1960년대 제조추정)는 1700만 원에 거래됐으며 액면가 5000환(1950~1960년대 제조추정)도 1207만 원에 거래됐다. 2005년에 발행된 만원 시쇄권도 45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시쇄권의 경우 테스트 도안 그대로 유통되는 경우도 있지만 일부는 최종 도안 선택과정에서 변경되기 때문에 그 희소성이 매우 크다. 시쇄권 가운데에서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한 테스트 지폐의 경우 그 가치가 매우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권종 별 최초 지폐라는 희소성과 대통령 서명까지 새겨져 있다는 점에서 '대통령서명시쇄권'이 시중 화폐경매에 나온다면 수집가들의 폭발적인 반응이 기대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통령서명시쇄권은 박정희 대통령 임기 당시 발행한 오백원권·오천원권·만원권(미발행), 노무현 정부의 천원권·오천원·만원권, 이명박 정부가 발행한 오만원권 등 총 7장이다. 7장 모두 한국은행 화폐박물관에서 보관중이다.
7장의 대통령서명시쇄권 가운데 6장이 실제 화폐 도안으로 결정돼 시중에 유통됐지만 석굴암을 도안으로 한 만원 시쇄권은 당시 박정희 정부가 특정 종교를 비호한다는 지적이 불거져 최종 도안에서 결정되지 못했다.
통산화동양행 관계자는 "대통령시쇄권이 시중 경매에 나온다면 우리나라 최근 권종별 최초화폐라는 점, 우리나라 대통령이 서명했다는 점 때문에 수집가들의 수요가 폭발적일 것"이라면서 "특히 수집가 가운데에는 50~60대가 많아 박정희 대통령 서명 시쇄권이 더 인기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대통령서명시쇄권은 전 세계에 7장밖에 없는 화폐이기 때문에 전시용으로 박물관에 보관중"이라면서 "이 시쇄권들이 시중 경매에 붙여질 가능성은 없지만 경매에 붙여진다고 해도 전시용 조명에 색이 바랜 점 때문에 높은 가격에 낙찰 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통 화폐 가운데 가장 비싼 지폐?…2400만 원 낙찰된 '신백환'
아울러 시중에 유통됐던 화폐 가운데 경매에서 가장 높은 가격으로 낙찰된 지폐는 1950~1960년대 발행된 '신백환'으로 기록돼있다.
통산화동양행이 집계한 국내 유통 화폐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인 2400만원에 낙찰된 이 화폐는 전면과 후면에 각각 이승만 대통령 초상과 독립문이 새겨져 있다.
이승만 대통령 집권 당시 발행된 신백환(황색지)은 희소성이 높아 2011년 화동옥션에서 높은 가격에 낙찰됐다.
최근에는 1998년 발행된 500원 주화가 수년 전부터 수집가들 사이에서 인기다.
1998년 발행된 500원 주화는 1997년 IMF사태가 터진 후 범국가 차원에서 '금 모으기' 운동을 벌이면서 제조량 자체가 적었다.
한은에 따르면 1998년 500원 주화 발행의 전년동기대비 증감률은 4월부터 내내 감소세를 보였다. 1998년 4월 500원 주화 발행의 전년동기대비 증감률은 –2.9%로 감소세를 보이면서 12월에는 –12.1%를 찍었다.
남대문의 한 화폐상점 관계자는 "1998년 500원의 경우 기본적으로 액면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된다"면서 "미사용 상태이거나 보관상태가 좋으면 100만 원대에도 거래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한은, 신화폐 경매 붙여…"앞자리 일련번호 선호하는 수집가들 때문"
이와 더불어 한국은행에서는 새로운 화폐를 발행할 때마다 각 지폐의 희귀한 일련번호를 공개 경매에 붙여 사회공헌활동에 활용하고 있다. 그만큼 희귀 일련번호가 찍혀있는 화폐에 대한 수집가들의 수요가 많은 것이다.
한은과 조폐공사는 지난 2006·2007·2009년 새롭게 발행된 지폐인 1000원권, 5000원권, 1000원권, 5만원권을 공개 경매에 붙여 생긴 수익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에 기부한 바 있다.
당시 공개경매에 붙인 지폐들의 일련번호는 101~1만 등 희소성이 큰 화폐였다.
한은 관계자는 "새로운 화폐가 발행되면 사람들이 일련번호 앞자리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를 사회공헌 활동에 이용하자는 취지로 경매에 붙였다"면서 "새로운 화폐 1~100번까지는 한은 화폐박물관에서 보관하고 101번부터 경매에 붙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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