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수 박주영·폭격기 김신욱 '공존 가능'
주축 공격수 장단점 드러난 그리스전
홍명보호, 상황 따라 다양한 옵션 가져야
축구는 총성 없는 전쟁이다.
군대에는 보병, 포병, 취사병 등 다양한 병과가 필요하다. 어느 병과도 무시할 수 없다.
축구도 마찬가지로 각자 맡은 임무가 있다. ‘냉철한 저격수’ 박주영(29·왓포드)과 ‘핵전략 폭격기’ 김신욱(26·울산)이 모두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은 6일(한국시각) 아테네 카라이스카키 경기장서 열린 그리스(FIFA랭킹 12위)와의 평가전에서 전반과 후반에 각각 출격했다. 박주영은 결승골을 터뜨려 2-0(손흥민 추가골) 완승을 이끌었다. 그리스는 최근 4년간 ‘안방 불패(10승 5무)’를 자랑했지만 태극전사들의 파상공세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박주영 결승골은 AS모나코 시절 득점 방식을 그대로 보여줬다. 2선에서 호시탐탐 노리다 기회를 포착하면 순식간에 1선 배후로 침투해 그물을 갈랐다. 상대 오프사이드 전략을 부수는 영리함이 빛난 것은 물론 속전속결 백발백중이었다.
김신욱은 후반 시작과 함께 박주영 대신 교체 투입됐다. 비록 골은 넣지 못했지만, 유럽의 대표적인 장신팀(평균 187cm) 그리스를 상대로 제공권을 장악했다. 후방에서 전방으로 올라온 포탄을 정교한 머리로 운반했다. 김신욱이 떨어뜨린 볼을 손흥민이 받아 차거나 불도저 드리블을 시연했다.
혹자는 후반 김신욱이 들어간 후 ‘지면 역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당연하다. 김신욱은 지면이 아닌, 하늘에 특화된 선수다. 발재간은 준수하지만 필살기는 ‘공중전’이다. 후반 추가시간 혹은 지고 있을 때 공중전에 반드시 필요한 핵전략 폭격기다.
홍명보 대표팀 감독은 최근 평가전을 통해 다양한 공격옵션 필요성을 절감했다. 짧은 패스와 중장거리 패스가 조화된 변화무쌍한 공격력을 구축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이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상대할 벨기에, 러시아, 알제리도 각기 다른 팀 색깔을 지녔다. 이런 팀들을 상대론 ‘맞춤전술’이 요구된다. 배후 침투에 능한 박주영과 상대팀의 체력을 방전시킬 이근호, 세트플레이에서 위협적인 김신욱 등 저마다 쓰임새가 있다.
김신욱의 일시적인 부진을 비난해선 안 되는 이유다. 마찬가지로 소속팀에서 벤치에 앉아 있다고 해서 박주영을 내쳐선 안 된다. 샘 해밍턴이 구보는 취약하지만 군견은 기가 막히게 다룬다. 태극전사 또한 저마다 약점을 상쇄할 만한 ‘장점’을 갖췄다.
태극전사 개개인의 약점만 물고 늘어져 사기를 꺾어선 안 된다. 홍명보 감독의 전략에 힘을 실어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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