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선거 무공천, 중앙은 '창당 바람' 기초는 '죽을맛'
"무공천 따른 대책 마련해 달라" 목소리 커져
단일화 논의 있지만, 실질적 합의 이를진 미지수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이 한 몸이 되는 데 결정적 영향이 됐던 ‘기초선거 무공천’이 중앙 정치에는 ‘창당 바람’을, 지역에서는 ‘우려 바람’을 부르고 있다. 두 세력은 ‘무공천 공감대’를 통해 ‘약속을 지키는 정치세력’이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등 3월말 신당 창당을 향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오랜 기간 기초선거를 준비해온 이들은 이 때문에 죽상이다.
민주당은 작년 7월 전당원투표를 통해 시장·군수·구청장·기초의원 등 기초선거 무공천을 하기로 했다. 대선 공약이기도 했고, 앞서 새누리당이 4.24재보궐선거에서 조건부이기는 했지만 해당 공약을 지켰던 만큼 6.4지방선거에서도 동일한 길을 갈 것이라 봤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공천으로 방향을 틀었고, 민주당은 내홍을 겪다 ‘통합의 고리’로 이를 활용했다.
선거법상 무소속 출마를 위해서는 탈당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탈당과 후보 난립이 예고된 것은 물론 공천이 보장되는 부문으로 변형 지원이 예상되는 등 셈법상 민주당이 불리해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지만, 무공천 문제는 ‘통합의 전제’가 되면서 발목이 잡혔다.
지난 3일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눈물까지 흘리며 이들에 대한 지원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정치연합과의 ‘5대5 지분’ 문제가 걸려있는 등 혼란을 잠재울 방안은 쉽사리 나올 것 같지 않아 보인다. 결론적으로 기초선거를 준비했던 이들은 ‘창당 바람’에 밀려 ‘대안 없는 선거’를 치르게 됐다.
특히 새누리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도 승리가 담보되기 어려운 ‘갈대 같은 여론’의 대표 지역인 경기·충청 지역 등은 비상이 걸렸다.
경기도의 민주당 소속 한 기초의원은 1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당이 ‘기초를 죽이는 선거’를 치르고 있다”며 “무공천 방침에 따라 원성과 혼선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두 멘붕(멘탈붕괴) 상태”라고도 했다. 민주당 경기도당 관계자도 “전당원투표를 했기 때문에 반발이 덜한 편”이라면서도 “탈당 뒤 무소속으로 나가야한다는 것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는 것 같더라”고 조심스럽게 분위기를 전했다.
인천시당 관계자 또한 “구의원을 나가려다가 (무공천 결정 이후) 공천이 되는 시의원으로 신청하는 경우도 있더라”며 “기초선거 문제는 조금 답답한 구석이 있지만, 나름대로 맞춰서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충북도당 관계자는 “요새 지역 여론을 수렴했는데 99%는 무공천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말들이 많다”며 “불만이 많은 상황”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길거리에 자식을 내놓는 것과 같은 기분”이라고도 했다.
당에서는 당색을 통한 후보 지원 방안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충북도당 관계자는 “파란색으로 옷을 입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번호를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여기는 시골지역이라 어르신들이 많은데 투표용지에 사진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이름을 기억하기는 매우 어렵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경기도 기초의원도 “결국 유권자가 옷이나 명함을 자세히 보는 수밖에 없는데 그것도 혼란스러울 것”이라고 했다.
각 지역 특성에 따라 무공천을 환영하는 분위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단, 여기에는 새누리당이 ‘판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있다. 충남도당 관계자는 “가장 최근에 있던 전국단위선거인 대선에서 보수성향이 강하게 드러나면서 농촌 지역인 시군단위에는 무공천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반면 천안이나 아산과 같이 도시화가 진행된 지역은 정당공천을 유지했으면 좋겠다며 굉장히 아쉬워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경우로는 부산시장에 출마한 오거돈 전 해양수산부 장관을 꼽을 수 있다. 오 전 장관은 광역자치단체장에 출마하기 때문에 공천을 받을 수 있어 다소 상황이 다르기는 하지만, ‘새누리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부산의 지역 구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통합신당에 속하지 않는 ‘무소속 출마’를 고수하고 있다. 같은 이유로 오 전 장관의 ‘통 큰 연대론’에는 야권세력은 물론 합리적 성향의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포함된다.
한편, 새누리당에 자리를 내줄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자율적 방식의 후보간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는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질적 합의에 이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충남도당 관계자는 “지역 단위가 큰 곳에서는 단일화 공감대가 이뤄지긴 했다”면서도 “룰에 따라 득 또는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 보니 협의가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외에 “창당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단일화 논의를 하기는 이르다”면서 당에 기대를 걸거나 “그럼에도 새누리당 판이 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반응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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